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득 문질러 염소를 씻습니다김규환
풋나무를 베어오신 아버지 앞에 염소는 웬수였다. 그 뒤로 간장독 뚜껑 없이 몇 년을 지냈다. 아버지와 나는 사립문을 걸어 잠그고 염소 뒷다리를 잡아채 우리에 가두느라 20여 분을 허비했다. 아버지는 염소에게 고삐를 다시 걸었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 염소란 놈은 걸핏하면 지붕엘 오르질 않나, 담벼락에 올라 담을 허물어 놓는다. 매어둔 염소가 말목을 스스로 뽑아 남의 밭에 가서 곡식을 죄다 뜯어 먹는 바람에 집안 싸움 그치지 않기도 하거니와 여름철에는 서로 엉겨 붙는다. 고약한 성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개구리보다 더 미운 짓거리를 일삼는다. 또한 겨울철에는 외따로 떨어져 있어 얼어 죽게까지 하니 염소는 참 못된 놈들이다.
그날 그 사건이 없어도 복더위에 어차피 잡을 생각이었지만 사고까지 치니 현장에서 바로 잡기로 결정을 내린 것뿐이다. 그날이 흑염소 제삿날이 되었다. 멀리 끌고 갈 필요도 없이 다리께로 갔다.
“소금 한 바가치 가져 오니라.”
“예.”
입을 벌려 굵은소금을 두어 줌 밀어 넣고 구리선 전깃줄이 없어 고무줄로 입을 칭칭 감아주니 1분도 채 안되어 죽고 말았다. 얼마나 간단한가. 목을 매달 필요도 없고 질질 끌고 갈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죽일 때 학대란 있을 수 없다.
소금을 먹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죽는 동안 소금이 온몸에 퍼지게 하여 특유의 노린내를 조금이라도 없애고자 함이요, 둘째는 그냥 편하게 질식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개는 소나무나 다리난간에 묶어 놓고 근육이 부드러워지라고 몽둥이로 두들기며 질식을 시키는 광경을 여러 번 봤지만 염소는 그렇게 힘들여 잡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