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센불로 때주고 끓어 넘치면 불을 줄이고 거품이 줄어들고 김이 건조해지면 때기를 멈춰 불을 꺼낸다. 15분 쯤 후에 뜸불을 한번 더 때주면 맛있게 퍼지는 가마솥밥.김규환
밥 굶기지 않으시려는 어머니의 헌신
그런 아버지가 밖에서 돌아오시기 전에 속으로 생활고를 한탄하며 부뚜막이 꺼져라 한숨지으면서도 식구들 밥 굶기는 일은 하지 않으셨다. 쌀이 없으면 보리쌀, 보리쌀마저 없으면 죽으로 대신했고 그마저 없으면 대체 식량인 고구마, 감자, 무, 옥수수, 콩나물로 입에 풀칠은 할 수 있게 하셨다. 비단 우리 집뿐이겠는가 마는 어머니의 수고와 고통 그리고 헌신은 글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그건 같이 살아본 사람만이 안다.
그날도 날이 저물기 전에 어머니는 보쌀(보리쌀)을 확독(돌확)에 물과 같이 붓고 드글드글 갈았다. 그 다음 솥에 간 보리쌀을 넣고 한번 끓여 준다. 그 다음 다시 물에 담가 불린다. 압맥(壓麥)이나 할맥(割麥)이 없던 때였으니 웬만해서는 껍질만 벗겨 놓은 보리쌀이 잘 퍼지지 않아 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번의 공정을 통해 자식들과 당신께서 드실 양을 준비한다. 늘 양은 부족하다. 다시 어머니는 광으로 들어가 차대기에 반 말쯤 남아 있던 쌀 한줌을 꺼내 오신다. 쌀을 일어 돌을 골라낸다.
이윽고 지푸라기를 뭉쳐 만든 수세미를 둘둘 둘러 솥을 말끔하게 씻어내고 아래엔 무겁고 약간 눌어도 누룽지를 만들어 먹을 생각으로 늘 보리쌀을 널찍하게 대충 깐다. 그리고 그 위에 쌀 한줌을 조심히 오복이 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