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중국의 문화산업

[중국문화콘텐츠②]정부의 강력한 지원 하에 문화대국 꿈꾸는 중국

등록 2004.11.11 18:20수정 2004.11.1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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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재정수입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국방산업이며 문화산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세계 평화 운운하며 대량의 무기를 수출하는 미국이 자신의 국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호전시키면서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세계인들에게 선전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한 것이 바로 '소프트파워(Soft Power)'라 불리는 '문화산업'이다.

미국은 전세계 음반시장의 40%를 차지하며, TV 프로그램의 75%를 제작해 내고 있다. 미국이 생산하는 영화는 양적으로는 세계의 6.7%에 불과하지만, 영화 상영 시간의 50%는 미국산 영화이다. 또 미국의 400대 기업 중에서 72개가 문화산업 관련 기업이다.

이에 비하면 중국의 문화산업은 1994년 중국문화보(中國文化報)에 처음으로 '문화산업'이란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그야말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그 전까지 중국인들에게 문화는 문화선전사업 등으로 자신들의 사상을 강화하는 수단 정도로만 사용되었을 뿐이다. 중국인들에게 문화는 상품화하여 판매한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998년 문화부 산하에 문화산업처를 설립하면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하에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문화산업에 대한 각종 법규와 제도가 마련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문화부, 신식산업부(정보통신부), 신문출판부, 방송영화총국(TV, 영화) 등 6개 부처로 나눠진 업무 처리는 그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각 부처간 '자기 밥그릇 챙기기' 양상까지 더해져 아직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이 문화산업에 대하여 "중국이 처한 여건을 고려한 토대 위에서 중국이 중심이 되는, 중국을 위한, 변증법적 취사선택을 거친, 외국의 발전성과를 흡수하는, 더욱 뛰어난 중국의 문화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고, 당 중앙도 16기 3중전회 보고에서 경영력이 있는 문화산업기업 육성과 문화산업분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규모의 투자를 천명한 바 있어 앞으로 국가 수준의 관심과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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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오

베이징대학 문화산업연구소 연구원인 왕치궈(王齊國) 교수는 '중국문화산업정책 및 법규'라는 제하의 강연에서 중국의 문화산업발전에 대한 네 가지 모형을 제시했다.

첫 번째, 문화산업을 하나의 경제행위로 인정하고 경제법칙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 지금까지 문화산업 자체를 정부의 정책 선전도구로만 활용하며 산업화나 시장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에서 나오는 분석으로 이해된다.

두 번째, 문화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투자를 바탕으로 대규모의 문화단지를 조성하여 문화사업을 이끌어가자는 것인데, 중관촌(中關村)이 IT산업의 중심인 것처럼 하나의 문화기지를 구축해 그것을 중심으로 문화산업을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문화산업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문화산업 거점을 조성시키려는 전략이다.

세 번째, 문화산업-학교-연구기관을 삼위일체로 연결하는 모형이다. 문화산업 자체가 고도의 창의력과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대학과 연구소의 아이템을 바로 산업화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네 번째, 정부는 문화산업의 무대 뒤로 사라지고 문화산업을 담당하는 기업이 전면에 나서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원리에 따라 문화산업이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의는 정부주도형 발전모델과 시장주도형 발전모델간의 모순,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의 불균형, 지역 자체의 문화산업 개발능력 부족 등 중국의 문화산업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점들을 드러낸 것인 동시에 아직 걸음마 단계이나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발전모델을 모색하고 있는 중국문화산업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왕 교수의 소개에 따르면 베이징대학의 문화산업연구소의 경우, 매년 대학 4학년과 석사과정 1, 2학년 중에서 30명 정도를 문화산업요원으로 모집하여 2만 달러를 투자하여 문화산업 역군을 양성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이같은 문화산업연구소는 상하이와 베이징 등 3곳이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예정이라고.

중국은 유구한 역사에서 비롯하는 풍부한 문화원형과 56개 민족의 다양한 전통음악, 춤, 희곡, 건축, 조각, 회화, 서예 등의 폭넓은 문화 퇴적층도 보유하고 있다. 2003년 1인당 평균 GDP가 1000달러를 넘어서면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층도 많아지고 있다.

문화산업의 규모면에서 보면 중국은 현재 TV방송국만 368개, 2124개 채널, TV보급률이 98%에 달한다. TV시청 가정이 3억600만 가구이며 시청자 수는 10억7천만 명이나 된다. 방송프로그램 제작 기구가 1239개이며 2002년 중국드라마 제작 편수는 489편에 달한다. 영화제작 기구도 39개, 발행기구 3655개, 상영기구는 6만9176개나 된다.

중국문화는 현재 관련 분야의 제도와 법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화산업에 대한 인식부족과 부처별 이기주의, 난무하는 다오반(盜版, 불법복제CD) 등이 문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에 나서고 있어 향후 발전 전망은 밝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중문화가 열악한 중국의 문화산업 기반 위에서 비교적 손쉽게 중국 시장을 공략해 성공했다면 앞으로는 보다 치열한 경쟁 구조 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문화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 문화산업의 발전 추이를 지켜보며 효과적인 시장공략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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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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