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생의 아름다운 향기

등록 2004.09.24 14:40수정 2004.09.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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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사람이 살아가는 것,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되묻거나 따져 묻는 것을 볼 '관'(觀) 자를 써서 '인생관'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성서에서 바울로 같은 사람은 인간의 삶을 꽃으로, 아름다운 향기로 표현했다. 나는 이 표현을 참 좋아한다.

사람이란 사실 그 거죽은 비슷하다. 특히 동양 사람의 생김새는 비슷비슷하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가까이 하고 싶고 함께 얘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편 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다.

박철
그런 사람에게서는 때로 어떤 모양으로든지 역한 냄새가 풍겨난다. 일부러 꾸미고 단장하고 칠하지 않아도 은근한 향기가 발산되어 사람들의 가슴 속에 스며들어 생기와 영감을 주는 사람이 있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인격에서 그 품성에서 발산되는 향기이다. 그 반면에 후자는 무엇을 열심히 꾸미고 단장하는데도 추하고 메스꺼운 냄새를 풍겨 그 곁에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게 된다.


향기란 무엇인가? 생명의 자기 표현이다. 풍부한 내면적 정신적 생명력을 지닌 나무와 꽃은 향기를 풍긴다. 만일 그 꽃이 시들고 썩었다면 향기 대신에 악취가 날 것이다. 고귀한 생명의 표현일수록 그 향기도 고상하고 그윽하다.

사람의 삶이 내뿜는 이웃과 친구에의 영향력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가진 돈, 지식, 재주, 그가 꾸민 간판 밑에서가 아니라 그의 내적 생명, 곧 인격 자체에서 풍겨나는 향기라야 한다.


박철
삶이 고상하고 무게가 있을 때에 그 향기도 좋다. 천박하고 저급하고 경솔할 때에는 거기에서 시시한 냄새가 날 뿐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함은 사람이 더러운 냄새를 풍기지 않고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며 산다는 말이다.

인생의 의미라는 것도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 정신을 갖고 사는가 하는 데 달려 있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참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선 나 스스로의 내면적 성숙과 생명력을 지녀야 함과 같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참다운 인생을 사는 것이며 향기로운 삶을 사는 것인가? 인생의 향기는 적극적인 삶, 혹은 승리하는 삶에서 나온다. 승리라는 말은 싸움을 전제로 한다.

맥없이 주저앉아 뼈대가 없이 사는 일이 아니요, 자신을 싸움에 나선 투사로 인식하고 힘차게 싸워 이겨야 한다. 정의를 위해, 진리를 위해, 자유를 위해 그리고 그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다.

박철
불의를 용납하지 아니하며, 낙심이나 후퇴가 없이 전진하며 승리하는 패기에 찬 삶을 가리킨다. 괜히 어름어름 한다든지 눈치나 슬금슬금 보고, 비겁과 아첨의 처세의 묘를 얻는 것처럼 자처하는 일은 인간의 타락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람은 인간의 탈을 썼어도 결국 구역질나는 역한 냄새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인생의 향기는 감사의 정신에서 발산된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우주적 배경과 조화를 이루는 데서 오는 반응이요, 다른 한편 그것은 다른 사람과의 인격적인 관계에서 오는 조화감이다. 자신의 삶에서 진정한 보람을 느낄 때 거기서 감사 정신이 생겨난다.

즉 이웃과 친구와의 인간성을 소중히 여기고 인생의 존엄성을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랑, 이해, 존경, 진실 등의 아름다운 관계에서 온갖 귀한 것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러한 심정의 무수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몸을 바쳐 의의 투사, 진리의 수호자가 되게 만들어 주었다.

박철
또한 인생의 향기는 심화된 사색과 품성에서 찾을 수 있다. 가볍게 생각하거나 감각적인 자기 취향에 사로잡혀 사는 것이 아니라 깊은 사색과 명상을 통해서 얻어지는 삶의 진실을 그대로 자신의 삶에서 적용하고 실천하는 자세를 말한다.

어느 땐 바로 가까이 피어 있는 꽃들도 그냥 지나칠 때가 많은데, 이 쪽에서 먼저 눈길을 주지 않으면 꽃들은 자주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 오곤 한다. 좋은 냄새든, 역겨운 냄새든 사람들도 그 인품만큼의 향기를 풍긴다.

많은 말이나 요란한 소리 없이 고요한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 오는 꽃처럼 살 수 있다면, 이웃에게도 무거운 짐이 아닌 가벼운 향기를 전하며 한 세상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박철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거나 탐스러운 과일이 열려있는 나무 밑에는 어김없이 길이 나 있다. 사람들이 저절로 그 향기에 이끌려 모여들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향기가 나는 사람에게 많은 사람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위해 아량을 베풀 줄 아는 너그러운 사람, 자신을 해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도 인격을 동화시켜 그래서 언제나 은은한 향기가 풍겨져 나오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함께 있고 싶다.

나는 오늘 가을 햇살이 좋아서 숲속을 거닐었다. 수많은 들꽃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과연 인생의 향기를 풍기며 살고 있을까, 아니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살고 있는가? 내 손길이 닿는 곳, 발길이 머무는 곳에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며 살고 싶다.

내 발걸음은 소풍가는 어린이처럼 가볍다. 들국화향이 들판에 짙게 풍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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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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