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53

죽어버린 나무들의 숲 2

등록 2004.07.09 01:32수정 2004.07.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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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가 물었습니다.

“이 꽃님들하고 나무님들은 이제 다시 살아나지 못하나요?”


“언젠가 다른 자리에서 다른 꽃과 나무로 태어나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럴 수 있는 곳이 없어. 이 땅의 물길을 다스리는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거 너도 알고 있지? 그 사람이 이 한반도의 기를 전부 한 곳으로 모으고 있단다.”

백호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바로 호종단인가요?”

성주신은 대답 대신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사람의 모습을 한 산오뚝이들이 호랑이들의 도술을 받아서 이 땅에 참 많이도 내려왔더구나. 산에 흐르는 기를 호랑이들이 써먹기 위해서 전부 모으고 있다. 산이고 바다고 물이 있는 곳은 마르고 썩어들어가고 있으니 큰일이로구나. 그 나쁜 호랑이들의 사주를 받은 산오뚝이들은 이미 물길이 흐르는 산을 파헤치고 그곳에 자라는 나무들을 하나 하나 베어버리고 있느니, 그곳에 살던 나무님들과 꽃님들이 여기서 이렇게 신음하고 있는 거란다.”


주변을 말 없이 둘러보던 바리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습니다.

“그 산오뚝이들하고 호랑이들은, 보이지 않는 물길이 흐르는 곳을 어떻게 아는데요?”


“몇 백년 전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해치기 위해서 내려온 호종단이라는 사람이 있지. 백두대간의 선녀들이 꾀를 내어 그 호종단은 우리나라의 물길을 다 마르게 하지 못하고 제주도 앞바다에서 물귀신이 되었단다. 그런데 호랑이들의 도술로 몸을 입고는 다시 나타나서 물길을 말리고 있는거야. 호종단의 역술서만 있으면 이 땅의 물길이 흐르는 길을 전부 알 수 있어. 지금 물길은 호랑이들이 사는 곳으로 전부 흘러들어가고 있을 거야.”

바리는 슬그머니 백호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백호는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성주님의 말을 듣고만 있었습니다.

바리는, 백호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려는 것처럼 손을 뻗어서 백호의 뺨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성주신님이 손을 하늘로 뻗었습니다.

그때까지 머리 위에서 맴돌고 있던 검은 제비는 성주신님의 손에 가만히 내려앉았습니다. 바리가 그 제비를 보면서 말했습니다.

“야, 참 예쁜 제비네요.”

성주신이 대답했습니다.

“이 제비는 솔씨를 물어오는 제비란다. 이 제비가 이곳에서 자라는 나무들의 씨앗을 물어다가 인간세계에 있는 숲에 뿌려줄 거야. 그런데 보다시피 이제 더이상 새로 자랄 수 있는 나무들이 없구나, 이 제비도 더이상 물어다 줄 수 있는 씨앗이 없다.”

백호가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럼, 더이상 새롭게 틔울 수 있는 나무가 없겠군요, 우리나라의 산은 이렇게 죽어가야만 하는 건가요?”

성주신은 바리를 보면서 말했습니다.

“바리야, 내가 기를 불어주기 위해서는 이 숲에 뿌릴 수 있는 순결한 나무들의 씨앗이 필요하단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

“예. 뭐라구요?”

바리는 놀란 나머지 입을 크게 벌리고 말했습니다.

“그럼, 그 씨앗을 받기 위해서는 제비원에 다녀와야 되겠군요.”

백호 역시 답답한 듯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바리가 물었습니다.

“제비원이 어디야?”

성주신이 대답했습니다.

“제비들이 사는 나라란다. 그 제비들의 나라에서 제비들은 이곳에 뿌릴 순결한 씨앗을 돌보며 살고 있단다.”

성주님 손 안에 앉아있던 제비가 맑은 소리로 울었습니다.

성주님은 그 제비를 가만히 쓰다듬어주시고는 말을 계속 이었습니다.

“ 이 제비들이 그곳에서 새로운 씨앗을 받아서 내가 가져다준단다. 그리고 여기서 뿌린 씨앗이 다 자라면 제비들은 이곳에서 다시 씨앗을 받아다가 인간 세상에 심어주는 거야. 그 씨앗이 저 인간세상에서 싹을 틔우면 이 귀여운 제비들이 나무 주변에서 지키고 있다가 못된 해충들을 멀리 쫓아 보내준다.”

바리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바리 생각에도 그런 착한 제비들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제비들은 서울 어디에서도 집을 짓고 살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새라고는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주워먹고 살만 뒤룩뒤룩 쪄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비둘기들뿐이었습니다.

성주님이 계속 이야기를 이었습니다.

“제비들이 날아서 그곳에 가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네가 가지고 있는 천문신장님의 나침반을 가지고 가면 금방 도달할 수 있을 거야.”

바리는 주머니에서 지리천문신장님이 주신 나침반을 꺼내 손에 꼭 쥐었습니다.

성주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순결한 솔씨 하나를 얻어와야한다.”

“순결한 솔씨…….. “

바리는 성주신님이 하신 말씀을 곰곰히 되뇌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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