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 그리고 화산섬의 울림

서귀포 70경(29) 서귀포칠십리축제

등록 2004.09.29 21:34수정 2005.01.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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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중허리에 시름이 든숭만숭
서귀포 해녀가 바다에 든숭만숭
둥그데 당실 둥그데 당실
여도 당실 연자 머리로
달도 밝고 내가 머리로 갈가나


a 서귀포의 만추는 뭐니뭐니해도 노오랗게 익은 감귤이

서귀포의 만추는 뭐니뭐니해도 노오랗게 익은 감귤이 ⓒ 김강임

한라산 등허리를 가로질러 서귀포에 들어서니 가을이 한창이다. 서귀포의 만추는 뭐니뭐니 해도 가을 햇빛에 잘 익어 가는 노오란 감귤열매다. 돌담 위로 너울너울 춤을 추는 감귤열매를 따라 페달을 밟다가, 다다른 곳이 천지연 광장.

계절이 바뀌면서 다시 찾은 칠십리 길은 칠십리의 탄생을 축하하는 목소리가 거리마다 왁자지껄하다. 그것이 섬사람들의 삶과 꿈이 배어있는 참모습인지도 모르겠다.

9월이 익어 가는 휴일, 천지연 광장은 하늘에 띄워놓은 애드벌룬이 가을 바람과 함께 꿈을 실어 나른다. '둥그데 당실 둥그데 당실' 오돌또기 노래가 울려 퍼지는 것을 보니 뭔가 즐거운 일이 있나보다.


a 화산섬의 울림 그리고 칠십리

화산섬의 울림 그리고 칠십리 ⓒ 김강임

'화산섬의 울림 그리고 칠십리'. 잠시 천지연 광장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우선 축제장 거리에 진열된 가게에서 감귤을 한 봉지 샀다. 1kg에 2000원. 농부의 시름이 든숭만숭한 감귤 열매를 한입에 넣어보니 새콤달콤한 맛이 가을 하늘처럼 향긋하다.

칠십리 사람들은 바쁘게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목적지가 없어도 사람들이 가는 길을 쫓았더니,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흥겨운 한마당이다.

a '둥그데 당실 둥그데 당실'

'둥그데 당실 둥그데 당실' ⓒ 김강임

칠십리 마당 무대에는 잠시 일손을 중단하고 달려온 섬사람들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 '둥그데 당실 둥그데 당실'. 모르는 사람의 손을 잡고서 한바탕 춤이라도 추고 싶은 분위기. 그러기에 축제는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열리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a 칠선녀와 옥황상제

칠선녀와 옥황상제 ⓒ 김강임

칠선녀의 설화를 재현하는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장단을 맞춘다. 모두가 활기찬 얼굴들이다.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칠선녀의 옥색빛깔 옷이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린다. 금방이라도 칠선녀의 옷을 바꿔 입으면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곳에서는 누구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옥황상제가 될 수도 있고 선녀가 될 수도 있는 한마당 축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특혜가 주어진다.

올해로 10번째 맞이하는 서귀포칠십리 축제는 지난 9월 16일부터 9월 20일까지 천지연광장과 서귀포 일원에서 열렸다. 서귀포의 아름다운 비경과 꿈과 낭만을 가을 하늘에 수놓는 문화 축제는 관광객은 물론 칠십리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제주의 몸짓소리를 화두로 스쿠버 다이빙과 선상낚시 등의 체험 한마당이 서귀포 바다에 파도를 일게 했다.


a 축제장의 분위기

축제장의 분위기 ⓒ 김강임

축제장에는 무엇보다도 먹거리가 있어 흥겹다. 향토 음식점에서 고등어 회와 함께 마셔보는 막걸리 한 사발이 지난 여름 무더위의 체증까지 쭉 내려가게 한다. 싱싱한 고등어 회에 카메라는 들이대자, 술잔을 마주하던 선배님은 "카메라에 찍히면 막걸리 맛이 달아난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먹는 음식은 먹는 것으로 만족하라"는 선배님의 말이 흥미롭다. 졸깃졸깃한 고등어 회를 막걸리와 함께 잘근잘근 씹어 삼킨다. 칠십리 축제의 소리와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말이다.


막걸리 맛을 음미하며 칠십리의 미항인 서귀포 항에서 들어섰다. 그곳에서는 서귀포칠십리축제 일환으로 무료 스쿠버다이빙 체험프로그램이 있었다. 스쿠버다이빙! 꼭 한 번 체험해보고 싶었지만 그동안 용기를 내지 못했었다.

축제장 앞에서 서성이다가 행사장으로 다가가서 " 스쿠버다이빙 체험할 수 있나요?" 라고 물었더니 관계자의 한 분이 " 지금 문섬에서 스쿠버다이빙 무료 체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체험하시려면 문섬으로 가는 배를 지금 타십시요"라고 말한다.

a 문섬으로 가는 배에서 본 칠십리 풍경

문섬으로 가는 배에서 본 칠십리 풍경 ⓒ 김강임

엉겁결에 스쿠버다이빙 무료체험장인 문섬으로 가는 배를 탔다. 문섬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시퍼런 바다를 들여다보니 내가 과연 저 바다 속으로 몸을 던져 볼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a 문섬에  가다

문섬에 가다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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