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19

공자라고 불러도 되나요? (7)

등록 2004.05.03 10:05수정 2004.05.0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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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혼례를 올린다면 이회옥은 즉각 장로가 되거나 호법, 혹은 비보전주나 순찰원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직속 상관이 되는 셈이니 미리 잘 보여 손해볼 것이 없다 생각한 각 당의 당주가 스스로 물러난 결과 서열 2위가 된 것이다.

어쨌거나 어제의 회합을 마칠 무렵 빙화는 이회옥에게 상의할 것이 있다면서 자신의 처소인 빙각(氷閣)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명목은 주석교 침공 준비 상황 점검을 위한 상의를 위해서 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말을 곧이 들은 당주는 아무도 없었다.


둘만의 밀어(密語)를 나누기 위한 핑계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말을 하는 빙화의 눈에 정감이 넘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이회옥이 빙각에 있는 것이다.

“호호! 빙각을 처음 와보신 소감이 어때요?”

“하핫! 형당주의 처소이기에 살풍경 할 줄 알았소이다. 헌데 아기자기하면서도 우아한 풍취가 느껴지오. 하핫!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었다면 일찌감치 구경시켜달라고 할 걸 그랬소이다.”

“호호! 그래요? 정말 그래요?”

공치사라 생각되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은 듯 빙화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반짝이는 눈빛과 희고 가지런한 치아는 그렇지 않아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의 미모를 더욱 빛내고 있었다.


“흠! 저기 저 언덕 위에 있는 저 누각 같은 것은 무엇이오?”

“저거요? 호호! 저건 속연루(續緣樓)라 부르는데 소녀가 태어나던 해에 지어졌다고 해요.”


“흐음! 속연루라… 이름을 풀어보면 ‘인연을 이어주는 누각’이라는 뜻인 듯 싶은데 대체 무슨 인연을 이어준다는 것이오?”

“글쎄요? 그건, 소녀도 잘 모르겠어요. 제일호법이신 무영혈편 어르신이 작명하셨지만 무슨 뜻인지 이야길 안 해주셔서…”

이회옥은 조경지의 외호가 나오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림천자성의 제일호법이니 무공이야 강하겠지만 누각의 명칭을 작명할 정도로 학문에도 일가견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오! 그 어르신이 누각의 이름도 지으신단 말씀이시오?”

“어머! 모르셨어요? 제일호법의 학식은 무천서원의 서생들조차 가늠하지 못할 정도라고 해요. 특히 주역(周易)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심득이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소문에 의하면 전대 원주셨던 무궁공자만이 호법을 능가했을 것이라고…”

“흐음…!”

“호호! 놀라시긴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나저나 저곳에 오르면 무림천자성 전역이 한눈에 보여요.”

“오! 그렇소이까? 그렇다면 한번 올라봐도 되겠소?”

“어머! 물론이에요. 소녀가 안내할 게요.”

빙화는 신이 난다는 듯 발딱 일어났다. 그리고는 따라오는지 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앞장을 섰다.

잠시 후, 뒤따르던 이회옥은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무척이나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앞장 선 빙화의 둔부가 걸을 때마다 씰룩이는 묘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애써 보지 않으려고 해도 시선은 탄력 넘치는 둔부로 향하였다. 그리고 이상스럽게도 자꾸 침을 삼키게 되었다.

이회옥은 자신의 모습이 색에 굶주린 색한(色漢)의 전형적이 모습일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여 뒤돌아보지 않게 하기 위하여 침을 삼키면서도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를 썼다.

현재 빙화가 걸친 의복은 만개한 연꽃 무늬가 새겨진 연황색 치파오[기포;旗袍]이다. 이것은 본시 만주족 전통의상인데 청나라가 건국되면서 중원 전체로 빠르게 파급된 의복이다.

몸에 딱 달라붙도록 만들어지기에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며, 특히 허벅지 옆쪽에 트임이 있어 걸을 때마다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너무도 유혹적인 의상이다.

그렇기에 외출 시에는 치파오를 걸치지 않는데 부득불 그것을 입어야 할 경우에는 속살이 보이지 않도록 속에 바지를 입는다.

물론 자신의 거처에 머물 때에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만 손님이 오면 바지를 입는 것이 예의이다. 따라서 바지를 입고 있어야 하는데 빙화는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듯 걸을 때마다 육감적인 허벅지가 드러나고 있었다.

오늘 이회옥은 저녁나절에 방문하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빙화는 시비들로 하여금 대대적으로 전각 청소를 하게 하였다. 정갈하면서도 청결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모든 정리정돈이 마쳐지자 특별히 금준미주(金樽美酒 :금으로 만든 술항아리에 담긴 아름다운 술)와 옥반가효(玉盤佳肴 :옥으로 만든 쟁반 위에 올려놓은 맛있고 아름다운 안주)를 준비하라고 모든 시비들을 내보냈다.

빙화가 술을 즐기지 않았기에 빙각에는 술도 없었고, 안주가 될 만큼 기름진 음식을 만들 재료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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