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사상> 1권 표지개마고원
- 말꼬리 잡기 식의 질문은 아니다. 단행본 시리즈라면 종간보다는 완간이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고, 잡지라면 폐간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인물과 사상>은 잡지적 단행본, 즉 강준만 교수가 용어를 만들었듯 '저널룩'(Journalism + Book)이어서 연속적으로 발행되는 정기간행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시작할 때 몇 권으로 완간하겠다고 정한 것이 아니라 계속 발행해 온 것이어서 그럴 것이다. '완간'이든 '종간'이든, 그간 일정한 성과도 있었지만 이제 사회의 변화된 지형 속에서 나름의 역할을 마무리할 시점이 되었던 거라고 받아들여 주면 좋겠다."
- 그래도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접는 것이 조금은 무책임한 것은 아닌가.
"어떤 아쉬움 때문에 나오는 말이겠지만, 그간 부딪친 한계를 돌파해보려고 변화도 모색해 봤다. 25권까지는 강 교수 1인 저널룩으로 해왔지만 26권부터 고종석, 김진석 두 편집위원이 합세한 편집위원제식으로 운영해 온 것이 대표적인 변화의 예다. 각 편집위원들이 돌아가며 책임 편집을 맡는 식으로 운영했다. 그래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그런 걸로 해소될 사안이 아니었던 것 같다."
- 변화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감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글쎄, 짐작해 보면 <인물과 사상>에서 정치 얘기를 많이 다루는데, 정치 얘기에 궁금해 하는 독자들은 이제는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욕구를 해소하는 것 같다. 또 하나 지적하면 독자의 요구나 기대와 <인물과 사상>의 의제 설정 사이에 갭이 생긴 탓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 경향이 심화되면서 중간 지대의 입장이 설자리가 없어진 것 아닌가도 싶다."
- <인물과 사상>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현존하는 인물에 대한 실명 비판으로 소위 성역과 금기에 도전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지식인들의 '매명주의'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옴으로써 우리 사회에 도토리도 키를 재어 주자는 '정당한 평가' 문화에 대해 관심을 환기시켰다고 본다. 온갖 차별 문화에 대한 거부, '조선일보 제몫 찾아주기'와 같은 언론 비판, 그리고 소위 개혁 진영의 '내부 비판'으로서의 역할도 일정 정도 있었다.
33권까지 그래도 장수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인물과 사상>의 이러한 시도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어 있다는 반증이라고 본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강준만이라는 특출한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또 이런 성깔 있는 매체로 인한 부담을 기꺼이 감수하며 노력해 주신 두 편집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강 교수와 편집위원께도 감사드린다."
<인물과 사상>은 그동안 숱한 화제를 몰고 왔다. 비판의 대상이 된 인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는가 하면 온갖 논쟁이 일어나는, 말 그대로 뜨거운 논쟁의 도가니였다. 그동안 다룬 인물만도 170여명에 이른다.
- 책을 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초창기에는 책 론칭이 가장 어려웠다. 단행본도 아니고, 잡지도 아니고, 서점 담당자들이 헷갈려 했다. 하지만 그런 문제보다는, '실명비판'과 '인신공격'을 구분해 주지 않는 풍토가 제일 어려웠다. 때때로 비판의 대상이 된 인물과 관련해 욕설 전화가 계속 걸려오기도 했다. 아마도 당사자의 지인들일 것 같은데, 그런 반응을 접하고 나면 몹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출판사가 이러니 집필자는 어땠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소위 성향상 우군이라 할 수 있는 분들과 논쟁이 벌어질 때 심적인 부담이 좀 생기기도 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33권 '사고'에서도 밝혔지만 우리 시대 주요 인물에 대한 비판적 조명이 시도되었고, 사회적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는 어젠더가 제출되기도 하면서 작으나마 그러한 나름의 역할과 소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독자들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이제 역할과 소임을 다하고 퇴장하는 <인물과 사상>의 빈자리를 채워줄 제2, 제3의 <인물과 사상>들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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