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96

혈로(血路) (4)

등록 2004.11.18 12:37수정 2004.11.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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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쨔식! 별 것도 아닌 것이. 좋아, 오늘 특별히 네 놈의 도전을 받아주지. 미리 말해두지만 무적검으로도 본좌의 파천부는 안 부서진다. 그러니 병장기의 이득을 계산에 넣고 덤비면 백전백패라는 것을 알아 둬라. 알겠냐? 이 모자라는 놈아?"
"뭐라고? 이 미친놈이…? 야아앗! 죽어랏!"

분기탱천한 맹후벽은 애병인 무적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의 외호가 섬도인 것은 단지 허공을 갈가리 찢어발기는 듯 예리한 파공음을 내는 도 때문만은 아닌 듯싶다. 도의 움직임도 빨랐지만 그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았다. 어찌나 빠른지 섬전(閃電)과도 같았다. 담장에서 왕구명이 있던 곳까지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이십 장은 족히 된다.

이 정도 거리라면 고수라 해도 한 호흡할 시간 정도는 걸린다. 그런데 맹후벽은 숨을 반도 들이키기도 전에 당도했던 것이다. 그 전에 먼저 살이 베어질 것 같이 살벌한 예기가 느껴지자 왕구명으로서는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도풍(刀風)이었다. 도강을 일으키기 직전 단계였다. 따라서 삼화취정이나 노화순청에는 못 미치지만 제법 대단한 화후에 오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웬만한 고수도 시전키 어려운 것이니, 그가 향주 자리를 도박으로 따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쐐에에에에에엑! 부우우우우웅!
챠챵! 챠챠챠챵!


순식간에 여러 합을 나누는 동안 수없이 많은 불꽃이 명멸하였다. 무적도와 파천부가 여러 번 격돌한 때문이다. 잠시 후, 한발 물러선 왕구명은 비릿한 조소를 베어 물었다.

"어떠냐? 본좌의 파천부가! 앞으로 몇 번 정도 더 격돌하면 네 놈의 무적도인지 수수깡인지 하는 게 부서질 것이다. 그러니 다른 병기를 물색해 두는 것이 좋을 걸?”
“뭐라…?”


섬도는 상대가 왜 가르쳐주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쳐주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깊이 생각할 틈이 없었다. 어느새 왕구명의 파천부가 허공을 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웅! 부우웅! 부우우우우웅! 채챙! 채채채챙! 파직―!
“허걱―!”

파천부와 무적도가 격돌할 때마다 새파란 불꽃이 튀었다.

섬도는 상대의 병기가 무적도보다 무거운 중병(重兵)이기에 가급적 부딪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파천부가 예측불허의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신속함과 신랄함을 겸비(兼備)하고 있었기에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해야 함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왕구명은 섬도가 자신의 공격을 척척 받아내자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천부법은 패도(覇道)를 숭상하는 무공이기에 막강한 위력으로 상대를 아예 박살내는 것이다.

따라서 파천부와 비교하였을 때 무게가 가벼운 무적도로 상대하기엔 아주 까다로운데 조금도 밀리지 않자 감탄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내뱉는 말은 생각과 전혀 달랐다.

"이런, 제기랄! 야, 이 빌어먹을 놈아! 너, 분명히 뇌물 주고 향주가 된 놈이지?"
"뭐? 뇌물? 이놈이 어디서 누구에게 감히…?"

"야, 이놈아.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한 번도 반격도 못하냐?"
"이, 이놈이…?"

맹후벽은 일순 할 말이 없었다. 상대의 막강한 공격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이, 오늘 또 수가 줄겠군. 이래서 하수들은 상대하면 안 된다니까. 야, 임마! 지금까지는 오성 공력 밖에 안 썼지만 지금부터는 칠성으로 공격할거야.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작살나는 거 알지? 너도 눈이 있으니 보이겠지만 본좌의 파천부에는 눈이 달려있지 않다. 따라서 네가 다치거나 죽어도 난 책임 못 지니까 알아서 해. 알겠냐?"
"으으! 이놈이…!"

맹후벽은 담장 위에 즐비하게 늘어선 수하들이 보는 앞에서 또 개망신을 당한 느낌이 들자 분기탱천하였다.

"오늘, 네 놈의 멱을 따지 못하면…."
"못하면?"

"네 놈의 멱을 따지 못하면 성을 갈겠다."
"미친놈! 조금 전에 말했지? 오늘은 네 놈의 성이 맹씨이지만 내일부터는 고(故)씨라고. 알았어?"
"네 놈을… 네 놈을… 이놈! 죽어랏!"

너무도 화가 나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던 맹후벽은 벼락 같은 기세로 왕구명의 인후부를 베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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