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말하고 있다

[태우의 뷰파인더 25] 침략에 의한 미국의 세력확장에 반대하며

등록 2004.05.18 10:00수정 2004.05.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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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미국은 시민의 편인가, 독재자의 편인가


1980년 ‘인권외교’를 내세웠던 지미 카터 민주당 대통령이 낙선하고 군수자본가의 지원을 받는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미국의 4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군수자본가들이 거느린 영화산업을 통해 발탁된 배우 출신 대통령의 당선은 세계에 전쟁의 먹구름을 몰고 왔다.

레이건 정권은 레바논 파병, 리비아 폭격, 그라나다 침공, 니카라과 반군 지원 등의 대외정책을 통해 제3세계에 커다란 위협을 주었다.

80년 광주의 봄. 전두환을 정점으로 하는 신군부는 광주에 특전단을 전면 배치했다. 신군부의 나팔수였던 언론은 시민군을 ‘폭도’, ‘사회전복세력’으로 보도했고, 베트남전을 방불케 하는 시가전을 벌였다.

시민군의 유일한 목표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었다. 당시 시민군은 지구전을 펼치면 다른 지방의 시민들이, 세계 민주주의의 우방들이 그들을 도우러 와줄 거라고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무도 그들을 돕지 않았고, 그들은 학살당했다.

미국은 도움 대신 시민의 피가 채 마르지도 않은 신군부의 손을 마주잡고 악수를 했다. 그것이 바로 레이건 정권의 실체였다. 미국은 한 번도 독재에 저항하는 약소국 시민의 편을 들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그들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행동했을 뿐이다.


2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만약 80년 봄, 광주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다면 이제 그 아이가 어엿한 청년이 되었을 만큼의 세월이다. 하지만 광주에서 일어났던 천인공노할 만행은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일부 양심적인 관련 인물들에 의해 13대 국회의 광주 청문회는 ‘정치적 계산’에 의해 진행되었음이 밝혀졌다. 진실의 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 학살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 등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80년 광주의 아픔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따사로운 5월이 와도 괴로울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이제 국가가 다시 나서야 한다. 진정한 사죄와 참회를 위해 광주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 진정한 의미의 '역사 세우기'를 위해 '광주 민주화 항쟁'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일제시대 일본과 미국의 닮은 점

일본이 한국 점령의 야욕으로 불타던 1900년대 초반 강대국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국의 이익'이었다. 그 이외에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러한 강대국의 논리가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1905년 당시 일본의 외무장관과 미국의 대통령이 체결한 ‘가쓰라-테프트 밀약’이다. 이 밀약의 핵심은 미국은 필리핀 점령을, 일본은 조선의 점령을 서로 묵인한다는 것이었다. 영국도 인도를 점령하는 대신 일본의 조선 점령을 인정해주었다.

김태우
강대국들은 지분을 나눌 때, 약소국의 시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그들에게 주어질 더 큰 ‘치즈’만을 생각할 뿐이다.

일본은 한국의 국권을 강탈하면서 ‘어리석은 조선 백성을 일깨우고, 한반도에 철도와 학교를 건설하여 근대화 시켜준다’는 논리를 폈다. 이 논리를 미국은 이라크에서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미국이 가장 먼저 내세웠던 대량살상 무기 제거라는 명분은 완전한 ‘허구’임을 파월 미 국무장관이 17일 시인했다.

대량살상 무기 이외에 내세웠던 알 카에다 연관설과 후세인 독재정권의 축출도 전쟁의 명분으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알 카에다와 무관한 것이 이미 밝혀졌고, 후세인 독재정권은 이미 ‘아웃’ 당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이라크에 ‘민주주의의 성공적 토착화’라는 주둔 명분을 다시 내세우고 있다. 그야말로 그 때, 그때마다 자신들의 논리에 의해서 명분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마치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했을 때처럼.

역사는 말하고 있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역사에 대해 배우는 이유가 ‘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라고 배웠다. 왜냐하면 다소 차이는 있을지라도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에서 보여주는 미국의 행동은 '2004년의 미국'이 광주 민주화 항쟁의 의지를 무시하고 독재자와 악수를 했던 '1980년의 미국'과 가쓰라-테프트 밀약을 체결한 '1905년의 미국'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김태우

일제시대의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일제 경찰의 손에 고문을 당했던 것처럼 이라크에서도 미군에 의해 이라크의 독립투사들과 무고한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이번 이라크전 추가 파병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미군의 고문이 밝혀진 이후에 이라크에 파병하는 첫번째 국가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라고 밝혔다.

역사는 말하고 있다. 침략에 의해 영토를 확장하려는 미국의 제국주의에 반대하라고. 다시는 베트남전과 같은 '제국주의 전쟁의 늪'에 빠지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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