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70

뭐야? 빌려줬다고? (8)

등록 2004.09.10 12:34수정 2004.09.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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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말입니다. 다, 단지 호기심 때문에…”
“흥! 어림도 없는 소리. 네놈에겐 뭔가 다른 의도가 있었어. 그렇지 않고야 어찌 그런 굴을 뚫었겠어?”

“저, 정말입니다. 속하에게 어찌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믿어 주십시오.”
“흥! 나더러 믿어라? 좋아, 믿는다고 치자 헌데 네놈이 감히 내 계집들을 넘봤다고?”


“소, 속하 단지 호기심 때문에……”
“흥! 네놈이 날 핫바지 저고리로 아는 모양이군. 이놈이 아직도 고통이 뭔지 모른다. 좋아, 오늘 확실히 그 맛을 알게 해줘라. 무엇 하느냐? 어서 더 틀어라.”

철기린의 명이 떨어지자 주리를 틀고 있던 십팔호천대원의 팔뚝의 힘줄이 꿈틀거렸다. 그와 동시에 내장까지 토해낼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악! 아아아악!”

이회옥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통증에 결국 비명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평범한 막대가 아닌 못이 빽빽하게 박힌 막대로 주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살 속 깊이 파고는 못이 근육과 신경을 온통 헤집는 듯한 느낌이었으니, 제아무리 역발산기개세를 지닌 철혈한(鐵血漢)이라도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놈! 어서 바른 대로 대지 못할까?”
“아아악! 아아아악! 저, 정말 호, 호기심 때문에…”


“흐음! 아직 덜 아파서 이실직고를 못하겠다? 좋아, 그렇다면 아주 쓴맛을 보여주지. 산혼편(散魂鞭)을 쓸 준비를 하라!”
“예에…? 방금 산혼편이라 하셨습니까?”

“그렇다. 무엇 하느냐? 어서 준비하지 않고?”
“조, 존명!”


철기린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이회옥의 손목에는 만년한철로 만든 굵은 쇠사슬이 감겼고, 그 끝은 기린전 입구에 마련되어 있던 말 매는 말뚝에 달린 쇠고리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말뚝의 높이가 그리 높지 않기에 이회옥은 무릎을 꿇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호천대원들이 집어든 것은 채찍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소 모양새가 다른 것이었다.

쉬이이익! 챠아아악! 쐐에엑! 채아악!
“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불과 두 번의 채찍질이었지만 이회옥의 상의는 형편없이 찢겨나갔고, 등에는 시뻘건 뱀이 기어가는 듯한 흉터가 생겼다.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선혈이 흥건하게 배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보통의 채찍은 가늘고 긴 가죽들을 꼬아서 만든다. 손잡이부터 만들기 시작하는데, 끝으로 가면서 가닥의 수를 줄이다가 끝 부분에 가서 약간 굵게 만든다. 고통을 집중시키기 위함이다. 이렇게 된 채찍에 맞으면 시뻘건 자국은 남게 되나 상처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혼백을 흐트러트린다는 산혼편은 다르다. 일부러 끄트머리를 흩어놓았는데 그 끝마다 작은 쇳조각을 달아놓았다.

이렇게 하면 맞을 때마다 살이 묻어 나온다. 물론 엄청난 통증을 수반하게 된다.

쐐에에엑! 챠아아악! 쒸이이익! 촤아악!
“아아악! 아아아악!”

“이제 바른대로 말을 할 것이냐?”
“으윽! 저, 정말 호기심 때문이었…”

“뭐라? 이놈이 아직도 매가 부족한 모양이다. 매우 쳐라!”
“존명!”

쐐에에엑! 쒸이이이익! 챠아악! 챠아악!
“으아악! 아아아악!”

인정사정 없이 내리쳐지는 산혼편은 이회옥의 전신을 난타하기 시작하였다. 등은 물론 옆구리와 엉덩이, 허벅지와 장딴지, 그리고 어깻죽지와 목덜미까지 후려쳤다.

맞을 때마다 선혈이 튀었고, 살점이 뚝뚝 떨어져나갔지만 산혼편의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았다. 너무도 고통스러워 몸을 비틀면 배와 가슴은 물론 얼굴까지 사정없이 내리쳤다.

하여 불과 반각도 되지 않아 이회옥은 완전한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기린전 앞마당은 온통 선혈로 낭자하였지만 호천대원들은 쉬지 않고 산혼편을 휘둘렀다.

이회옥을 사람으로 생각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쐐에에에엑! 쒸이이익!
“……!”

제아무리 장사라 할지라도 견딜 수 없는 매질 앞에 멀쩡할 수는 없는 법. 회옥은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정신을 놓았지만 감각만은 여전히 살았는지 산혼편이 작렬할 때마다 몸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선혈로 범벅인 상태이기에 한 덩이 고깃덩어리가 저절로 꿈틀거리는 모습이라 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그만! 놈이 기절했다. 물을 끼얹도록.”
“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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