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도 덜도 말고 한가위 보름달처럼 우리네 삶이 환해져서 모든 걱정 근심이 물러가길 기원합니다.박철
바쁜 일상과 도시의 장애는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로 쌓이게 마련인데, 심신이 피로할 때도 역시 청풍명월이 최상의 묘약이다. 일찍이 중국 북송(北宋)의 명신 사마광이 스트레스를 푸는 그 묘방을 설파해 둔 것이 있다.
"몸과 정신이 피로할 적에는 낚싯대를 던져 고기를 낚거나, 옷자락을 거머쥐고 약초를 캐거나, 개천 물을 돌려 꽃밭에 물을 대거나, 도끼를 들어 대나무를 쪼개거나, 높은 곳에 올라 사방을 관망하거나, 이리 저리 한가로이 거닐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즐기거나 하면 좋다. 그때 밝은 달이 제 때 떠오르고 맑은 바람이 저절로 불어오면 움직이고 멈추는데 구애가 없어 나의 이목폐장(耳目肺腸)이 모두 자유가 되므로 이 하늘과 땅 사이에 또 다시 그 어떤 낙이 이를 대신할 수 있을지도 잊게 된다."
사람마다 저렇게 바삐 찾는 고향이란 무엇인가. "나의 이목폐장을 자유롭게 하는" 청풍명월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은 "어떤 낙이 이를 대신할 수 있을지도 잊게 하는" 곳이 바로 고향이리라.
단 며칠이라도 잡다한 일상에서 탈출해 쌓여서 찌든 스트레스를 모두 털어 내고 한가위, 그 청풍과 명월에 심신을 적셔 돌아간다면 그것이 또 조물주가 우리에게 베풀어주는 최상의 선물일 터이니, 이래서 명절은 귀중한 것이 아니겠는가.
옛날에 우리나라에는 이런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때가 마침 한가위 보름달이 뜬 깊은 밤, 멀리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어머니를 등에 업은 아들은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몇 번이나 발을 헛디뎠다. 등에 업힌 어머니는 잠이 들었는지 아무 기척이 없었다.
늙은 노인을 산에 갖다 버리라는 국법을 따르기는 하지만 분하고 원통해서 그대로 주저앉아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다. 산중턱을 지나자 얼마 전부터 눈여겨봐 두었던 조그만 바위굴이 나왔다. 아들은 그 안에 들어가 마른풀을 쌓은 한쪽에 어머니를 눕히고 작은 모닥불을 어깨를 덮어 드렸다. 그러자 또 눈에서 눈물이 어른거렸다.
"얘야, 어서 돌아가거라. 밤이 깊었구나."
어머니가 염려하며 나직이 말하자 아들은 무릎을 꿇고 입을 열었다.
"어머니, 이틀에 한 번씩 양식을 가지고 들르겠으니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괜찮다. 애들 먹일 양식도 부족할 텐데…. 걱정 말아라. 내가 알아서 산열매나 나무뿌리를 찾아 먹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