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81

일월궁전의 도영이와 순덕이 1

등록 2004.10.05 15:27수정 2004.10.0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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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번이라도 해님이 떠오르지 않은 적이 있었나요? 산 너머로 넘어가야할 해님이 내려가지 않고 오래도록 산어귀에 남아서 사람들이 잠을 자지 못한 적이 있었나요? 아침이 올 시간이 되어 사람들이 바쁘게 하루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해가 떠오르지 않은 적이 있었나요? 해와 달은 한번도 실수를 한 적이 없답니다.

거대한 몸집의 우주공간이 혼자 알아서 움직인다고 하는 사람이 있나요? 건전지를 갈아주거나 태엽을 돌려주면 알아서 움직이는 장난감이나 기계처럼,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아도 그냥 저절로 굴러간다고 말하는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저 구름 너머에 있는 일월궁전에 가봐야 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아무리 까치발을 만들어 하늘을 바라보아도,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멀리 바라보아도 닿지 않는 저 멀고 먼 곳에는 우리에게 빛과 따사로움을 주는 해님과 달님의 움직임을 주관하고 있는 일월궁전이 있답니다.

너무 멀어서,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닿고자 노력해도 닿지 않는 신비한 곳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이 땅에 사는 사람 중에는 아직 아무도 가본 사람이 없답니다. 사람은 자기 힘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만, 일월궁전에서는 그곳으로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그 일월궁전에서는 한달에 한번씩 이 땅에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두레박에 담아내려 보냅니다. 그 밝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야 이 땅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자세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일월궁전의 아이들이 우물가에 모여서 마을을 둘러봅니다.

밤은 피곤한 사람에게 잠과 휴식을 주는 고마운 시간입니다,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없는 가엾은 아이들에겐 한 없이 길고 힘든 시간일 뿐입니다.

추운 겨울밤에 굴뚝이 연기가 안 나는 곳은 없는지, 아니면 아프신 어머니께 드리기 위해 악초를 구하러 다니는 어린이들은 없는지, 그리고 부모님이 없이 외로이 밤을 지내야 하는 어린 꼬마들은 없는지 밝은 보름달로 이리 저리 비추어 보면서 찾아봅니다. 그러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빛에 부모님이 없는 외로운 아이들이 비치면, 일월궁전에 살고 있는 어린 친구들이 별을 따 만든 아름다운 동아줄을 내려 보냅니다.


끔찍한 난리통에 사라진 아이들이 있다면 폭격과 폐허 속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니랍니다. 그 아이는 그 아름다운 동아줄을 허리에 메고 일월궁전에 초대받아 올라간 것일 수도 있답니다. 부모님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후 고아가 된 아이들이 어딘가에 사라져 버렸다면, 그냥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역시 보름달이 밝게 뜬 아름다운 밤에 일월궁전에서 내려주는 별 동아줄을 타고 저 하늘나라에 올라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일월궁전에 사는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아무리 멀다 해도 일월궁전에서 내려다 보면 산도 계곡도 바다도 마을도 전부 훤하게 보인답니다. 일월궁전에서 우리의 세상은 바로 담장 너머 이웃집처럼 가깝기 때문입니다.


일월궁전은 구름 위에 지어진 거대한 놀이동산 같은 곳이랍니다. 저 멀리로는 상제님이 살고 계신 궁궐이 보입니다. 상제님의 궁전 옆으로는 날개옷을 입은 선녀들과 학을 탄 신선들이 바쁘게 오갑니다. 일월궁전도 구름 너머 하늘과 맞닿을 만큼 높은 곳에 있었지만, 상제님의 궁전은 그 위에 또 다른 하늘에 다다른 듯 그 높이가 어마어마합니다.

상제님이 사는 궁전의 밑바닥은 구름 밑으로 가려져 있어 그 밑이 사람들이 사는 땅에 닿았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곳에 닿았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일월궁전의 아이들은 가끔씩 선녀나 신선들과 함께 상제님의 궁전에 놀러가곤 합니다.

일월궁전은 상제님의 궁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입니다. 일월궁전의 가운데로는 굴뚝 같이 길다랗게 생긴 것이 두개 있습니다. 그 굴뚝의 바깥벽은 화려한 사탕처럼 아름답게 단장되어있답니다. 그것은 바로 해와 달을 아래로 내려주는 우물입니다. 해를 내려주는 우물은 금색과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색칠이 되어있고, 달이 내려가는 우물은 은색과 보라색, 남색으로 알록달록 색칠이 되어있었습니다.

우물 옆에는 기와집 네 척이 서있습니다, 그 기와집에는 해님 두 분과 달님 두 분이 쉬시는 곳입니다. 해님 한분이 쉬고 계시면 다른 해님은 또 다른 곳을 비추시러 내려가야 합니다, 달님 역시 해님 한분이 쉬러 오시면 그곳에 내려가서 또 다른 일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어딘가에 낮이 있으면 어딘가엔 또 밤이 오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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