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여문 산초. 산초나무 근처에만 가도 산초향이 진동을 한다.박철
오늘 날씨가 좋아 산초를 따러 갔습니다. 온 들판이 황금물결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가을 햇살이 머문 곳마다 환하게 빛이 납니다.
아직 산초가 완전하게 여문 것은 아니지만, 덜 여물었을 때 산초를 따다 된장에 박으면 산초향이 물씬 풍기는 산초장아찌가 되지요. 석모도를 마주하고 있는 수정산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산 들머리부터 수풀이 우거졌는데, 가시나무에 찔려서 움직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산초나무에 산초가 별로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산초나무는 많은데 열매가 없습니다. 누가 산초를 따 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이 다녀간 흔적은 없는데 산초나무에 산초는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새들이 다 쪼아먹은 것도 아닐 테고, 짐작하기로는 올해 비가 자주 와서 수정이 안 되어 열매가 맺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다 산초나무 끝에 산초가 달린 것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두어 시간 산 속에서 헤맨 끝에 간신히 한 됫박 남짓 산초를 땄습니다. 이만하면 된장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기에는 충분한 양이다 싶어 욕심 부리지 않고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3년 전 가을이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산초 기름이 해소, 천식에 좋은데 시중에서 산초 기름 한 병이(소주 2홉)이 7-8만원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평소 내가 산이나 숲에서 지내는 것이 좋아 산 속을 돌아다니다가 교동에 유난히 산초나무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