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53

악인은 지옥으로 (1)

등록 2004.07.26 12:06수정 2004.07.2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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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이 간교한 놈 같으니라고…! 아직도 네놈이 입만 놀리면 만사가 네 뜻대로 될 줄 알고 그런 개수작을 부렸느냐?”
“으으으! 으으으으……!”

일타홍이 준엄한 표정으로 질타하였지만 형편없는 몰골로 형틀에 묶여 있던 조잡재는 나지막한 신음만 토했을 뿐이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격렬한 통증 때문이다.


사람들을 그는 조두혹계두(鳥頭或鷄頭)라 불렀는데 이는 새대가리가 아니면 분명 닭대가리일 것이라는 뜻이다. 그가 이런 꼴이 된 것은 새대가리를 잘못 굴렸기 때문이다.

조잡재는 제세활빈단에 납치된 첫날 구타당한 바 있다. 처음엔 제법 당당한 척하였지만 그는 결코 우국지사(憂國之士)도 아니고, 열혈청년도 아니었다. 또한 자신이 뜻한 바를 절대 굽히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소유한 자도 아니었다.

그가 매질을 당한 것은 납치 당한 날과 그 다음날뿐이다. 원래는 날이면 날마다 구타를 당해야 하였다. 하지만 단원 가운데 하나가 때릴 가치조차 없는 쥐새끼 때문에 힘을 뺄 시간이 있으면 무공 연마나 더하자고 하였다.

조만간 벌어질 거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우려면 그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맞은 이야기인지라 단원들을 지나가면서 머리통을 쥐어박거나, 정강이를 툭툭 걷어차는 정도만 했다.

문제는 조잡재 일당이 묶여 있던 곳이 왕래가 잦은 통로라는 것이었다. 때리는 사람은 한번뿐이지만 맞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하여 수시로 머리통을 쥐어 박히거나, 걷어 채였다.


그러자 발자국 소리만 나도 살려달라면서 비명을 질렀고, 울면서 빌기도 하였다. 이른 본 단원들을 어이가 없다면서 혀를 찼다. 쥐어박을 가치조차 없다 느낀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 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나가자 이번엔 혹시 때릴까 싶어 그런지 온갖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아부를 하였다.


처음엔 잘 생겼다, 늠름해 보인다라는 말 정도였는데 나중엔 수고가 매우 많다, 당신들이 있어 선무곡의 정의가 지켜진다, 선무삼의와 그 일당은 나쁜 짓을 많이 했으므로 죽어 마땅하다는 등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남발하였다.

그들의 쌍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한다는 단원이 상당수였는지라 조잡재 일당은 뇌옥으로 보내졌다.

마침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부분의 단원들이 출타를 하여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덕분에 맞지 않고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자 변견자 조잡재가 왜 새대가리가 아니면 닭대가리라 불리는지 확실하게 증명되는 일이 벌어졌다.

몇몇 단원만이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된 조잡재는 뇌옥을 지키는 자에게 뇌물을 줄 터이니 풀어달라는 청탁을 하였다.

그러면서 말하길 언젠가는 대대적인 수색을 하게 될 것인데 그때 생포되더라도 뒤를 봐줄 테니 믿고 풀어달라 하였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단원은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호오! 그래? 제법 흥미진진한데? 좋아, 어디 한번 자세히 말해봐라. 헌데 뇌물에는 후불제가 없다는 거 알지?”
“헤헤! 물론입죠. 어찌 맨입으로 청탁하겠습니까요? 보시다시피 지금은 없지만 소인이 노후를 위해 은자를 은닉해 둔 곳이 있으니 그곳을 일러드리겠습니다요. 그러니 그걸로 국을 끓여 드시던 떡을 해먹던 개의치 않을 테니 마음대로 하십시오.”

병부잡이 일을 하는 동안 약재를 빼돌리거나 환자들의 대기 순서를 바꾸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것이 분명하였다.

“그으래? 조금 더 흥미진진한데? 좋아, 거기에 얼마나 있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대략 이십만 냥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정도면 괜찮은 액수가 아닙니까요?”

“그으래? 흐음! 이십만 냥이라… 구미가 아주 안 당기는 건 아니다만… 헌데, 그것 가지곤 조금 부족하다 생각지 않냐? 네 목숨이 걸린 일이잖아. 아니다, 아니야. 은자 몇 푼에 움직이고 싶지 않으니 그냥 거기 있어라.”

이때였다. 곁에서 듣고 있던 서성감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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