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29

잠시만 이렇게 있어줘요! (7)

등록 2004.05.28 12:15수정 2004.05.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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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이다. 여러분들의 의지가 그러하다면 본단에는 기꺼이 여러분들을 단원으로 받아들일 의사가 있소이다.”
“만세! 제세활빈단 만세! 만세! 만세!”
“와와와! 우리도 단원이 될 수 있단다! 만세! 만세! 만세!”

때아닌 만세삼창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누대 위 면구를 쓴 인물들의 눈에서는 감격스럽다는 듯한 안광이 발해지고 있었다.


“좋소이다! 이제 여러분들은 본단의 예비단원들이오. 이제 여러분 개개인에게 임무가 부여될 것이오. 그 임무를 수행하기 전 반드시 숙지하여야 할 사항들이 있으니 각자 인솔자를 따라 가시오. 여러분들의 앞날에 무운(武運)이 있기를 빌겠소!”
“충성!”

500여 인물들은 마치 한 사람이 목소리를 내는 듯 일제히 한 팔을 가슴에 대는 군례를 올렸다. 그리고는 각기 십 명이 한 조가 돼 일사불란하게 흩어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단상의 인물은 아랫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무언가 굳은 결심하는 모양이었다. 가냘픈 몸매로 미루어 일타홍 홍여진이 틀림없었다.

‘단주께서 처단하라 하셨지만 따르지 않았지. 죽여 없애기엔 그 수효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젠 아냐. 아무리 많아도 모조리 없애겠어. 놈들을 살려둘 가치조차 없는 놈들이야. 그래 모조리 죽이자! 그래야 선무곡이 살아. 좋아, 이제 시작이야! 선무곡의 미래를 위해 모조리 죽이겠어. 너무 많은 살생으로 내가 지옥에 간다 하더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겠어.’

몇 달 전, 선무곡의 저잣거리 곳곳에는 일제히 방이 붙었다. 그것으로 인해 온통 술렁이고 있었는데 누가, 언제, 어떻게 붙였는지 알 수 없는 방의 내용 때문이었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오늘에 와서야 목놓아 우노라!

선무곡의 열혈 청년들에게 고함.


위대한 선조 광개토대제가 본곡의 곡주였을 때 우리는 전 중원을 질타하는 위대한 문파였소. 그런데 오늘 우리의 모습을 보시오. 우리는 강호의 무명소졸로 전락하고 말았소.

참으로 통탄스런 일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오.

우리는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어리석은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오. 그 해결책은 하나 뿐!

본곡으로 하여금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게 하는 것이오.

지금껏 외세에 눌려 숨죽인 채 그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굴욕적인 삶을 살아서는 아니 될 것이오.

후손들에게도 굴욕적인 삶을 살라 강요할 것이오?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면 당장 칼을 물고 자결함이 마땅하오.

이제 우리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고자 나섰소. 그러기 위해 뜨거운 가슴을 지닌 열혈 청년들을 모집하는 바이오.

장차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일은 위험할 수도 있소. 명예를 잃을 수도 있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소. 때로는 그보다 훨씬 더한 고초를 겪을 수도 있소.

우리가 왜문에 복속되어 치욕적인 삶을 살 때 수많은 열혈 영령들이 겪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할 수도 있소.

하지만!

우리가 위대한 일을 이뤄내기만 한다면 우리의 성명 석 자는 영원히 선무곡의 사서에 기록될 것이오.

어떠한 난관이라도 극복해내겠다는 불굴의 의지와 누구보다도 선무곡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녔다고 자부한다면 환영하오.

살인을 한 살인자이거나 색마라도 상관없고, 사기꾼이나 도박꾼이라도 상관없소. 돼지나 소를 잡는 백정이라고 괜찮고, 술주정뱅이라도 상관없소. 뜨거운 의지만 있으면 되오.

그러나 과거 왜문에 빌붙어 동족을 음해한 자와 그 후손, 그리고 무림천자성을 숭상하는 자들과 장로원의 장로들은 사양하오.

누구든 멸사봉공(滅私奉公 :사심(私心)을 버리고 나라나 공공(公共)을 위하여 힘써 일함.)하여 위대한 선무곡이 더욱 위대해지도록 하겠다는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지원해주길 바라는 바이오.

제세활빈단 단주 백>


“헉! 이거 누가 붙인 거야? 제세활빈단이라니? 혹시, 예전에 홍길동이 이끌었다는 활빈당(活貧黨)의 후신인가?”
“예끼, 이 사람아! 홍길동이 언제 적 사람인데…? 그 사람 죽고 난 후 활빈당은 전혀 활동이 없었어. 그러니 아닐 거야.”

“흐음! 그런가? 그런데 말이야. 이걸 누가 붙였지?”
“그러게 말이야. 조금 전에도 없었는데. 정말 신출귀몰하군.”

“야야! 그건 그렇고 이게 정말일까?”
“왜? 생각이 있어?”

“자넨 우리 선무곡을 사랑하지 않나? 그동안 말은 안 했지만 난 본곡이 요 모양 요 꼴인 게 참으로 마음에 안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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