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물결이 찰랑대는 바람에 1시간 동안 2마리 밖에 잡지 못했다김준
사실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어촌에서 여성들이 배를 타는 것은 금기해 왔다. 그래서 대부분 통발이나 주낙을 할 경우 남자 두 명이 한 조를 이루어 작업을 해왔다. 이럴 경우 경비를 제외하고 남은 수익을 둘이서 나누어야 했다.
그러다 둘이 나누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부부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어촌인구의 감소 탓도 있지만 늘어나는 수입 앞에 금기는 서서히 약화되었던 것이다. 잡는 양은 조금 줄지 모르지만 나누지 않기 때문에 소득이 훨씬 높아지게 되었던 것이다.
낙지주낙을 할 경우 보통 200-300마리의 낙지를 잡지만 횃불낙지를 하는 경우 많이 잡아야 50마리 정도라고 한다. 낙지를 담을 플라스틱 통을 핸드백을 걸듯 팔에 걸고 뒤에는 배터리가 배낭에 담겨 있다. 3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는 배터리는 매번 충전을 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일 년을 사용할 수 있다. 요즘 아주 작은 꽃낙지는 한 마리에 1500원, 작은 것은 다섯 마리에 만원, 큰 것은 세 마리에 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횃불낙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때보다 바람이다. 아무리 물때가 좋아도 바람이 불어서 바닷물이 출렁거리기 시작하면 그날 횃불 낙지잡이는 영 글렀다. 낙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때로 본다면 서물(세 물)을 전후해서 낙지가 가장 많이 나온다. 물이 빠지기 시작해 불을 비춰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깊이가 되어야 횃불낙지가 가능하다.
불쑥 따라 나선 것 때문인지 낙지가 영 보이지 않는다. 1시간 이상을 헤맸지만 겨우 2마리만 잡았다. 내심 미안하고 더 이상 따라 다닐 수 없었다. 선착장 가까운 갯벌에 이르렀을 때 쑥스럽게 인사를 하고 갯벌에서 나왔다. 낙지를 많이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