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58

악인은 지옥으로 (6)

등록 2004.08.06 15:38수정 2004.08.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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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다 죽었다고? 네, 네 놈은 누구냐? 문주가 보냈느냐?”
“문주? 문주는 무슨 말라비틀어진 문주? 오호! 상황에 따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는 교활한 토끼 새끼 고이주를 말하는 것이냐? 왜, 그 놈하고 알력이라도 있느냐?”
“아니냐? 그럼 누가 보낸 것이냐? 안배진태냐?”

석원신태랑은 대체 누가 자신을 해하라 자객을 보냈는지 몹시 궁금하였지만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그 순간 목이 베어지면서 엄청난 선혈이 쏟아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크크! 누가 날 보냈는지 궁금하단 말이지?”
“그렇다.”

“크크! 알려고 하지마. 알면 다치니까. 아니다. 내가 깜빡했다. 알면 다치는 게 아니라 알려고만 해도 그냥 뒈진다. 크크크! 그러니 알려고 하지말고 그냥 뒈져주면 된다. 알긋냐? 헌데 말이 조금 이상하게 된 것 같다. 흠냐! 어쨌거나 이 톱 같은 걸로 네 놈의 목을 슬금슬금 썰어줄 테니 목이나 길게 늘어뜨려라.”
“이놈이…? 네 놈이 날 건드리고도 성할 것 같으냐?”

“오호!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것도 몰라? 네 놈의 목을 따 버리면 내가 누군지 알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 그래?”
“그, 그렇지 않다. 본문의 수하들 중에는 아주 유능한…”

“크크! 유능은 무슨…? 얌마, 신이 와도 누가 널 죽였는지 모르게 할거야. 아니 네 놈이 죽었는지도 모르게 하지.”
“어, 어떻게…?”

“크크! 화골산(化骨散)이라는 아주 좋은 물건이 있거든. 네 놈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지독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죽게 만든 다음… 크흐흐! 화골산을 뿌리면 한줌 혈수(血水)가 되지. 거기에다 뜨뜻한 소변이라도 보면… 크흐흐! 네 놈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거든.”
“그, 그래도 안다. 매일 아침 내, 내가 결재하지 않으면…”


“짜식! 곧 뒈질 놈이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하고 자빠졌네. 이렇게 생각이 짧은 놈이 어떻게 이만한 자리에 앉았을까? 게다가 이놈 하는 소릴 들어보면 분명 정상이 아닌데… 하긴, 왜문에 제대로 된 생각이 박힌 놈이 있으면 이상하지.”
“무슨 소리냐? 뭘 어, 어떻게 할 건데?”

“크크! 조금 있다가 네 놈의 얼굴 가죽을 벗길 거야. 크흐흐! 그게 뭘 뜻하는지는 말 안 해도 알지? 크크! 앞으로는 본좌가 알아서 잘 다스려 줄 테니 네 놈은 지옥에 가서 고생이나 실컷 해.”
“……?”


“흠냐, 그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놈도 곧 뒈질 거거든? 누가 죽이냐구? 어허, 알려고 하지 말라니까. 다치고 싶어? 아니 뒈지고 싶어?”
“……!”

“아, 참! 하나 말 안한 게 있다. 네 놈 주변을 조사하다보니까 손녀 가운데 하나가 제법 반반하더군.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였어. 고년을 어떻게 할 건지는 묻지 마라. 알았지? 다치니까. 아니 뒈지니까. 에이, 오늘 왜 이렇게 헷갈리는 거야?”
“으으으! 으으으!”

석원신태랑은 오금이 저리기라도 한지 부르르 떨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객이 얼굴 가죽을 벗겨 쓰고 자신의 행세를 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시신조차 제대로 남길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참, 하나 더 알려줄 것이 있다. 명년 오늘이 네 놈의 제삿날인데 네놈은 안타깝게도 제사밥을 먹을 수 없을 게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네놈이 설마…?”

“짜식, 머리 한 번 빨리 돌아가는군. 크크! 방금 네 놈이 생각한 것이 맞다. 그러니 제삿밥은 전혀 기대하지 말도록! 알겠냐?”
“이, 이런…! 으으윽! 허억…? 아아악!”

가족들 모두가 죽었다 생각한 석원신태랑이 분노에 떨며 몸부림치는 순간 그의 목에서 시뻘건 선혈이 솟았다. 스스로 예리한 파문도의 날에 목을 문지른 때문이다.

아주 예리한 것에 베이면 선혈이 뿜어지기 전까지는 상처도 드러나지 않고 통증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선혈이 갑작스럽게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그 때야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날이 삐죽삐죽한 것에 베이게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상처도 너덜너덜하지만 베이는 순간부터 강력한 통증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몸부림을 쳐서라도 빠져나가려던 그의 동공이 확대되고 비명을 지른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통증이 느껴짐과 동시에 선혈이 뿜어졌기 때문이다.

이때 그의 귀에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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