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81

남파 간세 사건 (9)

등록 2004.02.02 13:20수정 2004.02.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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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닙니다. 소인이 어찌… 대인께서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요. 그러니 오해 마시고….”
“좋네. 그럼 아랫것들에겐 적당히 둘러대고 분타로 오게.”

“예! 감사합니다. 소인, 오늘 대인께서 소인에게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는 것을 두고두고 잊지 않겠습니다요.”
“암! 은혜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지. 나중에 몇 곱절로 갚아야 할 것이니 그런 줄 알고 있게.”


“아이고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명만 내리시면 소인 머리털을 몽땅 뽑아 대인의 신발이라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요.”
“그나저나 명심하게! 본성의 눈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아이고, 소인이 어찌 그런 것을 모르겠습니까요?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아이들 단속하고 금방 가겠습니다요.”

방조선은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그의 속은 새까맣게 타고 있었다.

이 난국을 어찌 풀어나가야 할지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무림천자성 총단 지하에 자리잡은 규환동 고문실에서는 처절한 단말마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아악! 아아아악!”
“끄아아아악! 사, 살려 주세… 아악! 아아아악!”

이중창처럼 들리는 그 소리는 온통 봉두난발이 된 금대준과 백지녕이 주리 틀려지는 소리였다. 그런 그들의 앞에는 준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회옥이 서 있었다.


“흥! 네놈들 스스로 토설(吐說)한 것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지? 반성하는 기미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군. 좋아, 네놈들이 무림지옥갱에서도 그럴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

오늘 아침 이회옥은 분기탱천한 빙화 구연혜가 규환동을 휘저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이어 비문당의 당주와 부당주가 들이닥쳐 금대준과 백지녕의 엉덩이 살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때리고 또 때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스스로 간세임을 자백했던 금대준이 자신의 자백이 강박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무효라 했다는 보고가 있었기에 생긴 일이다.

이회옥 역시 몹시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규환동을 찾았다.

그러나 내심에서는 만족에 찬 회심의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억! 지, 지옥갱이라니요? 아이고, 대인! 지옥갱이라니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살려주십시오. 거기만은 제발… 아이고, 거긴 지옥보다도 더한 데라는데… 대인, 소인은 죄 지은 적이 없습니다요. 자백한 것도 누가 시켜서 그런 것입니다요. 정말 믿어…”

“무어라…? 이놈! 터진 게 아가리라고 네놈 마음대로 놀리느냐? 이곳이 이랬다저랬다 네놈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였다는 말이지?”

“아, 아닙니다. 소인이 어찌…! 대인, 제발 소인들을 믿어 주십시오. 어떤 미친놈이 소인의 일족을 몰살하겠다고 협박을 해서 할 수 없이… 흐흑! 소인의 말을 제발 믿어 주십시오. 예…?”

“무어라? 어떤 미친놈이 네놈을 협박했다고?”
“예! 그래서 할 수 없이…”

“흥, 이런 괘씸한 놈! 이젠 본좌를 능멸하려고 까지 해? 무엇들 하느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이놈들의 다리가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주리를 틀어라!”
“존명! 이이잇!”
“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이회옥의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금대준과 백지녕의 얼굴은 삽시간에 백짓장처럼 변했다. 오전 내내 엉덩이 살이 너덜너덜해지도록 고문을 당해 제대로 앉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두 다리가 부러지기 직전까지 고문할 태세이니 죽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둘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어나가는 이회옥의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배어 있었다.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선무곡을 갉아먹던 좀 벌레 같은 금대준과 그 밑에서 온갖 아양을 떨던 간신 백지녕이 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후후후! 그건 네놈들이 평생 동안 저질러온 죄 값의 백분지 일도 채 안 되는 거야. 그러니 엄살피우지 마. 그건 지옥갱에서 당할 피거형에 비하면 조족지혈도 안 되니까. 후후후!’

그들 둘은 짓지도 않은 죄를 지었다고 자백하였다. 따라서 죄를 입증할 아무런 증거도 존재할 리 만무하다.

당시 아무런 강박도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자백을 하였으므로 그들이 무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전무(全無)하였다.

둘을 따로 불러 심문해보았으나 어느 것 하나 말이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이는 그들이 혐의를 벗을 수 없는 상황증거가 됨과 동시에 무림지옥갱으로 보내질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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