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방에 군불 때고 널어도 이보다 더 낫지 않았습니다.김규환
"할매!"
"누구냐?"
"예. 저라우."
"누구?"
"규환이랑께요."
"워째서?"
"덕석 좀 가지로 왔어라우. 고사리 널 데가 부족헝께요."
"갖다 써라."
큰 집 것은 약간 작았지만 최근에 잘 쓰지 않고 걸어 놓아 훨씬 가벼웠다. 사립문을 통과하여 나오는 담벼락이 왜 그리 길었던지. 앓다시피 허리가 끊어지는 느낌이 전해오지만 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마구 달렸다.
거의 덕석과 함께 마당에 고꾸라져 엎드린 채로 한동안을 쉬었다. 간신히 기운을 차려 먼저 깔아 놓은 것과 나란히 폈다. 수북히 쌓인 나머지를 고루 펴 널었다.
일단 다 해놓았다고 맘 푹 놓고 밖에 나가 놀지를 못한다. 그곳에 긴 대막대기를 하나 손에 쥐고 있다가 어미 닭과 중병아리가 휘저어놓고 닭똥을 찍찍 깔겨대는 일을 막아야하고 행여 고사리인 줄 알고 하나씩 물고 유유히 사라지는 걸 방지해야 한다.
마루에 걸터앉아 지켜보았다. 일을 마치고 한 시간여 지났을까 몰라보게 줄기가 가늘어져 간다. 조그만 더 햇살이 내리쬐면 오후 서너 시쯤엔 바삭바삭 꼬들꼬들 마르겠지만 높게 떠 덩치가 무척이나 큰 흰구름이 세월 모르고 마을을 감싸 어슬렁거리는 통에 널어 말린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마음이 다급해졌지만 마당으로 내려가서 다시 비벼주고 널어주는 수밖에 없다. 고사리 잎도 떼어내고 오가며 집에 들를 때마다 비벼줘야 고사리가 부드럽고 말라서도 부러지질 않는다. 몇 번 비벼주니 이젠 고사리밥이 쉬 떨어진다.
얼마 지나면 해가 내리쬐겠지. 부엌으로 가서 물동이에 담긴 물을 한바가지 떠먹고는 졸음이 몰려와 마루에 홑이불을 꺼내와 배를 깔고 엎드려 마당을 내려다봤다. 잠시 눈을 감고 경계를 게을리 한 사이 한 무리의 닭이 몰려들었다.
"워-"
"쉬-"
장대가 그에 미치지 못하니 마루에 대고 "통통" 소리가 나도록 두들겨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잡고 있던 *간지대를 휙 던져버렸다. 순간 한 마리가 *어깨쭉지에 맞자 놀란 *닭구새끼들이 한꺼번에 뒤뜰로 사라졌다. 한가지만 생각할 줄 아는 닭이 또 귀찮게 몰려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