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이끌어낸 숨은 공신 '두 최재천'

[取중眞담]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과 최재천 서울대 교수

등록 2005.03.01 02:30수정 2005.03.01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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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두 '최재천'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왼쪽)은 28일 국회 법사위에서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이 통과되는데 힘썼다. 최재천 서울대 교수(오른쪽)는 호주제의 근간인 '부계혈통주의'가 생물학적으로는 모순임을 증명했다.

두 '최재천'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왼쪽)은 28일 국회 법사위에서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이 통과되는데 힘썼다. 최재천 서울대 교수(오른쪽)는 호주제의 근간인 '부계혈통주의'가 생물학적으로는 모순임을 증명했다. ⓒ 오마이뉴스


28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오는 3월 2일 본회의 처리가 유력한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과 관련해 두 '최재천'이 새삼 화제다.

한명은 학자이자 교수이고 다른 한명은 국회의원이자 변호사다. 전자는 국회 바깥에서, 후자는 국회 안에서 '호주제 폐지'를 위해 세운 공로가 혁혁하다.

국회 밖 최재천, 호주제 근간인 '부계혈통주의' 생물학적 모순 증명

먼저 첫번째 최재천. 그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현행 민법이 규정한 부계혈통주의가 사회적으로는 물론 생물학적으로도 모순임을 증명, 파란을 일으켰다.

그는 호주제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 출석해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온전히 암컷으로부터 온다는 '생물학적 사실'이 그것이다.

최 교수는 이를 토대로 "생물의 계통을 밝히는 연구에서는 철저하게 암컷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간다"며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호주제의 근간으로 치부되는 부계혈통주의는 생물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정치·사회적 근거는 배제한 채 순수한 과학적 사실에만 입각해 호주제의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이같은 최 교수의 의견이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는 데 주효하게 작용했음은 자명하다. 그는 이미 여성계에서 유명인사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그의 공을 인정해 지난해 3·8 세계 여성의 날 96돌을 맞아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줬을 정도다.


국회 안 최재천 "속기록 잉크도 아직 안 말랐다... 약속 지켜라"

두번째 최재천은 논쟁에서 지지 않기로 유명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다. 그는 국회 법사위원으로서 28일 밤 민법개정안이 법사위에서 통과되는 '역사적인 현장'을 지켰다. 단순히 지켰을 뿐 아니라 통과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최 의원은 이날 밤 민법개정안의 심의가 시작되자마자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에 대해) 더 이상 무슨 논의가 더 필요하느냐"며 호주제 폐지 반대론을 되풀이 주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그는 "흥분하지 말라, 목소리 높이지 않아도 다 알아듣는다"는 최연희 법사위원장의 요청에도 자제하기는 커녕 한술 더 떠서 고함을 질렀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하는 의원들이 있으니까 그럽니다. 지난해 12월 말 '2월 처리'를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아직 속기록 잉크도 마르지 않았어요!"

지난 수년간 호주제 폐지가 유림 등 보수 여론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눈치 보기'로 미뤄져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일성은 속시원한 '밀어부치기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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