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16

공자라고 불러도 되나요? (4)

등록 2004.04.26 12:51수정 2004.04.2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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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뭐 하세요? 차가 다 식겠어요.”
“으음! 아, 알겠소. 잘 마시겠소.”

“싫어요!”
“……?”


별안간 토라진 듯 살짝 돌아앉는 남궁혜를 본 장일정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불룩 솟은 앞가슴과 살짝 휘날린 귀밑머리, 그리고 목덜미에 돋은 솜털들이 바르르 떨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장일정은 숨이 막히는 듯하였다.

순간적으로 뇌쇄(惱殺)되는 듯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긴 가장 왕성하게 색욕을 느낄 나이이니 그럴만도 하였다. 이러한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궁혜의 입술이 열렸다.

“잘 마시겠소가 뭐예요? 소녀가 남인가요?”
‘헉!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남궁혜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지 못한 장일정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방금 전 느꼈던 느닷없는 욕정을 혹시 눈치채면 어쩔까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냥 맛있게 드세요. 저한텐 그런 말씀 안 하셔도 되요.”
“……?”

장일정은 남궁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언뜻 짐작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고개 들어 얼굴을 마주볼 수 없었다.


“그나저나 왜 그렇게 침울한 표정을 짓고 계셨나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응? 아, 아니… 고민은 무슨…? 아무 생각도 안 했어.”

“그래요? 으음! 알았어요. 그럼 천천히 드세요.”
“응! 아, 알았어.”

최근 들어 자주 드나드는 것은 물론 점점 가까이 다가앉는 남궁혜가 부담스러웠으나 내색할 수는 없었다. 혹여 마음의 상처라도 입을까 싶었던 때문이다.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지 잠시 머뭇거리던 남궁혜가 나간 이후 장일정은 다시 깊은 상념에 잠겼다. 그런 그의 차탁에는 귀하디 귀한 명전사봉용정이 싸늘하게 식고 있었다.

‘흐음! 이상해. 희대의 신단인 북명신단을 복용하고도 고작 삼 갑자 내공 밖에 늘지 않았다? 이건 이상해도 한참 이상해. 대체 무슨 연유가 있어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된 것일까?’

장일정의 고심은 뉘엿뉘엿 지던 해가 서산 너머로 넘어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으음! 어찌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삼 갑자 내공밖에 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에겐 천우신조일지도 몰라. 흐음!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형한테 연락해봐야겠다.’

늦은 밤, 장일정은 집무실을 벗어나 천천히 철마당 쪽으로 향하였다. 누가 보면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산책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것은 새로 생긴 습관이다.

속명신수가 전용으로 사용하던 산책로도 있으나 그곳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모든 의원들에게 개방하였기에 그곳을 이용하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원들로서는 신임 방주에게 잘 보여 손해볼 것이 없으니 서로 인사하겠다고 늘 난리가 벌어지곤 하였던 것이다.

* * *

“그러니까 더 기다리지 말고 그냥 치자고?”
“그럼요. 그놈을 천년 만년이 지나도 절대 개과천선하지 못할 놈이니 그냥 죽여버려요.”

“허허허! 그냥 죽여라?”
“네, 할아버지! 이제 더 기다려줄 필요가 없어요. 이번에도 신총(神塚)엘 갔다 왔다잖아요. 그리고는 우리가 뭐라 하든 가고 싶으면 또 가겠다고 했다면서요? 어휴! 그 얘길 들었을 땐 어찌나 화가 뻗치는지 너무 분해 밤엔 잠도 못 잤어요.”

생각만 해도 화가 나는지 팔짝 팔짝 뛰는 일타홍을 바라보는 백발, 백염 노인은 화담 홍지함이었다.

“허허! 녀석, 성질 머리하고는…”
“할아버지, 그러니까 이제 명을 내릴 거예요. 어서 죽이라고…”
“이 할애빈 너와 생각이 다른데…?”

화담의 말은 이어질 수 없었다. 일타홍이 끊었기 때문이다.

“그럼, 그놈이 그러는 걸 계속 두고보자구요?”
“그래, 조금 더 두고보자.”
“왜요? 왜 그래야 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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