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82

일월궁전의 도영이와 순덕이 2

등록 2004.10.06 21:50수정 2004.10.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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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구름차를 타고 굴뚝 위로 올라가 거기서 금빛과 은빛으로 빛나는 두레박을 꺼내어 햇님과 달님을 그 아래로 내려보내 줍니다.

아기처럼 잠자리에서 자고 있는 달님을 깨워서 두레박에 태워 저 아래로 보내면 하루 종일 일하고 얼굴이 하얗게 부어오른 또 다른 햇님이 자기의 잠자리로 돌아옵니다. 일월궁전의 아이들이 노느라 바빠서 햇님을 잠자리로 빨리 올리지 않으면 피곤한 햇님이 아주 화를 내기도 합니다.


화난 햇님 때문에 주변 하늘이 빨갛게 물들어오르면 일월궁전의 아이들은 재빨리 해를 두레박으로 끌어올립니다. 아이들이 세상 구경을 하는 때가 바로 그때입니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는 우물 밑으로는 물고기들 헤엄치는 것이 보이지만, 햇님과 달님을 내려주는 우물 밑으로는 마을과 도시와 산과 들판이 보인답니다.

그 위에서 저 아래 세상을 내려다볼 수는 있었지만, 사람들의 걱정이나 두려움 따위는 한 조각도 들어올 수 없는 아주 멀고 먼 곳이랍니다. 그래서 저 아래에 살고 있던 호랑이들이 사람들을 잡아다가 어떤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사라진 친구들과 식구들 때문에 가족들이 얼마나 가슴 아파 하고 있는지, 그래서 사람들이 슬픔 속에서 새해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일월궁전에도 학교가 있습니다. 일월궁전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구름에 묻혀 버린 햇님처럼 생겼습니다. 햇님 얼굴의 반이 구름 속에 묻혀있고, 그 황금 같은 빛줄기가 그 주변을 환하게 비치고 있답니다. 그 학교 안에 들어가서 아이들은 여러가지를 배웁니다. 해와 달의 움직임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알아야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날마다 달의 얼굴에 검은 색을 얼마나 칠해야 하는지, 바람궁전에서 구름을 풀어 놓고 비를 내리는 날에는 해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그리고 햇님이 빛을 얼마나 내보내야 사람들이 더위에 쓰러지지 않는지 그런 것들을 비우는 학교입니다. 게다가 어린이들이 해와 달을 잘못 풀어놓으면 아래에서 일하는 지리천문신장님이 애를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 학교는 교실이 따로 없습니다. 학교 안에 들어가면 해와 달과 별처럼 생긴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천체의 움직임을 공부합니다. 십이간지에 나오는 동물들이 돌아다니면서 천체의 움직임을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파란 지구의를 갖다놓고 이 땅에 뭐가 있는지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선녀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아이들의 끝이 없는 호기심을 채워주느라 아주 바쁩니다.


그 학교 안으로 선녀 한명이 날개옷을 입고 날아들어왔지만, 아이들은 각자 자기들 놀이에 바빠서 누가 들어왔는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어느 아이가 구름을 가지고 놀다가 잘못 해서 발에 벼락을 맞았습니다. 선녀는 얼른 달려가서 그 아이의 발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아이구, 얘, 봉구야, 내가 구름 가지고 놀 땐 조심하라고 했잖아, 이렇게 물기를 잔뜩 머금은 구름으로 해를 가려 놓으면 벼락이 떨어진단 말이야,”


봉구란 아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습니다.

“아이, 아라 선녀님, 안녕하세요. 그 벼락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한번 보고 싶었어요. 구름말 타고 다니는 그 분이 번개를 내리는 모습이 어떤가 궁금했거든요.”

선녀가 봉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래, 그 분은 우리가 간절이 원하면 꼭 오실 거야, 저 상제님 궁전 어딘가에서 우리들을 전부 지키고 계시거든.”

“저 정말 그 분을 보고 싶어요, 그 분이 벼락을 내리면 저 아래에 있던 어떤 악마나 악귀도 전부 힘을 잃고 사라져 버린다죠? 그렇죠?”

“그래.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모두 원하면… 저 아래 세상의 사람들과, 여기 구름 위의 사람들과, 그리고 더불어 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생명이 하나가 되어서 그분을 부르면 우리에게 나타나셔.”

아라 선녀 주변으로 아이들 몇 명이 다가와 인사를 했습니다.

“아라 선녀님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얘들아, 너희들 혹시 도영이하고 순덕이 못 봤니? 오늘 계속 안보이는구나.”

예쁜 모자를 쓴 순영이가 말했습니다.

“그 아이들 요즘 자꾸 어딘가 다른 곳에 가서 놀아요.”

도령복을 입고 있는 지석이도 말했습니다.

“요즘엔 저희랑 구슬치기도 안하고, 어디 가서 다른 걸 보고 오나 봐요, 오늘 저희도 못봤어요.”

아라 선녀가 일어나서 말했습니다.

“그래, 알았다, 얘들아. 그럼, 또 보자.”

아라 선녀는 학교 밖을 나와 좀 아래 쪽으로 날아가 보았습니다. 그 밑으로는 집들이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떡과 과자로 지어진 집에는 아이들이 언제나 모여서 재잘재잘 떠들며 간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울긋불긋 무지개떡처럼 생긴 집에는 벽과 지붕이 전부 떡이었습니다. 빨간 떡으로 만들어진 벽에는 창문이 훤히 뚫려 있었습니다. 과자로 만든 집에도 아이들은 언제나 많았습니다. 대추와 호도로 벽돌을 쌓고 약과로 기둥을 받쳐 올렸습니다. 호도와 잣 향기가 진동하는 이 과자집에는 가끔 신선 할아버지들이 찾아서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했습니다. 아라 선녀가 과자집 앞에 내려앉자 아이들이 선녀를 맞아 몰려나왔습니다.

아라 선녀가 말했습니다.

“얘들아, 도영이하고 순덕이 못 봤니? 오늘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구나.”

색동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말했습니다.

“순덕이는 아까 저기 동산 너머로 뛰어가던데요.”

귀여운 도포를 입은 사내아이가 말했습니다.

“도영이도 좀 전에 그 길을 따라 가던걸요?”

아라 선녀가 말했습니다.

“그래, 고맙다. 그럼, 재미있게들 놀아라”

울긋불긋한 신비로운 새들이 언제나 지저귀는 동산도 있었습니다. 구름으로 만들어진 놀이동산에는 아이들이 매일 놀고 놀아도 지겹지 않을 만큼 놀거리가 많았습니다. 그네나 시소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별처럼 생긴 기구를 타면 이세상의 어떤 로케트보다도 빨리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올 수가 있습니다.

구름나무숲 사이로 뛰어다니는 기린을 타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도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릅니다. 도영이와 순덕이는 분명 그 기린을 쫓아 어디론가 간 것이 틀림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다지 멀리 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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