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창 허씨 비단집 허호(46), 민숙희(43) 부부박도
약속한 날 가구점 주인이 아내와 함께 트럭을 타고 와서 책장을 내린 후, 서재에다가 넣고는 아주 익숙한 솜씨로 들여 놓았다. 나는 가구점 주인 아내의 재빠른 손놀림에 감탄했다. 남편이 드릴로 책장에 구멍을 뚫자 거기다가 나사못을 박는 솜씨가 여간 야물지 않았다. 팔뚝도 예사 가정주부와는 달리 굵고 억세게 보였다.
가구점 주인 말이 "늘 같이 다니면서 아내가 보조 일을 해 준다"고 했다. 우선 한 사람의 인건비도 줄이고, 이런 힘든 일을 배우려는 젊은이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부는 20여분만에 일을 끝났다. 나는 셈도 해 줄 겸 그들 부부를 탁자에 앉게 하여 차 대접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가구점 부부는 다섯 공주를 두었는데 요즘 한창 교육비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오래도록 부부가 같이 일을 하니까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상대가 뭘 원하는지 안다면서 좋은 점이 더 많다고 했다. 내가 설사 두 사람은 눈속임질을 해도 ‘그 주머니 돈’이 아니냐고 했더니, 말인즉 옳다고 함께 웃었다.
요즘은 부부가 같은 일은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취재 여행을 다니다 보면 대부분 부부가 같이 일을 하고 있다. 몇 해 전 거문도에 갔더니 고기잡이배도 부부가 함께 타면서 그물을 함께 걷었다. 농사꾼도, 비단장사도, 심지어 도공도 부부가 같이 일을 했다. 지난날은 ‘부부유별’이라 하여, 돈 버는 바깥일은 대체로 지아비가 하고 지어미들은 가사 일에만 전념했는데, 이제 그런 고정관념이 깨어져 버렸다.
옆집 작은 노씨는 트럭에 배추를 싣고 서울 가락시장에 운반을 하는 일을 하는데 꼭 옆 자리는 부인을 태우고 다닌다. 노씨는 그러면 안전 운행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옆에서 부인이 말도 시키고 껌도 입에 넣어 주고, 길이 막힐 때는 얘기 벗도 돼 주기에 아주 좋다고 했다. 부인의 이야기는 남편 차를 타고 같이 다니면 힘은 들지만 안심이 된다고 했다. 음주 운전도 않게 되고 시간나면 딴 짓(고스톱 등등)도 예방하니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