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또 먹고... ‘금강산도 식후경’

부다페스트에는 뭔가 특별한 먹거리가 있다

등록 2004.04.12 22:40수정 2004.04.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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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가 부다페스트인 이유는 알고보면 매우 간단하다. 한강이 서울을 강남과 강북으로 나누고 있는 것처럼 도나우강은 부다페스트를 부다지역과 페스트지역으로 나눈다. 이 도시가 부다페스트로 불리는 이유는 너무도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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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맛으로 가득한 케익의 세계 - 살은 좀 찌겠으나 금강산도 식후경이 아니던가.. ⓒ 배을선

3일 동안 체코의 프라하를 ‘문화관광’에 집중해 너무 바쁘게 돌아다녔던 관계로 미식탐험을 즐기지 못했던 터라 부다페스트에서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명언을 철저히 따랐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시고, 부다페스트에 가면 꼭 이 음식들을 맛보시라.

"헝가리의 달콤한 맛을 단돈 천원에 맛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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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가지가 넘는 케이크들이 매일 여러 차례 신선하게 제공된다 ⓒ 배을선

부다페스트의 파란색 메트로 3호선을 타고 페스트지역 북쪽에 위치한 뉴가티역에 내려 한 5분 정도 걸어가면 아주 작지만 유명한 케이크하우스를 발견할 수 있다.

42세의 졸탄 페리티씨가 운영하는 이 작은 케이크하우스는 즉석에서 케이크를 사먹으려는 사람들과 케이크를 사가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20년이 넘게 케이크를 만들어온 페리티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18년 동안 경영해온 ‘페리티’ 케이크하우스는 시내 중심가인 벳치 거리와 셀메치 거리에 2호와 3호점을 열 예정이다.

3평 정도의 작은 케이크하우스에는 페리티씨가 그동안 국제케이크장식대회에서 받은 상패와 상장 등으로 가득하다. 알록달록한 과일들로 예쁘게 장식된 케이크는 190포린트로 원화로 계산하면 단돈 천원이다. 하지만 그 맛은 당연히 천원의 가치를 훨씬 웃돈다. 풍부한 생크림과 과일이 특별하게 장신된 케익맛은 정말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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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티 케익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페리티씨 ⓒ 배을선

특히 페리티 케이크하우스는 관광지역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어 그 지역을 오가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운이 좋으면 매일 2~3차례씩 케이크를 굽고 직접 배달까지 하는 페리티씨를 만날 수도 있다. 매일 진열되는 케이크의 수는 약 30가지로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표현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저렴한 가격의 헝가리안 전통 음식

재미있는 사실 하나!
부다페스트에서 적당한 가격의 정말 괜찮은 헝가리식당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동구 유럽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매우 ‘미국화’된 부다페스트에서 맥도날드와 피자헛,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의 간판을 찾는 일은 서울만큼 쉽다. 그뿐이 아니다. 구석진 골목의 ’보니 앤 클라이드‘라는 한 술집에는 매일 맥주를 마시러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심지어 이 곳에는 제니퍼 로페즈가 입어 유명한 의류브랜드 ‘제이로(J LO)'의 숍도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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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가슴살이 베이컨과 만났다. 전통 헝가리 음식 ⓒ 배을선

물론 시내 중심가에는 꽤 괜찮은 헝가리식당들이 즐비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어디로 가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빨간색 메트로 아스토리아 역에 내려서 카진즈치 거리로 한 10여분 걸어 내려가면 ‘Kiskacsa Vendéglő'라는 허름한 식당을 발견할 수 있는 데 이 곳은 한국의 백반집 같은 시골풍 분위기의 정통 헝가리 식당이다.

‘Kiskacsa’는 ‘작은 오리’라는 뜻으로 원화 5000원이면 근사한 한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추천할 만한 요리는 ‘csirkemell szatmári módra'라는 정말 읽기 힘든 이름의 요리로, 부드러운 가슴살이 베이컨에 싸여 나오는 요리다. 크림이 들어간 당근소스에 곁들여 먹으면 정말 맛있다. 사진에 보이는 하얀 음식은 작은 마카로니 같은 밀가루 반죽을 삶은 음식으로 주요리와 함께 먹는 ’쌀‘같은 음식으로 생각하면 된다.

한끼 식사로 거뜬한 끄레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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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주 유명한 부다페스트의 끄레뻬하우스. 하지만 그 유명세도 지역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영어메뉴가 없어 주문하기가 쉽지가 않다 ⓒ 배을선

우리식으로 부르자면 ‘끄레뻬’, 불어로 혀를 좀 굴려보면 ‘크레잎’, 독일어로는 ‘팔라췽켄’인 끄레뻬는 헝가리가 원조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신당동 떡볶이 골목이나 신림동 순대 골목처럼 ‘원조’를 내건 끄레뻬 레스토랑이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빨간색 메트로를 타고 부다지역의 바티야니테어 역에 내려서 도나우강의 반대쪽을 바라보면 걸어서 30초 거리에 ‘나기 팔라췽켄’ 레스토랑이 보인다. 이 곳 역시 지역사람들에게 매우 유명한 곳으로 하루 종일 끄레뻬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셀프서비스인 이 곳의 주문방식은 맥도날드와 마찬가지로 줄을 서서 원하는 메뉴를 말하면 그만이지만, 헝가리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겐 주문하기가 난처한 곳임이 분명하다. 사진도 없고 설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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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먹은 메뉴A, 끄레뻬 3조각과 튀김 한조각이 나왔는데 정말 배가 불렀다. ⓒ 배을선

레스토랑 안쪽의 기둥에 붙어있는 메뉴판은 둘로 나뉘어 있는데 한쪽은 ‘달콤한’ 끄레뻬이고 다른 한쪽은 ‘짭짜름한’ 끄레뻬다. 달콤한 끄레뻬는 생크림과 초코시럽이 얹어 나오고 짭짜름한 끄레뻬는 치즈가 녹여 나온다.

20여 가지가 넘는 끄레뻬를 읽기도 힘든 이름만으로 골라 주문하기는 쉽지 않은 법. 그런 외국인들을 위해 마련된 메뉴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곳에는 ‘특별 메뉴A’부터 ‘특별 메뉴F’가 있으니 주문차례가 오면 원하는 메뉴를 말한 뒤 ‘콜라’ 등의 음료수 이름을 말하면 된다. 메뉴가격에는 음료수가 포함되어 있으며 3천원에서 4천원 사이의 메뉴 하나면 정말 한 끼 식사로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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