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하고 길쭉하게 자른 전어회를 씹으면 뼈와 살이 섞여 고소하다김규환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아욱국이 제철이다. 애지중지 길러온 벼가 어느새 밤낮 싸늘한 기운을 머금고 탱글탱글 하늬바람에 흔들리며 영글어 간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함치르르한 쌀밥에 어떤 반찬인들 살찌지 않는 게 없을 테지만 마침 싸리버섯, 꽃버섯, 송이에 능이까지 온갖 버섯이 코끝을 자극하니 오메 단풍만 오지게 들지 않는다면 이 찬란한 진수성찬에 허우적거릴 게 분명하다. 일상에 지친 몸을 깨우고도 남으리라.
마침 세상사 바짝 마르는 초가을이다. 온 몸에 있던 기름기마저 날아갈까 두려워 바깥출입하기 겁나지만 고향집 처마에 세운 연통엔 가벼운 김 연신 바삐 뽑아내며 서두르라고 야단이다. 얼른 석쇠 잔불에 놓고 생선 두어 마리 구워내라 한다. 그 풍경만 생각해도 구미가 당긴다. 먹어본 놈이 더 성화라고 간사한 입맛을 어찌할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