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중국인의 욕심

'진흥중화'에 담긴 깊은(?) 뜻

등록 2004.08.15 19:36수정 2004.08.1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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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더위는 10년 만에 찾아온 것이란다. 가만히 있어도 이 더운 여름에 우리를 더욱 짜증나게 만드는 일이 있었으니 그것이 고구려 역사 왜곡이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기도 하였던 중국이 우리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여 우리를 분노케 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중화로 부르거나 대국이라고 곧잘 말한다. 남겨진 문화유산이 많기에, 땅덩어리가 크기에 그것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의 욕심 또한 대국이라 일컬을 만하다.

북경에 온지도 1년 6개월이 지나간다. 이 곳에 와 중국에 대해서 알고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많이 기웃거렸다. 그러면서 느낀 것 가운데 하나가 중국인의 욕심이다. 웬만한 건축물에 들어가 보면 그 곳에는 연못을 만들어 놓았고, 그 연못을 만들기 위해 파낸 흙으로 가산(假山)을 꾸며 놓았다.

중국 고전원림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이화원이 대표적인 그 예이다. 주위 8㎞에 달하는 거대한 호수를 파고 그 호수 이름을 곤명호라 하고, 호수를 만들기 위해 파낸 흙으로 산을 만들어 만수산이라는 인공산을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것은 아파트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 중국인의 자연에 대한 욕심은 그들의 땅 만큼이나 대단하다.

a 중국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공으로 만든 연못과 산

중국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공으로 만든 연못과 산 ⓒ 정호갑

이러한 중국인의 욕심은 땅에 대한 욕심으로 이어진다. 자기네들을 중화라 하며 사방을 오랑캐라 부르며 업신여겼음에도 불구하고 동서남북으로 땅을 넓혀나갔다. 이른바 중원이라 불리는 곳에서 동북쪽으로는 고구려의 영토인 동북 3성까지, 서쪽으로는 신장과 서장까지, 남으로는 운남성까지, 북쪽으로는 내몽고까지 진출하여 중국 땅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땅을 넓혀놓고 보니 그들이 흔히 말하는 이적(夷狄)들이 중화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 이적들은 중화된 것을 하늘에 감사하기는커녕 스스로 독특한 문화를 그대로 계속 가지고자 한다. 이들의 그러한 요구들 들어주면서 반감을 잠재우면서 중화로 묶기 위해 자치구니 자치주라 하면서 그들의 언어와 풍속을 다 인정해주고 있다.

a 신장의 수도인 우루무치, 하지만 신장의 독특한 모습은 느낄 수 없다

신장의 수도인 우루무치, 하지만 신장의 독특한 모습은 느낄 수 없다 ⓒ 정호갑

하지만 막상 그 곳에 가보면 상상했던 것 만큼 그들만의 특색을 볼 수 없다. 곧 그들만의 자치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생김새가 다르고 말이 다른데도 중심지에서는 그들의 삶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자치구에는 한족을 이주시켜 거의 70%이상을 이미 한족이 차지하고 있기에 소수 민족들은 도시 한 편에서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결국 그들의 2세들은 자기들의 삶을 이제 더 이상 이 곳에서 살 수 없어 서서히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나오게 되고 이러면서 중화는 서서히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중국인의 성격을 나타내는 대명사로 흔히 만만디(慢慢的)로 나타낸다. 만만디란 말 그대로 느릿느릿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만만디란 모든 일에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행동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안다. 하지만 중국에 와서 보고 느낀 것은 행동이 느린 것을 말하기보다는 긴 시간을 두고 멀리 보면서 천천히 준비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만 할 것 같다.

그 만만디를 잘 보여 주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역사 왜곡이다. 다른 민족의 땅을 차지해 놓고 마치 그들의 모든 것을 다 인정하여 주는 것 같지만 그들의 역사 만큼은 정규 학교 교육 과정에서 가르칠 수는 없게 한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서서히 중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내몽고를 여행하면서 칭기즈칸릉을 찾은 적이 있다. 그런데 한족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칭기즈칸이 어느새 중국 역사로 들어와 있었다. '아, 이렇게 중화가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면 고구려는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하여 보았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로 다가올 줄이야. 이제 고구려 역사를 완전히 자기들의 역사로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역사 왜곡 뒤에 감추어진 뜻은 이미 빼앗는 땅은 다시 되돌려 주지 않겠다는 속셈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55개의 소수 민족이 언제 독립을 요구할지 모르고 남북한이 통일되면 언제 우리의 땅을 다시 반환할 것으로 요구할지 모른다고 그들은 걱정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역사 왜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중국의 서민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지안 우뉘펑 고구려 채석장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이곳의 관광안내원 겸 산림관리원인 츠상위(55)에게 “고구려와 중국 중원정부는 무슨 관계였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젊잖게도 “그런 문제는 우리로선 말하기 곤란하다”고 회피했다.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고구려와 오늘날 한국은 무슨 관계가 있는가.” “고구려는 한국의 (고대) 국가 가운데 하나 아닌가.” 한 가지 더 물어보았다. “중국인이 조선족을 욕할 때 뭐라고 부르는가.” 츠는 묘한 표정으로 계면쩍게 웃으며 소리쳤다. “가오리 방즈(고구려놈들)!” “왜 조선족을 ‘고구려놈들’이라고 욕하는가.” “고구려나 조선이나 다 같기 때문이지 뭐.” (한겨레신문. 2004. 7. 20)

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중국 사람들도 고구려 역사를 새롭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장군총에서 만난 퉁화의 한 여중생은 “두번째 장군총을 찾았다”며 “처음 왔을 때는 뭐가 뭔지 몰랐지만 세계유산이 된 고구려 유적의 의미를 살피기 위해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한국인이 찾아온 것이 못내 신기한 듯 “한국 사람이 왜 ‘우리’ 고구려 유적을 찾느냐”는 어이없는 질문을 했다. (경향신문. 2004. 7. 13)


위의 두 기사는 중국이 오랜 시간에 걸쳐 왜 역사를 왜곡을 하고 있는지 아주 잘 보여 준다. 50대와 10대가 가지고 있는 고구려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바로 역사 왜곡의 힘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그들의 욕심을 정당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두고 이렇게 천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중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북경대학에 가본 적이 있다. 대학을 둘러보면서 조그만 돌에 새겨져 있는 네 글자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진흥중화(振興中華, 중화를 다시 떨친다). 북경대학을 둘러보면서 그 어느 곳도 이 네 글자를 능가하는 이상의 충격을 주지 못했다. 이들은 다시 중화를 꿈꾸고 있구나. 중화의 부흥을 젊은이들의 가슴에 깊숙이 심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몸 깊숙한 곳까지 그대로 전달되어 왔다.

a 북경대학 교정에 <振興中華>라고 새겨져 있는 작은 비석

북경대학 교정에 <振興中華>라고 새겨져 있는 작은 비석 ⓒ 정호갑

그런데 고작해야 ‘진흥중화’라는 것이 역사 왜곡일 줄이야. 중화를 자부하는 대국으로서 어울리지 않게 약은 수법을 쓰고 있다. 그들 또한 일본의 역사 왜곡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가? 진흥중화라는 말에 담긴 뜻은 쇼비니즘이 아닐진대, 과거 제국주의 망령이 중국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욕심이란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을 말한다. 이러한 욕심은 결국 자신을 망칠 뿐만 아니라 주위에도 많은 피해를 준다.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나라로서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중국이 헛된 욕심으로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지 않길 바란다.

2008년 북경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중화인 자부심으로 대국적 기질로서 당당히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진흥중화의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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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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