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67

꿈틀거리는 음모 (5)

등록 2003.12.26 14:40수정 2003.12.2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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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신당서(新唐書)에 기록되어 있는 말이다.

장량과 제갈량, 강태공 등이 좋은 방면의 모사(謀士)였다면, 당 현종(唐玄宗) 때 재상을 십구 년이나 지낸 이임보(李林甫)는 나쁜 방면으로 그들과 맞먹는 모사였다.


간사하기로는 조조와 필적할 인물이나 조조는 대인(大人)에 속하지만 그는 소인(小人) 가운데에서도 아주 소인(小人)이었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는 그에 대하여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 이임보는 현명한 사람을 미워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질투하며,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배척하고 억누르는 자로 성격이 아주 음험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그를 보고 입에는 꿀이 있고 배에는 칼이 있다(구밀복검 :口蜜腹劍)라고 말했다.

그가 서실에 앉아 깊이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다음은 반드시 큰 주살(誅殺)이 있었으며, 가끔 큰 옥사를 일으켰다.

하여 태자를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이 이를 두려워했다. 재상 지위에 있는 동안에 천하의 난리를 길러내었으나, 현종(玄宗)은 깨닫지 못했다. 안록산도 이임보의 술수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의 세상이 끝날 때까지는 감히 반란을 일으키지 못했다. >


< 李林甫 妬賢嫉能 排抑勝己 性陰險 人以爲 '口有蜜腹有劍' 每夜獨坐偃月堂 有所深思 明日必有誅殺 屢起大獄 自太子以下皆畏之 在相位十九年 養成天下之亂 而上不悟 然綠山畏林甫術數 故終其世末 敢反. >


구밀복검과 유사한 말로 소중유검(笑中有劍)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구당서(舊唐書) 이의부전(李義府傳)에 나오는 말이다.



< 당나라 태종 때 이의부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문장에 능하고 사무에 정통했다. 고종이 즉위한 뒤 무측천(武則天)을 왕후로 세우려고 했을 때 적극 찬동하여 황제의 신뢰를 얻었다.

그는 겉으로는 온화하며, 얼굴에 항상 미소가 끊이지 않았으나 대신들은 모두 그 마음속이 음험함을 알고 있었으므로 소중유도(笑中有刀)라고 소곤거렸다.

이의부는 자신에게 거스르는 자는 문책하고, 편드는 자를 모아 돈벌이를 했다. 덕분에 벼슬을 바라고 그를 찾는 자가 늘어갔다. 고종이 이를 알고 주의를 주었지만 그는 여전하였다.

한번은 우연히 새 인사명부를 보고 승차(陞差) 내정자를 불러 승진시켜 준다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그의 부자는 귀양을 떠났다. 나중에 고종의 대사면령으로 사면을 받았으나 도성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병사하였다. 그제야 도성의 관원들은 안심하였다고 한다. >


소중유도와 같은 말로 소리장도(笑裏藏刀)라는 말도 있다. 삼십육계 중 제십계에 해당하는 병법의 하나이다.


< 송나라 조위(曹瑋)는 전장에서 아군 병사들이 적군 쪽으로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동요의 빛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걱정 말게, 그들은 모두 내가 지시한 대로 행동한 것뿐일세.”

이 이야기를 들은 적군은 도망쳐 온 병사들을 의심하여 모조리 목을 베었다고 한다. >


지금껏 금대준은 무림천자성을 위해서라면 자식의 목숨이라도 바칠 것처럼 굴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구밀복검이었으며, 소중유도였고, 소리장도였다고 할 수 있었다.

간교한 술수로 철마당은 물론 비문당과 형당까지 농락하였고 나아가서는 무림천자성 전체를 능멸한 것이다. 그래서 빙화의 표정이 서릿발같이 차가운 것이다.

국문에 앞서 비문당에 기록된 문서를 열람해본 그녀는 금대준이 선무곡 사람이지만 무림천자성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왔던 기특한 인물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석년(昔年), 선무곡에서 배루난과 마구위가 몰던 마차에 치어 두 소녀가 죽었을 때에도 공공연하게 무림천자성을 두둔하고 나섰던 인물이니 그렇게 기록될 만도 하였다.

그런 그가 선무곡을 떠난 이유는 무림천자성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겠다던 일흔서생 노현이 신임곡주로 취임한 직후 심한 갈등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라 하였다.

서류에는 일흔서생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무림천자성에 머무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선무곡에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어떤 꼴을 당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쨌거나 금대준은 보살펴주는 것이 당연하다 할 정도로 지극히 우호적인 인물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것은 정확하기로 이름난 비문당의 기록이었기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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