▲이선희
그리스어 코스모스(kosmos)는 질서를 뜻하는 말로, 혼돈(混沌)을 뜻하는 카오스(kaos)와 대립되는 말입니다. 혼돈의 세계에서 질서의 세계로, 어둠의 세계에서 빛의 세계로 나아가는 시간을 여는 꽃, 그래서인지 국화과에 속하는 코스모스는 단일식물(短日植物)로서 낮의 길이가 짧을 때, 즉 어둠이라는 시간의 길이가 길 때 피어나는 꽃입니다.
코스모스(Cosmos)라는 명칭은 그리스어의 코스모스(Kosmos/질서,조화)에서 유래된 것인데 아름다운 8개의 꽃잎이 질서있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축이 됩니다.
코스모스가 길가에 무성하게 피어날 무렵이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활짝 핀 코스모스를 한 송이 꺽어, 8개의 꽃 이파리 중에서 4개를 엇갈리게 떼어내고는 공중에 '휙!'하고 던지면 바람개비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빨간 색은 빨간 바람개비가 되어, 분홍색은 분홍바람개비가 되어, 하얀 색은 하얀 바람개비가 되어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마치 우주선을 보는 듯도 합니다. 한 송이 꽃마다 수없이 맺혀지는 씨앗을 보면서 아무리 꺽고 또 꺽어도 내년에 이 자리에 코스모스가 분명히 다시 필 것이라는 믿음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도시화되면서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그 흔하던 코스모스도 검은 포도아래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카오스'와 상반되는 의미의 '코스모스', 어둠의 시간이 길어야 피어나는 국화과의 꽃 코스모스, 우리의 역사에도 세계의 역사에도 코스모스가 화들짝 피어나야 할 것만 같은 어두운 죽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