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68

꿈틀거리는 음모 (6)

등록 2003.12.29 13:20수정 2003.12.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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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회옥은 금대준을 철마당에 배속시키겠다고 해 놓고서 비문당에 신분 조회를 의뢰한 바 있었다.

그때 회신하기를 금대준은 무림천자성이 조상의 신주보다도 더 귀하다 여기는 기특한 자이니 거두어도 좋다고 하였다.


무림천자성에서는 외부인을 받아들일 때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한다. 혹시라도 불순한 의도를 지닌 인물이 성내로 스며드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무림천자성에 속한 모든 조직은 외부인을 받아들이면 정식으로 명부에 등재함과 동시에 형당에 통보하게끔 되어 있다.

이 역시 의무 사항이다. 외부로부터 간세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하여 이중으로 감시망을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회옥은 일련의 과정을 정상적으로 밟았다. 하여 형당에서도 금대준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암암리에 감시하고 있었다.


외부인이 무림천자성에 몸담게되면 누구나 일년 동안은 이런 감시를 받는 것이 성규(城規)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사자는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귀신도 놀랄 만큼 교묘한 방법으로 감시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금대준에 대한 감시는 지극히 형식적이라 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도 무림천자성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던 자이기 때문에 사실상 감시할 필요가 없다 판단하였던 것이다.

그를 감시할 여유가 있으면 세무각 폭파사건 이후 무림천자성 주위를 배회하는 의심스러운 자들을 감시하는 편이 더 이익일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오늘 금대준이 이토록 험한 꼴을 당하는 것은 그에게 일급 중죄인 간세 혐의가 씌어졌기 때문이다.

며칠 전, 금대준은 백악루에서 한 인물을 만났다. 그때 보퉁이 하나를 건넨 바 있었다. 그것을 받은 인물은 선무곡 사람으로 변견자 조잡재의 충견(忠犬) 무뇌견 백지녕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그 역시 무림천자성을 맹신적으로 따르는 방조선의 휘하에 소속되어 있으며, 지극히 우호적인 인물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는 한때 금대준의 휘하에서 손바닥의 지문이 닳아 없어지도록 아부를 하던 인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언제든 성내를 드나들어도 좋을 인물로 분류되어 있었다.

만일 그가 금대준은 만난 이후 곧바로 선무곡으로 향했다면 아마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색(色)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그가 어찌 무림천자성의 기원을 그냥 지나치겠는가?

금발에 벽안을 지닌 뇌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미녀들이 즐비하다는 무림천자성의 기원을 그냥 지나쳐 가기엔 그는 너무도 호색하였고, 의지력이 너무 약했으며, 주머니는 너무 두둑했다.

하여 호사스럽기로 이름난 매향각(梅香閣)을 찾은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곳은 아무리 없어도 일인당 은자 오백 냥은 있어야 간신히 구경이나 할 수 있는 초호화판 기원이다.

열 냥이면 4인 가족이 족히 한달 동안 먹고살 수 있는 금액이니 어마어마한 금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비가 넉넉하였던 백지녕은 보무도 당당하게 매향각으로 들어섰다.

곧이어 그윽한 주향(酒香)을 풍기는 명주와 기름진 안주들이 들여졌고, 이어서 사뿐 사뿐 내딛는 기녀들의 걸음이 이어졌다.

잠시 후, 기방에서는 감미로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이어 짐짓 호탕한 척하는 백지녕의 웃음소리와 간드러지는 교소(嬌笑) 소리가 어우러졌다.

이날 백지녕은 완전히 녹아 내렸다. 무슨 목적으로 무림천자성에 왔으며, 돌아갈 때 반드시 챙겨갈 것이 무엇인지조차 잊을 정도로 완전히 정신을 잃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는데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미녀들의 그윽한 육향(肉香)이었다.

선무곡 여인들과는 달리 풍염한 아름다움을 지닌 미녀들은 그를 완전히 녹였던 것이다. 덕분에 백지녕은 돌아갈 여비까지 몽땅 털리고 말았다. 닳고 닳은 기녀들의 유혹에 넘어간 결과였다.

그가 대취하여 쓰러진 이후 기녀 가운데 하나가 그의 품은 물론 보퉁이까지 뒤졌다. 주대(酒代)와 화대(花代)가 있는지 확인하려던 것이었다. 가끔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먹고 마신 후 지닌 은자가 없으니 배 째라는 불한당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보퉁이에서는 이상한 물건이 나왔고, 마침 그를 감시하러 나왔던 형당 제자가 이를 펼쳐 보았다. 그 결과 오늘 금대준이 형편없는 몰골을 한 채 국문장 형틀에 묶여 있는 것이다.

"놈이 물을 끼얹어 정신을 차리거든 다시 치거라!"
"존명!"

촤아아아―!

"어푸, 어푸! 끄으으응!"

쐐에에에에엑!
퍼어억―!

"아아아악!"

간신히 정신을 차렸던 금대준은 무지막지한 중곤의 위력에 다시 한번 돼지 멱을 따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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