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애들아, 저게 갯메꽃이야. 바다 근처에 사니 '갯'자가 들어간 것인데 메꽃과 이파리 모양만 다르고 똑같단다.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잖아. 물론 하늘에 계셔도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알고 계시지. 그래도 혹시나 해서 하나님은 메꽃을 만들어 주셨어.
"애야, 땅에서 일어나는 일을 나에게 큰소리로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꽃 모양도 나팔모양으로 만들어 주었단다. 그런데 메꽃이 이 땅에 살면서 보니까 힘들게 사는 사람들은 너무 힘들게 살고, 잘사는 사람들은 너무 잘사는 거야. 아마 노력을 안 하니까 못사나 보다 했지.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노력을 안 해서가 아니라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부자들에게 빼앗겨서 가난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하나님, 이 땅에 문제가 있어요!"
크게 소리쳤지만 하늘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어.
높은 곳으로 올라가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어.
그렇게 하루 이틀, 일년 이년.
메꽃은 하나님이 자기의 소리를 듣지 못하시는 것만 같아서 지쳤단다.
'그래, 하나님이 혹시 돌아가셨을지도 몰라. 아니면 부자 편인지도 모르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를 나누어 줄 수 있다면… 혹시라도 내 몸에 그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라도 있으면 나눌텐데….'
그러나 메꽃이 그렇게 하늘에 대고 하나님께 소리를 치고 있을 때, 이미 하나님은 땅에 와 계셨단다. 가난한 자들의 아우성치는 소리에 침묵할 수 없어 이 땅에 사람의 몸을 입고 오셨지. 그러니 하늘에 대고 외치는 메꽃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거야. 메꽃은 하늘에 대고 외치는 것을 포기하고 땅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외치기 시작했어.
"배가 고프면 나의 하얀 뿌리라도 캐다가 드세요. 국숫발같이 생긴 하얀 뿌리를 쪄서 먹으면 조금이라도 나을 거예요."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메꽃의 뿌리를 캐서 먹기 시작했단다.
"햐, 신기하기도 하지. 정말 국숫발같이 하얗고 탐스럽기도 하다."
가난한 자들과 함께 이 땅 여기저기를 다니시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시던 하나님도 메꽃의 소리를 듣게 되었어. 그리고는 메꽃에게로 가셨지.
"정말 너를 캐먹어도 되겠니?"
"그럼요. 내 몸이 끊어지는 아픔 정도는 참을 수 있어요. 어서 제 뿌리를 먹고 힘내세요."
메꽃은 그가 떠난 후 하나님이라는 것을 알았어. 왜 하늘에 그토록 이 땅 가난한 사람들의 억울함을 외쳤는데도 침묵하셨는지 그 이유를 알았던거야.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곳 고통의 소리가 있는 곳, 여기에 계셨군요.'
하나님도 메꽃의 마음에 감동이 되셨지. 그래서 아무리 뿌리를 캐가도 그 생명을 이어가라고 튼튼한 뿌리를 주셨단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메꽃의 뿌리를 캐가도 꼭 땅 속 어딘가에 그 뿌리를 남겨주셔서 지금도 여기저기에 메꽃들이 줄기차게 피어난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