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호랑이 이야기 22

삼신할머니의 버드나무 가지 3

등록 2004.05.07 06:01수정 2004.05.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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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할머니는 가지고 있던 버드나무가지가 들어있는 비단주머니를 품에 안았습니다. 저 할머니의 말을 믿고 이 버드나무가지를 덥썩 안겨주는 것이 영 못 미더웠습니다.

"왜 내 말을 못 믿나? 이렇게 먼 길 걸어서 이승에 왔는데, 저승에 돌아가서 옥황상제님한테 또 잔소리를 받으란 말이군, 좋네, 좋아, 알아서 하게."


저승할머니가 일어나려고 하자, 삼신할머니가 손을 내저으면 말렸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날 밝으면 가게. 내가 내일 자네한테 꼭 안겨주겠네."

"그래? 그럼 이승에서 잠을 자본것도 아주 옛날이고 그러니 오늘 하루밤 자고 간다고 옥황상제님이 화를 많이 내실 것도 아니고.... 그러도록 하지, 그나저나, 자네 그 버드나무 가지 한번만 자세히 들여다보게 해다우, 난 한번도 그것을 본적이 없는데, 그게 그렇게 신비한 힘이 있나?"

삼신할머니는 품속에서 비단으로 만든 주머니에서 버드나무가지를 꺼내어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분명 버드나무에서 잘려나온 것 같은 것 같은 가지였지만, 아직 이파리도 생생하고 살아있는 나무처럼 보였습니다.

"이게 그냥 이래 보여도, 5천년 묵은 버드나무 가지로 만든 것이라네. 한번 보려나?"


삼신 할머니는 저승할머니에게 버드나무 가지를 안겨주며 말을 이었습니다.

"살오름꽃이랑 뼈오름꽃을 하늘에 뿌리고, 이 버드나무 가지를 휘저으면, 그것이 아이의 살이 되고 뼈가 되어 태어날 준비를 하지. 아이가 나올 무렵 여기에 숨오름꽃 꽃가루를 묻혀 뿌려주면, 아이가 응애 하고 어머니 뱃속을 나오는거야."


저승할머니가 물었습니다.

"그래? 그냥 이렇게 휘젓기만 하면 되는거야?"

"아이구, 세상에 이 무식한 할망구, 그렇게 아무렇게나 휘저으면 일이 되나. 이렇게 예쁘게 태극무늬를 만들어야지."

삼신할머니가 버드나무 가지를 손에 다시 쥐고 공중에 태극무늬를 만들자, 정말 초가집 방안에 태극무늬가 떠올랐다가 다시 사라져 버렸습니다.

"만약 여기에 살오름꽃이 있었다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을게야."

저승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어디 그거 다시 한번만 보여주게"

저승할머니의 말투가 어쩐지 좀 이상했지만, 삼신할머니는 버드나무 가지를 그 할머니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삼신할머니가 하던 대로 따라서 허공에 태극무늬를 그리고 있던 저승할머니의 치마가 다시 펄럭였습니다. 초가집 안에는 바람이 한점도 들어오는 곳이 없었습니다. 삼신할머니는 그 치마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저승할머니가 물었습니다.

"왜 무슨 일이 있나?"

"아니, 그냥 바람이 없는데 자네 치마가 펄럭이는걸 봤거든. 어디서 바람이 들어오는가 해서."

"당연하지. 난 자네한테 없는 게 하나가 더 있거든."

그 말을 마친 저승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치마 뒤로 거무스름한 꼬리가 매달린 것을 보았습니다.

"에구머니."

놀란 삼신할머니는 버드나무가지를 빼앗으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이미 산오뚝이 모습을 변해 버린 저승할머니는 날개를 달고 천장 위로 날아올라버렸습니다.

"산오뚝이, 산오뚝이 네 녀석들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어떻게 이런 짓을, 이 몹쓸 놈들."

바로 손만 뻗으면 닿을 듯 공중에 떠있는 산오뚝이는, 할머니가 아무리 팔을 저어도 닿지가 않았습니다.

"삼신할머니, 버드나무 가지를 순순히 내어준 것도 고맙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친절하게 알려주어 정말 고맙수다. 이 은혜는 차차 갚게 될 것이요."

산오뚝이는 날개를 퍼득이면서 창호문을 뚫고 밖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할머니는 산오뚝이를 쫓아 버선발로 뛰쳐나가면서 말했습니다.

"이놈아! 이놈아! 그 버드나무 가지를 잘 못 사용하면 큰일난단 말이다! 아이구 이를 어쩔고, 이를 어째....."

방안에 있던 장수도깨비 인장이 선명한 그 편지는, 재가 되어 풀풀 날리고 있었습니다.


말씀을 하시면서도 삼신할머니는 그때 일이 자꾸만 떠오르는지 어깨를 흔들었습니다.

"내가 그 말을 하는게 아니었어. 그 말을 그때 하는게 아니었는데.... 이제 곧 내가 점지한 아이들이 나올 때가 됐는데, 버드나무 가지가 없이 이를 어찌 할고. 아이구 세상에, 아이구 세상에..."

바리는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삼신할머니의 그 버드나무가지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삼신할머니가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그 산오뚝이들이 그런 도술을 익히게 되었는지... 그 저승할망구 모습은 어찌 그리 똑같은지, 주름살 하나하나 다름이 없었다우. 그 날아다니는 거하며.... 그 꼬리를 잘 봤어야하는건데, 그 꼬리를.... 산오뚝이들은 아무리 도술을 용하게 부려도 그 꼬리를 없앨 수는 없는 법이거든"

바리가 물었습니다.

"산오뚝이가 뭐에요?"

백호가 대신 대답했습니다.

"나무와 바위 속에 살고 있는 요괴들인데, 어떤 것들은 도깨비들의 수련을 받아서 산신들을 돌보고 사는 경우도 있어. 마저 자라지 못한 산오뚝이들은 어떤게 옳고 그른 것이지 제대로 판단을 할 수가 없는데, 분명 붉은호랑이들이 그 산오뚝이들을 데리고 놀고 있는게 분명해."

삼신할머니가 말했습니다.

"그 장수도깨비가 만드는 인장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가 없는 것 아닌가. 듣자하니 서천꽃밭을 들어갔던 산오뚝이들도 그 인장이 들어있는 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네. 이게 대체 어인 일인가?"

"그건 저도 모릅니다, 지금 그 호랑이들의 우두머리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저희들도 아무도 모릅니다. 단지 그냥 그 호랑이 대왕의 도술로 만들어낸다는 생각을 할 뿐이지요. 아니면 이미 도깨비들 중에서도 그 호랑이편이 되어버린 놈들이 있을 수도 있고 또 뭔가 새로운 도술책을 얻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버드나무 가지를 몇 달 전에 가지고 갔다면 그전까지는 새로운 호랑이들을 만들어 내지 못했단 이야기겠지요?? 제가 기억하기에 그 호랑이들이 영혼들을 잡아가기 시작한건 훨씬 전부터입니다. 그럼, 그 전에 잡아간 그 수많은 영혼들은 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던 건지…전부 다들 호랑이가 되어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들 호랑이가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그냥 몸을 떠난 영혼으로만 어딘가에서 묶여있었단 말인가……"

백호는 복잡한 지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호랑이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듯한 말을 듣고는 바리는 짐짓 겁이 나고도 했고, 답답해져 물었습니다.

"그럼, 그 버드나무 가지는 어디서 구해요? 벌써 다 끝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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