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년 전 해양생물과의 만남

서귀포 70경(34) 서귀포층의 패류화석

등록 2005.03.04 14:51수정 2005.03.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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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리를 따라 걷다 보면 해안절벽의 웅장함에 빠져 넋을 잃을 때가 많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칠십리 길의 매력이라면 역시 바다를 옆에 끼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해안절벽과 어우러진 풍경은 또 하나의 자원을 낳는다.

천지연 폭포 입구에서 남서쪽으로 200m쯤 갔을까? 서귀포의 미항 칠십리해안경승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갈매기가 손짓하는 방파제를 따라서 발길을 옮기면 동, 서, 남, 북이 모두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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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출렁이는 바다 위에 섬 속의 섬들이 떠 있고, 방파제 끝으로 보이는 새섬, 그리고 문섬이 오롯이 떠 있다. 등을 돌려 다시 해안절벽을 바라보면 집채만한 바위덩어리를 볼 수 있다.

서귀포시 서흥동 707번지 일대. 천지연의 해안가를 따라 1Km. 이곳은 250만년 전 신생대 시대의 바다 생물들이 숨겨진 비밀 창고가 있는 곳으로, 서귀포층 패류화석을 만날 수 있다.

방파제 앞에서 나그네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전복, 소라, 갈치회의 유혹을 뒤로 하고, 동글동글한 바다 돌을 밟고 방파제 밑으로 내려가면 집채 만한 바위덩어리가 밀려오는 파도에 세월을 씻는다.

바다 냄새를 맡기도 전에 터져 나오는 탄성!

“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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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금방이라도 절벽이 와르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착각은 태고의 신비로움 그 자체다. 절벽 아래에는 크고 작은 사각형의 바위덩어리들이 마치 전시장처럼 선을 보인다. 이것에 있는 바위덩어리들이 여느 바위덩어리와 다른 것이 있다면 회색과 적갈색을 띤 줄무늬이다. 언뜻 보아서는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감지하기가 어렵다.

두 손을 벌리고 안아보았으나 그 암괴는 팔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해안절벽 아래에 떨어진 이 암괴는 서귀포층의 패류화석으로 조개종류의 화석을 말한다.


징검다리를 건너 듯 바다 위에 놓여진 바위를 건너, 유심히 바라보면 과거속의 과거를 엿볼 수 있다. 바위 속에서 나타나는 달팽이와 전복 우렁이와 굴의 껍질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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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서귀포층은 제주도의 화산층에서 가장 밑에 있는 지층으로 부족류, 복족류, 굴족류, 완족류 등의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특히 서귀포층에서 발견된 화석 중에 달팽이, 전복, 우렁이, 성게, 해삼, 불가사리 등과 극피동물, 산호화석, 고래와 물고기 뼈, 상어이빨 등의 화석 등을 보며 사람 냄새를 맡아 본다. 바위덩어리 속에서 무슨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러나 황금을 보는 마음으로 바위를 들여다 보면 서귀포층의 패류화석에 빠져들 수 있다.

서귀포층의 패류화석은 천연기념물 제 195호로, 중생대말 백악기에 바다 속에 있는 해양생물들이 묻힌 퇴적암이 융기하여 단애를 형성하였고, 오랜 세월 동안 풍화작용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그 두께도 50~60m 정도로 회색과 적회색의 색깔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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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이날 따라 봄을 시샘하는 눈이 펑펑 쏟아졌다. 칠십리를 끼고 몰아치는 바람은 파도를 불러왔다. 바위 속에 박혀 있는 산호, 조개껍데기의 흔적이 흐물거리듯 생동감을 느끼게 했다.

바위에서 느껴지는 생동감. 바위 속에 숨겨진 당시의 흔적들을 바라보는 묘한 기분. 끊임없이 흐르는 역사의 현장 위에 또 다시 내가 살아간다는 것이 역사의 흐름이다.

그러나 서귀포층의 패류화석 속에서 250만년 전의 해양생물을 보면서 아직은 보존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리고 또 하나, 찾아오는 이가 뜸한 천지연 해안가의 한적함은 천연기념물에 대한 무관심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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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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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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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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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덧붙이는 글 | 서귀포층의 패류화석은 서귀포시가 지정한 70경 중의 하나이며, 천연기념물 제195이다.

찾아가는 길은 제주시- 서부관광도로-중문-천지연입구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덧붙이는 글 서귀포층의 패류화석은 서귀포시가 지정한 70경 중의 하나이며, 천연기념물 제195이다.

찾아가는 길은 제주시- 서부관광도로-중문-천지연입구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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