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호랑이 이야기 38

아주 먼 옛날이야기 2

등록 2004.06.10 00:37수정 2004.06.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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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동굴 속에서 겨우겨우 몇 주를 지낸 호랑이는 갈수록 기력이 떨어져 갔습니다.

동굴 밖에서는 호랑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염소들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말들이 뛰어노는 소리와 멧돼지들의 콧소리 또한 호랑이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곰만 사람이 되게 만들어 주고 호랑이는 동굴 속에서 굶어죽도록 만든 그 하느님의 제안이 미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죽을 바에 마지막으로 멧돼지 한마리만이라도 맛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참다못한 호랑이는 동굴 밖에서 들리는 멧돼지의 콧소리를 따라 뛰쳐나가고야 말았습니다.

곰이 인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호랑이는 자기가 그만한 시간을 견디었더면 사람이 아니라 주검이 되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과 인간들, 그 주변에서 살고 있는 하느님들이 싫어지게 된 건 너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 후 호랑이들은 인간들과 적이 되어 살아야만 했습니다. 산에 살던 호랑이들은 민가에 내려와 사람들을 해했습니다.


사람들은 호랑이들을 두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 누구도 호랑이를 대적할 존재는 없었습니다. 호랑이들을 두려워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그 두려운 호랑이들을 하느님의 존재로까지 끌어올려 기도를 하고 복을 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기세를 타고 호랑이들은 하늘나라에까지 올라가 하느님들과 싸워볼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해와 달을 관리하는 일월궁전은 전쟁이나 호랑이 같은 맹수에 의해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동아줄로 끌어당겨올려 주어 그 아이들이 하늘나라에서 해와 달을 관리하면서 살도록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호랑이 한 마리는 일월궁전에 올라가 하느님들을 만나고, 자신들이 인간이 되지 못하게 한 그 하느님들을 몰아내고자 했습니다.

그 호랑이는 한 가엾은 남매의 어머니를 잡아먹고, 그 아이들과 함께 동아줄을 타고 하늘나라에 올라가고자 했지만, 끝내 썩은 동아줄로 인해 떨어져 죽어야만 했습니다. 수수밭을 온통 피로 물들이면서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 수수밭을 물들인 호랑이의 피를 먹으면서 호랑이들보다 더 강해지고자 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호랑이들을 대적하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산에 불을 지르고, 무기를 만들어 호랑이들을 무찔렀습니다.

사람들이 산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호랑이들은 살 곳을 잃어버렸고, 호랑이들은 더이상 설자리가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호랑이들이 전부 없어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호랑이들은 더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호랑이들의 소원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여의주였던 것입니다. 아주 용감하고 덩치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용을 처치하기 위해서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백두산 천지에서 한반도를 지켜주는 가신들의 힘이 담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용 한마리와 싸운 그 호랑이는 끝내 여의주를 빼앗아낼 수 있었습니다.

용은 백두산 천지에 떨어져 그 곳에 사는 생명을 모두 죽게 만들었고, 자신들의 힘이 담긴 여의주를 잃어버린 가신들 역시 힘을 잃어 사람들로부터 잊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을 악에서 지켜주던 가신들이 그 일로 위기에 처하자 인간들이 약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용에게 여의주를 빼앗은 그 호랑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한반도에서 다시 활개를 치는 그 날을 꿈꾸는 다른 호랑이들을 자신의 날개 아래로 끌어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산 위에서 산신들의 심부름을 하며 살아가는 호랑이들 중 몇 몇을 제외하고는 이 땅 호랑이들이 전부 그 아래로 모여들었습니다.

한반도 등줄기, 아주 깊은 산 속, 누구 하나 찾아오지 못하는 그 곳에 호랑이들이 모여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승천하는 용에게 여의주를 빼앗은 호랑이는 우두머리가 되었고, 여의주의 힘을 빌려 많은 도술을 연마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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