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20

공자라고 불러도 되나요? (8)

등록 2004.05.07 10:20수정 2004.05.0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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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전각에 홀로 있었기에 거추장스런 바지를 걸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회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방문하였기에 서둘러 영접하느라 미처 바지를 걸칠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허벅지가 드러나고 있지만 이 순간 빙화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을 다해 연모하는 이회옥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게 되었다는 설레는 마음 때문이다.


오늘 이회옥이 일찍 온 것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자신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이회옥은 몹시도 당황스러웠다. 시선을 올리면 옆구리와 팔 사이로 소담스런 유방의 윤곽이 보였고, 아래로 내리면 사슴의 다리처럼 날렵하면서도 균형 잡힌 종아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안 보이면 모를까 막상 그런 것들이 눈에 뜨이니 이상하게도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것이 바로 색욕(色慾)의 전조(前兆 : 미리 나타나는 조짐)라 생각한 그는 고개를 흔들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조차 거부하였다. 하여 시선을 다른데 두고 싶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가면서 마냥 시선을 돌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언덕 위에 있는 속연루로 가려면 많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계단 폭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계단을 오를 때 한눈을 팔다가는 앞으로 엎어질 수 있다. 그러면 본능적으로 땅을 짚으려 손을 내밀게 되고 그러다가 앞서가던 빙화의 탐스러운 둔부를 움켜쥘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곤혹스러웠지만 시선을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호호! 속연루에 오를 때면 시야가 탁 터져서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시원함을 느끼곤 했어요. 밤에는 하늘의 별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해요.”
“그, 그, 그렇소?”

이회옥이 말을 심하게 더듬자 이를 이상히 여겨 고개를 돌린 빙화는 그의 이마에 맺힘 땀을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 어디 편찮으세요? 웬 땀을 이렇게 흘려요? 몸이 불편하시면 말씀하세요. 소녀가 부축해드릴게요.”
“아, 아니오. 되, 되었소이다. 그, 그냥 조금 더운 것 같아서…”

무림지옥갱에 하옥되었던 이회옥은 마선봉신이라는 외호를 얻었지만 단전이 파괴된 상태이다. 따라서 내가 고수들이라면 평생 모를 병을 심하게 앓을 수도 있다.

인체는 비정상적인 기후조건인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 등 육음(六淫)이 침범하면 발병하게 된다.

이중 바람에 손상된 상풍증(傷風症 :전염성이 없는 보통감기)과 추위에 손상된 상한증(傷寒症 :전염성이 강한 유행성 감기)이 가장 많다. 상풍증은 열이 나되 바람이 싫고, 땀이 나고, 맥이 뜨며 부드러운 것(부완․浮緩)이 특징이다.

반면 상한증은 열은 나되 추우며, 땀은 나지 않고, 맥이 뜨며 긴장이 되어 있는 것(부긴․浮緊)이 특징이다.

빙화가 보기에 이회옥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홍조를 띈 얼굴하며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으로 미루어 상풍증에 걸린 듯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회옥은 고열에 시달리면서 사지통증과 더불어 인후통까지 겪고 있을 것이다.

하여 얼른 계단을 내려가 그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워 부축하려 하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

“어머! 안 되겠어요. 아무래도 상풍증 같아요. 어멋…!”
“……!”

순간적으로 둘 모두의 움직임이 멈춘 것은 이회옥이 팔꿈치에서 뭉클한 촉감을 느낀 직후였다. 얼른 부축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빙화가 팔을 깊숙이 당겼기에 발생된 일이다.

빙화는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이다. 들어갈 곳은 확실히 들어가고 나올 곳은 완전하게 나와있다.

풍염(豊艶)한 가슴과 개미허리처럼 잘록한 세류요(細柳腰), 그리고 폭발적으로 발달한 둔부에 이어 쭉 뻗은 옥주(玉柱)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궁장을 걸치고 있어도 몸매가 대단할 것이라 짐작할 정도인데 치파오를 걸치고 있으니 이 모든 것이 너무도 확연히 드러나 있는 상태이다.

그렇지 않아도 둔부와 허리, 그리고 다리의 움직임 때문에 싱숭생숭하였던 이회옥은 팔꿈치에서 탄력 있는 뭉클한 느낌이 오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마치 뇌전에 감전이라도 된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저, 저어…!”
“마, 말씀하시오.”

당황한 빙화가 얼른 팔을 놓으며 입을 열었으나 뒷말을 이을 수는 없었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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