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94

혈로(血路) (2)

등록 2004.11.15 13:37수정 2004.11.15 17:32
0
원고료로 응원
“무어라? 무림천자성? 우리와 네놈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이런 개 같은 짓거리를 한 것이더냐?”

“흥! 발뺌을 하려고? 어림도 없는 수작! 네놈들의 뒤를 태산에서부터 쫓아왔다. 이만하면 알겠느냐?”
“……!”


태산에서부터 쫓아왔다면 더 이상 할말이 없다. 그렇기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에 한줄기 전음이 전해졌다. 여옥혜였다.

“총관! 길(吉)은 없고 흉(凶)만 있으니 일단 피하는 것이 급선무에요. 지금 우린 완전히 포위 당했어요. 게다가 놈들의 숫자가 우리보다 많아요. 얼마나 더 있는지는 모르겠구요. 따라서 한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야만 기회가 있을 거예요.”
“……!”

주위를 살핀 왕구명은 여옥혜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담장 위에 지옥견들이 서 있었던 것이다.

“문주인 내가 나서야겠지만 지금은 사람들을 이끌고 활로를 뚫는 것이 더 중요해요. 그러니 총관께 미안하지만 저놈에게 일대일 비무를 청하세요. 아마, 체면 때문에라도 응할 거예요.”
“이런,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상대의 실력이 만만치 않을 거니 조심하셔야 해요.”
“하핫! 걱정 마십시오. 제게 파천부가 있으니 저깟 놈은…”


왕구명의 전음은 중도에서 끊겼다. 여옥혜의 전음 때문이었다.

“설사 이길 수 있더라도 쉽게 죽이면 안 되요.”
“그건 무슨 소리입니까?”
“총관께서 시간을 벌어야 부상자들도 챙기고…”


이번엔 여옥혜의 전음이 끊어졌다. 왕구명의 전음 때문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속하가 최대한 시간을 끌 터이니 준비가 되면 신호만 보내주십시오.”
“좋아요. 그럼 부탁해요. 무운(武運)을 빌게요.”

여옥혜와의 전음이 끊기자 왕구명은 뒤에 있던 수하에게 검을 넘기고는 파천부를 꺼내들며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호오! 무림천자성의 순찰원의 향주시라고? 보아 하니 도박을 해서 향주 자리에 오른 것 같지 않고... 그렇지만 아직 당주가 못 된 것을 보면 그리 고강한 무공의 소유자는 아닌 모양이군.”
“무어라? 이놈이...”

섬도는 어르고 뺨치는 왕구명의 말에 은근히 부화가 솟았다. 하지만 더 이상 할말은 없었다. 그의 말대로 아직 당주가 될 실력이 없어 향주 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흠! 내 소신엔 맞지 않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군. 이봐! 나와 일대 일로 대결할 의향이 있냐?”

섬도는 당주급이 되지 못한 것에 한이 맺힌 인물이었다. 반년 전, 정기 승차대회에 나갔다가 개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다른 향주들보다 자신의 무공이 월등할 것이라 호언장담했건만 겨우 8위에 머물렀다. 하여 한동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그 동안 한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산 와룡곡에서 만행을 저지른 정의문을 찾아 박살낼 것이냐고 물었을 때 무조건 자신이 해야 한다면서 나선 것이다.

차라리 총단에 없으면 더 부끄러울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사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따라 나온 수하들이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는 전혀 내색치 않지만 저희들끼리 모여 있으면 자신의 흉을 보는 것 같아 영 심기가 불편했다.

어쨌거나 약한 무공이 원수였다.

이런 연유가 있기에 무공이 약할 것이라던 왕구명의 말이 가슴에 비수가 박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기에 짐짓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야 그런 말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수하들이 알아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흥! 본좌는 강호의 무명소졸과는 손속을 나누지 않는다.”
“오우! 그러셔? 그거 다행이군. 정의문 총관인 본좌 역시 무림천자성 당주급 이하와는 손속을 나누지 않으려고 했다. 체면이 있지 어찌 향주 같은 졸개들과 손속을 나누겠느냐? 안 그래?”

왕구명은 맹후벽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물론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맹후벽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을 뿐이다. 상대가 정의문 문주인줄 알고 있었는데 총관이라 하자 약간 경계를 늦춘 것이다.

“흥! 정의문 총관 따위가 어디서… 문주라면 혹 모를까.”
“어림도 없는 소리. 네놈 따위는 본문 문주님과 대결한 자격이 없어. 혹, 전주급 이상이라면 모를까. 정, 우리 문주님과 비무해 보고 싶거든 가서 백년쯤 엄마 젖을 더 먹고 와. 알았어?”

“뭐라고?”
“아, 참! 아니다. 비무할 것도 없다. 해 보나마나 네 놈이 지니까 아예 무릎을 꿇고 지금부터 빌어. 잘못했다고… 아냐, 죽을 죄를 졌다고 빌어. 그러면서 눈이 뼈서 고인을 못 알아 봤으니 눈깔을 뽑겠다고 해 봐. 혹시 아냐? 그럼 봐 주실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