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81

두 개의 천뢰탄 (9)

등록 2004.10.15 13:35수정 2004.10.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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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본 여인은 잠시 지면에 귀를 대었다가 일어섰다. 무슨 의도에서 하는 행동인지를 알 수 없었지만 아라파는 침묵으로 인내하며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소녀가 암살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오자고 한 것을 용서하세요. 누구도 알아선 안 될 극비(極秘)이기 때문이에요."
"허허허! 괜찮소이다. 낭자 덕분에 신선한 바람도 쐬고 오랜만에 바깥 구경을 하고 있소이다."


아라파의 말은 사실이었다. 언제 자객이 들이닥칠지 몰라 늘 지저 은신처에만 머물렀기에 실로 오랜만에 외출한 것이다.

"소녀는 선무곡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제세활빈단의 군사이며, 일타홍 홍여진이라 해요."
"흐음! 선무곡이라… 정말, 먼 곳에서 오셨소이다."

선무곡과 팔래문은 선린우호(善隣友好)를 나누기엔 너무 멀리 떨어진 문파이다. 그렇기에 지금껏 교류가 없던 곳이다.

그런 곳에서 무슨 의도로 밀지를 보냈는지 궁금하였지만 아라파는 애써 의중을 감추려는 듯 무표정한 얼굴을 하였다.

"본단 단주께서 직접 왔어야 하나 현재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라 소녀가 대신 왔지요."
"그건 아무래도 좋소이다."


"문주께선 본단에서 가져온 물건이 무엇인지 짐작하시나요?"
"글쎄올시다? 막강한 위력을 지녔다고만 하셨으니 무엇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모르겠소이다."

사실 아라파는 제세활빈단에서 보냈다는 것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짓 여유를 부렸다.


상대의 정확한 의중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속내를 드러냈다가 자칫 엄청난 요구를 받을 수도 있다 생각한 때문이다.

"저희가 뚫어달라고 하였던 동혈은 어찌 되었나요?"
"그건 이미 완성되었소이다."

"뚫는 동안 보안은 철저히 유지되었나요?"
"물론이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외다."

"좋아요. 그럼 언제든 그곳으로 갈 수 있겠네요."
"물론이오. 헌데 이젠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려줄 때도…"

"쉬잇! 잠깐만요."
"……?"

아라파의 말을 끊은 일타홍은 손가락 하나를 세워 입술에 댔다. 분명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아무리 힘이 없다 하더라도 자신은 일파의 장문인이다. 따라서 무림에 몸담고 있는 무인이라면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하는 것이 예의이건만 말을 중간에 끊자 슬그머니 화가 났다.

하여 한 마디 하려던 차에 일타홍이 장검을 뽑아들자 즉각 한 발짝 물러서며 애병인 탈명삭(奪命索)을 꺼내들었다.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으로 오인하여 즉각 대응하려는 것이었다.

이때 일학충천(一鶴衝天)으로 신형을 뽑아 올린 일타홍은 나직한 기합을 토함과 동시에 힘차게 지면에 검을 박아 넣었다.

"챠아앗! 죽엇."
"케엑―!"
"……!"

검이 박힌 곳에서 나지막한 비명이 터져 나오고 곧이어 선혈로 지면이 물들자 아라파는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벌판이다. 그리고 자신이 이곳으로 나온 것은 전혀 예정에 없던 일이다.

따라서 아무런 위험도 없다 판단하여 방심하고 있었는데 이곳 지하에 누군가가 은신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아라파가 놀란 기색을 보일 때 일타홍은 또 다른 곳에 검을 박아 넣고 있었다.

"야아압! 죽엇!"
"끄윽―!"

또 다시 지면이 붉게 물들 즈음 일타홍의 애검은 말라비틀어진 고목의 굵은 줄기 가운데 하나를 베고 있었다.

"흥! 이런 쥐새끼 같으니… 모를 줄 알고?"
쐐에에에엑! 퍼어억―!
"아아아악!"

제법 굵은 줄기가 베어지면서 시뻘건 선혈이 튀었다. 껍질을 벗겨내고 누군가 그 속에 은신해 있었던 것이다.

"……!"

불과 일수유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만에 눈에 뜨이지 않게 은신해 있던 괴한들을 처리한 일타홍의 솜씨는 일품이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단 한번의 공격에 하나의 생명을 앗은 것이다.

잠시 후, 세 구의 시신을 확인한 아라파는 나지막한 신음을 토했다. 복장이나 생김생김, 그리고 병장기로 미루어 유대문 제자가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소녀가 왜 답답한 실내 대신 이렇게 황량한 곳으로 외출하자고 하였는지 이제 이해하시나요?"
"으으음…!"

"이런데도 보안이 철저하다 자부하실 수 있나요?"
"으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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