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그 400만원은 뭐죠?"
지난 1월 20일 청와대 대통령 관저. 그 전날 청와대로부터 관저로 들어오라는 부름을 받은 당시 김완기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장(차관급)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400만원이 뭐냐'는 갑작스런 질문을 받고 한동안 무슨 말인지를 몰라서 당황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해서 상대편을 안심시킨 뒤에 갑자기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져 반응을 살피는 법률가다운 면접 테스트였다. 당시 김 위원장은 대통령 관저에서 노 대통령과 아침식사를 함께 하면서 청와대 인사수석 후보자로서 '면접 테스트'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른바 '관저 식사를 겸한 면접' 시험장에는 윤태영 제1부속실장이 배석해 메모를 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이내 노 대통령이 뭘 묻는지를 알아차렸다. 노 대통령은 바로 13년 전에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400만원 때문에 옷 벗을 뻔했던 사연'을 묻고 있는 것이었다. 13년 전의 사연은 이렇다.
노 대통령의 질문 "그 400만원은 뭐죠?"
김완기 인사수석은 지난 88년 13대 국회에 첫 등원한 박석무 전 의원과는 광주고 학창 시절부터 지금껏 가깝게 지내는 선후배 사이로 김 수석이 2년 후배이다. 92년 3·24 총선 당시 박석무 의원은 야당(민주당) 후보로 출마했고, 김 수석은 선거를 관리하는 내무부의 기획예산담당관이었다.
김 수석은 당시 형편이 빤한 박 의원의 주머니 사정을 모른 체할 수 없어서 잘 아는 친구와 친지들에게 박 의원을 돕자는 취지로 100만원씩만 걷자고 모금을 해 4명으로부터 100만원씩 400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받아 박 의원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이듬해 이회창 감사원장 시절에 감사원은 내무부에 대해 '목적감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기획예산담당관이었던 김 수석의 통장에서 4명의 민간인으로부터 받은 400만원이 적발되어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물론 김 수석은 이 돈이 직무와 관련된 뇌물이나 부정한 돈이 아니고 친구처럼 지내는 막역한 선배를 돕기 위해 순수하게 100만원씩 모아서 자신의 통장을 통해 박 의원에게 전달된, '거쳐간 돈'임을 강조하고 이를 입증했다. 군수 시절에 '청백리'로 통한 김 수석의 됨됨이를 뻔히 아는 내무부에서는 돈의 출처와 용처가 다 해명이 되었다.
그러자 감사원은 사실이 그렇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더욱이 박석무 의원이 여당 의원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야당 의원이었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었다.
하는 수 없이 김 수석은 400만원에 대해 직무와는 관련이 없는 돈임을 분명히 하는 대신 민간인으로부터 과(課) 운영경비로 받은 것으로 처리하는 데 동의했다. 일종의 타협안으로 '유죄'를 인정하되 '사전형량조정'을 한 셈이다.
이렇게 해서 김 수석은 당시 공무원의 '청렴 의무 위반'이 아닌 '품위유지 의무위반' 혐의로 비교적 낮은 징계인 '견책'을 받았다. 아무리 거쳐간 돈이라 하더라도 공무원이 민간인에게 통장번호를 가르쳐줘서 송금받은 것 자체가 품위손상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억울한 김 수석은 나중에 소청을 제기해 견책마저 인사기록에서 깨끗이 지웠다.
노 대통령은 김완기 위원장을 인사수석으로 내정하기 전에 관저에서 '독대 면접'을 하는 자리에서 400만원에 대한 위와 같은 자초지종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노 대통령은 감사결과에 대한 검증보고를 받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다만 본인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고 싶어 물어봤던 것이다.
바로 이 '김완기 인사수석이 400만원 때문에 옷 벗을 뻔했던 사연'은 지난 1월 25일에 오마이뉴스의 정식기사가 아니라 자발적 유료독자에게만 서비스하는 '인사이드'에 똑같은 제목으로 실렸다.
인사이드에 쓰지 않은 또다른 인사이드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