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사는 재미> 겉표지아리랑나라
이오덕 선생님!
선생님이 누워 계시는 부용산 멧기슭에도 이제는 지난 겨울에 쌓인 눈이 모두 녹고 곧 진달래개가 피고자 꽃망울이 한창 부풀고 있을 테지요.
무슨 일이 그리도 바쁜지 선생님을 까마득히 잊고 지내는데 엊그제 아드님 정우씨가 <거꾸로 사는 재미>라는 책을 한 권 부쳐줘서 어제 오늘 선생님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책 겉장 그림에는 선생님이 어느 시골길에서 고양이를 안고 있습니다. 저도 요즘 다리가 편치 않아서 하루 종일 집안에서 고양이란 놈과 지내고 있습니다. 한 석 달 그 녀석과 같이 지내자 이제는 제 말귀도 신통하게 알아듣기도 합니다. 동물도 저 귀여워해주는 줄은 용케도 알더군요.
아드님 정우씨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펴낸 책 <거꾸로 사는 재미>는 재생지로 엮었는데, 어느 한 쪽의 빈 곳도 없이 야물게 잘 엮었습니다. 겉장조차도 단색으로 마치 40~50년 전에 나온 책처럼 느껴졌고, 책 속의 담긴 선생님의 말씀조차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한 꼭지 한 꼭지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선생님 댁에서 대접받았던 시래깃국 같기도 하고, 조선무를 듬뿍 넣고 끓인 된장찌개 맛 같기도 하였습니다. 책의 꾸임이나 내용이 햄버거나 치즈에 맛을 들인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맞지 않을 듯합니다.
'하나 - 하늘과 비둘기' 묶음에서는 '미루나무' '흙' '산' '하늘' 따위로 자연을 노래한 글들이고, '둘 - 우리 집 우리 이웃' 묶음에서는 '이발소' '집' '자취' '내가 사는 대곡' '복술이' 따위의 글로 당신 생활 언저리의 이야기들입니다.
'셋 - 가난하게 사는 슬기' 묶음에서는 '거꾸로 사는 재미', '선물', '사라진 농촌 문화', '사람의 길', '자기를 깔보는 교육자' 따위의 글로 사라진 우리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기만 아는 영악한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고고하게 사는 선생님의 평소 생활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넷 - 꼴찌를 기르는 교육' 묶음에서는 '우리는 왜 사랑을 잃었는가', '우리는 십자가를 진 사람', '어린이 마음', '이 땅의 풀 한 포기라도', '죄인의 말' 따위로 오늘 우리의 병든 교육에 대한 탄식과 스스로의 뉘우침을 드러낸 글들입니다.
선생님을 만나 뵌 것은 일생일대의 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