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식·신봉엽 부부가 기르는 누렁이와 송아지김준
장산리에서 5년 전 처음으로 매생이(이곳 주민들은 '매산이'라고 부른다) 양식을 시작한 김춘식(74)·신봉엽(68) 부부는 금년에 10때의 매생이 발을 막았다. 며칠 전부터 찾아뵙겠다는 전화에 김씨 부부는 썩 반기는 눈치가 아니었다. 외양간에 있는 누렁이와 송아지가 낯선 사람의 출현에 눈만 말똥거린다. 매생이가 예년과 달리 작황이 좋지 않아 현지 수요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알려져 매생이를 요구해도 제공해 줄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작년까지 잘되던 매생이가 금년에 잘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현지 어민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을 듯 싶어 한사코 말리는 길을 나섰다. 아무리 야박하기로서니 시골 인심이 있는데 내쫒기야 하겠냐 싶었다.
"오지 마랑께 와부렀소. 개숭년(흉년) 들었단 말이요."
회진에 도착해 원둑을 넘어 장산마을 앞에 차를 멈추고 전화를 걸었다. 돌아오는 대답이 무뚝뚝한 우리 아버지 목소리와 똑같다. 오히려 친근감이 갔다.
"마을 앞 회관에 있는데요."
"100m만 큰길로 올라오쇼."
김씨는 이내 불쑥 찾아온 필자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축협 선거로 급히 소재지에 나갈 채비를 하면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30여분을 할애해 주었다. 급한 김에 개숭년이 든 이유부터 여쭈었다. '짐작'이라는 것을 몇 번이고 다짐하고서 진단은 시작되었다.
"인제 금년에는 기후 변화로 해서 가을날이 따수아 부렀단 말입니다. 수온이 18도 이하로 가야 하는디 18~20도가 되어 부렀단 말입니다. 그래서 포자 붙여 놓은 것이 녹아부렀제. 기후도 문제지만 수온이 제일 문제여. 매생이는 공해가 전혀 없는 것이여. 조금만 오염되어 있으면 매생이가 제1번으로 가버려."
웬수 같은 매생이가 늘그막에 효자 노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