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33

어둠 속의 두 그림자 (1)

등록 2004.06.07 12:08수정 2004.06.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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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왔으면 냉큼 장부와 수량이 맞는지를 확인해야지.”
“아, 알겠습니다. 야, 뭐해? 어서 장부를 펼쳐.”
“아, 알았어. 그런데 젠장, 이게 어디에 있는 거야?”

나타난 무리는 모두 십이명으로 모두 오각수 도날두 휘하의 감찰당 소속 정의수호대원들이다.


이들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재물 조사, 즉 장부와 실제 물건의 수효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위함이다.

이 일은 매년 있는 일로 원래는 오각수가 진두 지휘하여야 할 업무이다. 하지만 오늘은 무영혈편이 지휘를 맡았다.

오각수가 급한 용무로 출타를 하면서 부탁하였기 때문이다.

잠시 장부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본 무영혈편은 또 다시 노갈을 터뜨렸다.

“이놈들! 동작 봐라? 동작이 그리 굼떠서야 어디 무림천자성의 정의수호대원이라 할 수 있겠느냐? 어서 장부 대조를 시작하라.”
“존명! 지금 헤아리고 있습니다요.”


대원들은 엄하기로 이름난 무영혈편의 눈밖에 나면 큰일이라는 듯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누군가의 입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젠장! 이건 너무 많잖아… 어휴, 이걸 언제 다 헤아려?”
“많은 건 그런 대로 어떻게 하겠는데 이렇게 개판으로 늘어놔서야 어찌… 헷갈려서 못 세겠네. 제기랄!”


“쓰블! 어떤 자식들이 이렇게 놨지? 들여 놓을 때 좀 정리해서 놓으면 누가 때리나? 젠장! 이렇게 얼기설기 놓기도 힘들겠다.”
“그러게 말이야. 나가면 어떤 놈이 이랬는지 알아 봐야겠어.”

“알아 봐서 뭣하게?”
“뭣하긴? 매년 우릴 고생시켰으니까 실컷 패주거나 술을 사게 만들어야지.”

“크크!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야.”
“그나저나 이건 잘못 건드리면 큰일나는 거라. 함부로 다룰 수도 없는데, 젠장! 나는 매년 이맘 때만 되면 신경이 곤두서.”

“그건 나도 그래. 이거 잘못 건드리면 즉각 황천 구경을 할 테니 조심들 하자. 알았지?”
“알았어. 그런데 이걸 언제 다하지?”

“에구, 언젠간 끝나겠지 뭐! 자, 시작하자구.”
“젠장! 그 언제가 언제냐구? 오늘 중에는 끝나겠어? 쓰블, 이걸 누가 건드린다고 매년 이 짓을 시키는 거야? 에이…”

나지막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영혈편은 졸기라도 하는지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앉아 있는 곳은 어제까지 재물조 사를 마친 구역인지라 누구도 그의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잠깐 햇볕을 쬐다 내려왔으니 집합 시간에 늦어 봐야 반의 반각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보자마자 노갈을 터뜨리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오늘 제일호법의 심기가 몹시 불편한 듯 싶었다.

하긴 안락한 집무실을 내두고 어둡고 습기 찬 이곳에 오후 내내 있을 생각을 하면 심기가 불편할 법도 하다. 하여 정의수호대원들은 가급적이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작업하였다.

이들이 하는 일은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궤짝들의 수효를 헤아리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수량이 많기에 열두명이 꼬박 사흘을 헤아려야 할 정도로 많았다.

“이런, 젠장! 여긴 왜 이렇게 쥐새끼들이 많아? 이봐! 자네가 어제 여기서 뭐 먹었어?”
“아니? 거기 뭐가 있는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여기 먹을 걸 흘려놓으니까 쥐새끼들이 들끓잖아. 젠장! 깜짝 놀랐네.”
“미, 미안하이. 자네도 알다시피 어젠 내가 조금 늦어서…”

“되었네. 다시는 그러지 말게.”
“알겠네. 미안하이. 내 나가면 술 한잔 사겠네.”

“그으래?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이왕이면 좋은 데 가서 사라구. 알았지? 어라, 이게 왜 이렇지?”
“왜 그러는데? 뭐 이상한 게 있는가?”

“그래, 이쪽에 있는 것들은 다른 것들과 달리 뚜껑의 못이 다 박혀 있지 않고 대가리들이 조금씩 삐져 나와 있어.”
“그래? 그게 무슨 문젠데?”

“다른 건 안 그런데 이쪽에 있는 것 몇 개만 그래. 이렇게 된 건 어제까지 조사한 것들 중에는 없었거든.”
“그래? 어디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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