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택 신임 국조실장과 일부 언론의 '견문발검'

[정치 톺아보기 83] 인사이드에 쓰지 않은 또다른 인사이드

등록 2005.03.23 02:20수정 2005.03.2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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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그 400만원은 뭐죠?"

지난 1월 20일 청와대 대통령 관저. 그 전날 청와대로부터 관저로 들어오라는 부름을 받은 당시 김완기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장(차관급)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400만원이 뭐냐'는 갑작스런 질문을 받고 한동안 무슨 말인지를 몰라서 당황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해서 상대편을 안심시킨 뒤에 갑자기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져 반응을 살피는 법률가다운 면접 테스트였다. 당시 김 위원장은 대통령 관저에서 노 대통령과 아침식사를 함께 하면서 청와대 인사수석 후보자로서 '면접 테스트'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른바 '관저 식사를 겸한 면접' 시험장에는 윤태영 제1부속실장이 배석해 메모를 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이내 노 대통령이 뭘 묻는지를 알아차렸다. 노 대통령은 바로 13년 전에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400만원 때문에 옷 벗을 뻔했던 사연'을 묻고 있는 것이었다. 13년 전의 사연은 이렇다.

노 대통령의 질문 "그 400만원은 뭐죠?"

김완기 인사수석은 지난 88년 13대 국회에 첫 등원한 박석무 전 의원과는 광주고 학창 시절부터 지금껏 가깝게 지내는 선후배 사이로 김 수석이 2년 후배이다. 92년 3·24 총선 당시 박석무 의원은 야당(민주당) 후보로 출마했고, 김 수석은 선거를 관리하는 내무부의 기획예산담당관이었다.

김 수석은 당시 형편이 빤한 박 의원의 주머니 사정을 모른 체할 수 없어서 잘 아는 친구와 친지들에게 박 의원을 돕자는 취지로 100만원씩만 걷자고 모금을 해 4명으로부터 100만원씩 400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받아 박 의원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이듬해 이회창 감사원장 시절에 감사원은 내무부에 대해 '목적감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기획예산담당관이었던 김 수석의 통장에서 4명의 민간인으로부터 받은 400만원이 적발되어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물론 김 수석은 이 돈이 직무와 관련된 뇌물이나 부정한 돈이 아니고 친구처럼 지내는 막역한 선배를 돕기 위해 순수하게 100만원씩 모아서 자신의 통장을 통해 박 의원에게 전달된, '거쳐간 돈'임을 강조하고 이를 입증했다. 군수 시절에 '청백리'로 통한 김 수석의 됨됨이를 뻔히 아는 내무부에서는 돈의 출처와 용처가 다 해명이 되었다.

그러자 감사원은 사실이 그렇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더욱이 박석무 의원이 여당 의원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야당 의원이었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었다.

하는 수 없이 김 수석은 400만원에 대해 직무와는 관련이 없는 돈임을 분명히 하는 대신 민간인으로부터 과(課) 운영경비로 받은 것으로 처리하는 데 동의했다. 일종의 타협안으로 '유죄'를 인정하되 '사전형량조정'을 한 셈이다.

이렇게 해서 김 수석은 당시 공무원의 '청렴 의무 위반'이 아닌 '품위유지 의무위반' 혐의로 비교적 낮은 징계인 '견책'을 받았다. 아무리 거쳐간 돈이라 하더라도 공무원이 민간인에게 통장번호를 가르쳐줘서 송금받은 것 자체가 품위손상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억울한 김 수석은 나중에 소청을 제기해 견책마저 인사기록에서 깨끗이 지웠다.

노 대통령은 김완기 위원장을 인사수석으로 내정하기 전에 관저에서 '독대 면접'을 하는 자리에서 400만원에 대한 위와 같은 자초지종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노 대통령은 감사결과에 대한 검증보고를 받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다만 본인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고 싶어 물어봤던 것이다.

바로 이 '김완기 인사수석이 400만원 때문에 옷 벗을 뻔했던 사연'은 지난 1월 25일에 오마이뉴스의 정식기사가 아니라 자발적 유료독자에게만 서비스하는 '인사이드'에 똑같은 제목으로 실렸다.

인사이드에 쓰지 않은 또다른 인사이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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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택 신임 국무조정실장이 22일 오후 정부 중앙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한구

그때 인사이드에 쓰지 않은 또 다른 '인사이드 스토리'가 있다. 바로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조영택 신임 국무조정실장 내정자의 '징계 전력'이 그것이다. 조 내정자는 김완기 수석과 함께 그 당시에 무더기로 징계받은 현직 관료 중의 한 사람이었지만, 괜히 그의 징계전력을 들추고 싶지는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영택 신임 국조실장과 김완기 인사수석은 '징계 동기'이다. 물론 '징계 동기'들은 두 사람뿐 아니고 더 많았다.

김완기 수석이 '견책' 징계를 받은 바로 그 93년 감사원의 목적감찰에서 당시 조영택 의정부 시장은 내무부 지방행정국 행정과장으로 재직시 업무편의 명목으로 시장 등으로부터 모두 9차례에 걸쳐 1천4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적발되어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93년 김영삼 정부 초기의 서슬퍼런 이회창 감사원장 시절에 이뤄진 내무부 본부와 전국 시도에 대한 전면적 감찰은 일종의 '관행에 대한 사정'이었다. 물론 그 관행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관장하는 내무부(현 행정자치부)의 오랜 관행 가운데 하나는 전국 시장·군수들이 서울에 출장을 오면 친정인 본부(지방행정국)에 들러 부서 운영비에 보태라고 돈봉투를 주고 가는 것이었다.

조 국조실장이 지방행정국 행정과장 시절인 90년 5월부터 91년 8월까지 9차례에 걸쳐 받은 1천40만원도 바로 업자한테서 받은 뇌물이 아니라 서울에 출장온 시장·군수·도지사가 주고간 돈봉투를 모은 것으로 그 돈은 1년여 동안 직원들의 야식비나 목욕비 등으로 사용되었다.

또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은 과거 정부로부터 징계기록에 대한 사면을 받아 이미 소멸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 국조실장은 징계처분을 받은 뒤에도 경기도 군포시장과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자치행정심의관을 거쳐 행정자치부 공보관·인사국장·차관보·차관까지 역임하고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거쳐 다시 국무조정실 기획수석조정관(차관급)으로 복귀한 것이다.

일부 언론의 '견문발검'

그런데 이제 와서 일부 언론에서 '징계 전력 논란' 운운하면서 이미 처분기록마저 소멸된 13년 전 경징계 사실을 처음 발견한 것처럼 정색하고 기사를 쓰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생뚱맞고 뒷북치는 일이다.

게다가 시효가 소멸된 13년 전의 감봉 1개월 경징계 사실을 가지고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의 부실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마치 견문발검(見蚊拔劍·모기를 보고 칼을 뺌)을 보는 듯하다. 더구나 조 국조실장과 30년 동안 내무부-행자부에서 함께 근무한 '징계동기' 김완기 수석이 그런 내용을 모를 리 없다.

또 13년 전의 같은 징계내용을 가지고서도 국무조정실 기획수석조정관일 때는 직무를 수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국무조정실장일 때는 직무수행에 문제가 된다는 논리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똑같은 13년 전의 '허물'인데 차관 때는 'No Problem'이던 것이 장관 때는 'Problem'이라면 이치에 맞지 않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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