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마을 표지석.박도
며칠 전, 서울의 한 모임에서 '쫑파티'를 한다고 회원인 나에게 참석 여부를 타진해 왔다. 원거리를 핑계로 불참을 통보했으나 모임 전날 담당 직원이 전화를 직접 걸면서, 나의 참석 여부 확인보다 이런저런 인사를 하고는 “그럼 선생님, 내일 사무실에서 뵙겠습니다”하고 통화를 끊어버렸다. 내가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불참 통보를 하기에는 너무 몰인정한 사람 같아서 웃어 넘겼다.
여태 운전면허증이 없는 나는 혼자 움직이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안흥과 서울은 교통이 불편하다. 동서울터미널로 바로 가는 직행 버스는 하루에 다섯 차례뿐이다. 그걸 이용치 않으려면 횡성 가는 버스를 타고 새말휴게소나 횡성터미널에 가서 서울 가는 버스로 바꿔 타야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서울 한번 나들이하려면 차타는 시간만 왕복 대여섯 시간에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셈하면 하루가 그냥 지나게 마련이다.
이튿날, 일부러 다른 일거리를 하나 더 만든 후 서울로 가서 '쫑파티'에 참석하고, 서울 집에서 잠을 잔 뒤 다음날 용무를 마치고 동서울터미널로 갔더니 몇 분 차이로 그만 오후 1시 5분 버스를 놓쳐버렸다.
다음 버스는 오후 5시 45분으로 무려 네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몇 번 이용했던 편법으로, 새말휴게소에서 쉬는 강릉행 버스 기사에게 부탁하여 그 버스에 승차했다.
승객은 나까지 다섯 명으로 버스는 텅 비었다. 더욱이 평일인데다가 낮 시간이라 고속도로도 시원하게 뚫려서, 버스 회사에게는 미안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분 좋게 달렸다.
산과 들의 나무와 풀들이 봄을 맞아 초록의 풍성한 잔치를 한바탕 걸쩍지근하게 베풀고 있었다. 달리는 버스 차창 밖으로 그 다채롭고 미묘한 초록의 빛깔을 마냥 즐기는데 차는 어느 새 새말휴게소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