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34

어둠 속의 두 그림자 (2)

등록 2004.06.09 13:07수정 2004.06.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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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등 중 하나가 발견한 것은 뚜껑의 못이 완벽하게 박히지 않은 궤짝이다.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그것을 문제 삼은 것은 이곳 창고의 유난스런 규정 때문이다.

이곳에 보관되는 것들은 완벽하게 못질을 하게끔 되어 있다. 적재하다 잘못하여 못대가리에 걸리게 되면 엎어지면서 사람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이곳에 보관되는 것들은 지극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것들이다. 따라서 자그마한 실수라도 빚어지면 큰 일이 생기기에 어떠한 경우라도 모든 못은 대가리까지 완벽하게 박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으음! 아무래도 이상해 한 번 열어봐야겠어.”
“내가 보기에도 누군가 손을 댔다가 시간이 없어 뚜껑을 대충 닫은 것 같아. 자, 같이 열어 보세.”
“그러세! 자넨 그쪽을 맡게 나는 이쪽 것들을 빼지.”

말을 마친 둘이 막 궤짝의 못을 빼내려 할 때 장부를 들고 왔다갔다 하던 대원이 다가왔다.

“야! 니들 거기서 뭐해?”
“예? 이게 좀 이상합니다. 누가 열어봤는지 못 대가리들이 완전하게 박혀있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혹시 누구 손댔나 싶어 한 번 열어보려고….”
“뭐? 니들 지금 정신이 있어, 없어? 임마! 우리 모두 뭐 빠지게 하고 다녀도 오늘 안에 끝날까 말까 하다는 거 몰라?”


“아, 압니다. 하지만 이게 이상해서…”
“미친놈들! 비켜, 지금 이거 할 시간이 어디 있어? 못이 튀어 나와 있으면 박아 넣으면 되잖아. 에이 한심한 놈들! 니들 이따가 해우소 뒤에 집합해. 정신이 번쩍 나도록 해주지.”

장부를 들고 있던 대원이 다른 대원들보다 고참인 모양이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대꾸도 못하고 뒤로 물러섰던 것이다. 그는 다짜고짜 무적검을 뽑아들고는 손잡이 뒤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못을 박으려고 했다. 이때 벼락 같은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네 이놈! 이 정신 나간 놈아. 너 정말 미쳤느냐?”
“예…? 무슨 말씀이신지…?”

“여봐라! 무엇 하느냐? 어서 저놈의 무적검을 빼앗아라.”
“헉! 내 무적검을 왜…?”

느닷없는 고함에 화들짝 놀란 대원은 대체 왜 그러느냐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의 주위로 모든 대원들이 모여들었다.

“얌마! 너 미쳤어? 여기가 어디라고 그걸로 뭘 하려해?”
“대체 왜…? 왜 그러는데?”

“이 자식이! 너, 정말 몰라서 그래? 얌마, 그걸로 못 박는다고 했다가 불꽃이라도 튀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죽고 싶어?”
“헉…!”

“네 이놈! 정신 못 차리는 놈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지?”
“호, 호법님! 소, 속하가 자, 잘못을….”
“네, 호법님 한 번만 용서해주시….”

곁의 대원이 한 마디 거드는 순간 또 노갈이 터져 나왔다.

“이놈들! 정신 상태가 썩었구나. 지금 당장 집합!”
“헉! 존명!”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12명의 대원들은 일렬횡대로 집합을 하였다. 과연 정의수호대원다운 신속함이었다.

“하나, 둘, 셋, 넷… 열둘. 집합 끝!”
“좋아, 지금부터 맨땅에 대가리를 박는다. 실시!”

"쿠쿵! 쿠쿠쿠쿠쿠쿵!"
“으윽! 크윽!”

뒷짐을 쥔 채 머리를 땅에 박은 대원들의 입에서는 나직한 신음이 나왔다. 신입대원 때 해 보고 오랫동안 안 하던 것을 하니 통증이 느껴졌던 것이다.

“하나에 일보 전진! 둘에 일보 후퇴. 알겠느냐?”
“존명!”

“하나!”
“으윽! 으으으윽!”

“둘!”
“으윽! 크으윽! 끄윽! 으으으윽! 윽!”

명에 따라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는 대원들의 입에서는 고통을 참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놈들! 명색이 정의수호대원이면서 겨우 이 정도에 신음을 토하나? 좋아, 정신이 번쩍 나도록 해주지. 하나! 하나! 하나! 둘! 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자동!”
“으으윽! 크으윽! 끼잉! 커억! 으윽! 허억! 끄윽! 아악!”

어두운 지저에서 정의수호대원들은 신음을 토하며 벌을 서고 있었다. 같은 순간 태사의 뒤쪽으로 누군가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아무도 몰랐다. 기합 받기에도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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