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70

꿈틀거리는 음모 (8)

등록 2004.01.02 16:17수정 2004.01.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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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협박은 이겨낼 수 있지만 그것만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의 집안은 매사에 임함에 있어 항상 가문의 영광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 가훈이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일러준 대로 순순히 자백하는 것이다.

"소인은 변견자 조잡재를 포섭하였으며, 맹도 나대로와 무뇌견 백지녕, 그리고 최견구 등 선무곡의 수뇌부 상당수 또한 포섭한 바 있습니다. 덕분에 소인과 동료들은 수많은 첩보를 빼돌릴 수 있었습니다. 소인의 동료였던 최견구와 그 일당은 또 다른 자들을 포섭하였다고 하는데…"


금대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중인들로 하여금 놀라 자빠지게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선무곡 주요 인사 가운데 절반 이상과 장로원 소속 장로들의 칠 할 이상이 주석교와 직, 간접으로 연관된 간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 대부분은 무림천자성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무리들이다. 그런 그들이 적으로 간주된 주석교의 간세라면 보통 큰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문을 지켜보던 중인 가운데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비문당 당주였다. 그는 금대준이 무림천자성에서 일찌감치 포섭한 간세인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대준 본인은 전혀 기억할 수 없겠지만 그는 젊은 시절 사술(邪術)의 대가(大家)를 만난 적이 있었다. 사파의 인물이지만 당시 그는 무림천자성을 위해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타인의 심령을 마음먹은 대로 금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사술이었다. 그렇기에 금대준이 무림천자성의 이익을 위해 목청을 돋구었던 것이다. 그런데 주석교에서 남파한 간세라고 하니 놀라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다.

어쨌거나 금대준이 말한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겨졌다.


중간 중간 제대로 듣지 못하였거나 너무 빨리 말을 하는 바람에 제대로 기록하지 못한 것은 재차 물어 정확히 기록하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기록된 문서를 읽어보고 맞다는 수결까지 받아두었다. 너무도 놀라운 소리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중간세이니 왜 아니 놀랍겠는가!

금대준은 철마당주 이회옥의 환심을 사 경계가 소홀해진 틈을 타 당주 처소로 잠입하였다고 한다.

그곳에서 철마당의 모든 것이 기록된 서책을 훔쳤다. 거기엔 어떻게 말을 조련하는지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것만 있으면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단박에 일류 조련사 행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문서였다.

무뇌견이 그것을 조잡재에게 건네면 최종적으로 주석교로 보내질 것이라 하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하여 결국엔 천뢰탄 제조비법이 기록된 서책까지 훔칠 계획이라 하였다.

가능하다면 천뢰탄 실물 또한 훔칠 계획이라 하였다.

금대준의 말은 전혀 믿기지 않았다. 하여 혹시 미친 것은 아닌가 시험해 보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금대준은 실성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도 고문을 하지 않았으니 타의에 의한 자백도 아니다. 따라서 그의 말은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그 날 밤, 성주 집무실에는 무림천자성의 수뇌들이 모두 모였다. 금대준의 말이 사실이라면 보통 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주! 주석교에서 본성의 공격을 눈치채고 있다면 보통 큰일이 아닐 것이외다. 공격을 늦추거나 포기해야 함이…"

매사에 자신만만하던 고파월의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잡혔다.

비밀리에 진행해 오던 일이 만천하에 낱낱이 까발려졌을 때의 당혹감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험! 그럴 필요가 있겠소? 그깟 놈들이 눈치채 봤자 아니오? 어차피 준비가 착착 되고 있으니 예정대로 공격을 합시다."

"맞소이다. 놈들이 저항해 봤자 얼마나 하겠소이까? 우리의 공격 계획을 눈치채고 있다면 약간의 손실이 더 발생할 수 있을 것이외다. 하지만 대를 위해서라면 소를 희생시켜야 하는 법. 크게 신경 쓸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오이다."

부성주인 인의수사에 이어 순찰원주인 오각수 도날두의 말이 끝나자 지금껏 말이 없던 제일호법 무영혈편이 입을 열었다.

"문제는 아군이라 생각했던 선무곡이 어느 순간 적으로 돌변하여 우리의 뒤통수를 칠지도 모른다는 것이외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손실은 자칫 엄청날 수도 있소이다. 게다가 그들이…"

조경지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오각수와 인의수사, 그리고 철룡화존과 철기린은 불만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말이 없던 흑령재녀 나이수 역시 떫은감이라도 씹은 듯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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