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85

멈춰버린 그림자

등록 2004.07.19 09:20수정 2004.07.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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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위길이 끔적이마저 풀어주려 하자 김언로가 막아서며 소리쳤다.

"무슨 짓이냐? 이 자는 풀어줄 수 없다."
"죄를 지어 끌고 가는 것이라면 응당 포도청으로 향할 것이지 왜 사대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옵니까?"


"뭐라?"

백위길이 끔적이를 묶은 것을 푸는 손길을 늦추지 않자 김언로는 사당패들에게 눈짓을 보냈고 모갑(某甲)이 백위길을 밀쳐내었다.

"이 무슨 짓이오!"
"무슨 짓이라니…. 애향이를 놓아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가라."

애향이마저도 소매를 끌며 그만가자는 눈빛을 보내었지만 백위길은 대뜸 모갑을 밀쳐내고서는 끔적이를 끌어당겼다.

"그리는 못하옵니다."
"네 이놈!"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서소문을 지키는 문지기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거 여기서 그러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 해결을 보시오! 여기 군관이 보면 어찌하려 그러시오!"


문지기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금방 자리를 옮길 여유조차 없었다. 사당패 3명에게 둘러싸인 백위길은 손발을 잡힌 채 떠밀려 나갔다.

"놔라! 이놈들아! 김포교!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이오!"

순간 숲 속에서 돌멩이가 날아와 백위길의 손을 잡은 모갑의 머리를 정통으로 맞췄다.

"어이쿠!"

모갑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놀란 사당패들은 백위길을 놓아둔 채 모갑을 살피고 돌멩이가 날아온 곳을 찾는 등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저 쪽이오!"

사당패 여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고 사당패 하나가 여인이 가리킨 방향으로 재빨리 뛰어 갔다가 날아온 돌멩이에 맞아 나뒹굴었다. 그 틈에 백위길은 끔적이를 풀어 줄 수 있었다. 뒤늦게 김언로가 쇠도리깨를 꺼내들고 달려들었지만 끔적이의 발길질 한 번에 도리깨를 주춤거리고 말았다. 사당패 하나가 끔적이의 뒤를 노렸지만 이번에는 어느새 도리깨를 주워든 백위길 앞에서 얼어붙어 버리고 말았다.

"거 이 사람들이! 이젠 여기서 싸움박질인가! 이봐! 모두 나와봐!"

마침내 문지기들마저 다른 병졸들을 부르며 끼어 들기 시작하자 김언로는 사당패를 남겨둔 채 도주했고, 사당패들 역시 그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허허…. 소시적 익힌 돌팔매질이 아직 녹슬지 않았군."

숲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혜천이었다. 애향이는 혜천을 보고 놀란 나머지 백위길의 팔을 저도 모르게 꼭 잡았다. 그런 애향이를 보며 혜천은 웃음을 지었다.

"이미 지나간 일을 탓하지는 않으니 염려 마시오."

자초지종을 모르는 백위길은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건 간에 애향이를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기뻤다.

"일단 여기를 뜨세!"

정신을 차린 백위길이 살펴보니 문을 지키는 병졸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거 같이 갑시다."

달려가려는 끔적이의 소매를 잡아당기는 이는 사당패 여인이었다. 그에게 속아 낭패를 당한 것을 상기시키며 끔적이는 소매를 홱 뿌리쳤다.

"너희 패거리를 쫓아가지 않고 여기서 뭘 하느냐?"

"패거리는 무슨 패거리 그저 이리저리 떠도는 판국에…. 난 막순이라고 하오."

끔적이는 그런 말 따윈 들을 경향이 없다는 듯 등을 돌려 뛰어갔고 막순이는 슬쩍 웃으며 끔적이를 쫓아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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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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