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만져본 아이들은 달라요"

낙안읍성 도예방 박노연씨가 미술치료사에 도전한 까닭

등록 2005.04.14 13:55수정 2005.04.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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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내에 도예방이 하나 있다. 박노연, 안연순 부부가 운영하는 낙안성도예방. 성곽을 돌다보면 남문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데 언제 봐도 오밀조밀한 정겨움이 있는 곳이다.


a 낙안읍성 성곽을 돌다보면 남문근처에 도예방 하나가 있다. 박노연, 안연순 부부가 운영하는 낙안읍성 도예방

낙안읍성 성곽을 돌다보면 남문근처에 도예방 하나가 있다. 박노연, 안연순 부부가 운영하는 낙안읍성 도예방 ⓒ 서정일

자그마한 초가집에 한쪽은 작업장이요 다른 곳은 전시장이다. 들어가 보면 앙증맞은 것들이 많아, 보면 볼수록 재미와 깊이가 더해간다.

수많은 작품들 속엔 전통 도자기가 있는가 하면 이불을 덮고 사랑을 나누는 젊은 부부를 장식소품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있다. 복을 가져다준다는 못생긴 돼지도 진열대 한 편을 차지하고 있다.

"생활 속의 도자기들이 어느새 값비싼 장식품으로 변해버린 듯합니다."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도자기에 대단한 의미를 갖다붙여 예술적 승화 운운하면서 과시의 수단으로 변해버린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박씨.

이것이 오늘날 자기 문화의 현주소라면서 우리의 전통 도자기를 만드는 것과 또 그것을 사다 쓰는 사람들을 무식한 사람으로까지 취급함에 못내 서운해 한다. 이런 세태가 우리 전통 도자기 문화를 모욕하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언짢은 속내를 내 보이기도 한다.


"밥상 위엔 쇠그릇 물그릇뿐입니다."

현대인의 밥상이 정감이 가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박노연 안연순 부부. 흙으로 빚어 만든 도자기로 고향의 느낌을 살려보고 싶었다면서 값싸고 질 좋은 도자기 개발에 많은 정성을 쏟는 이유가 바로 서민들의 삶을 표현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고향 사랑의 마음과 담장 너머에 있는 우리네 이웃들의 삶이 그의 말속에 담겨져서 풋풋하게 흘러나온다.


a 비록 좁은 전시장이지만 사람들은 투박하고 풋풋한 그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 많이 찾는다.

비록 좁은 전시장이지만 사람들은 투박하고 풋풋한 그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 많이 찾는다. ⓒ 서정일

"아이들에게 흙을 만지게 해야 합니다."

낙안읍성에서 도예방을 시작한 지 10여년, 체험학습을 위해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어린 학생들이 다녀갔는데 비록 비좁은 공간이지만 가능한 많은 학생들이 직접 흙을 만질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한다고 한다. 그것은 흙이 주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반드시 느껴보고 가야만 된다는 박씨의 고집 때문.

비좁고 복잡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왜 한 사람이라도 더 흙을 만져보게 하는 미련스런 옹고집을 피우는 걸까? 그런데 지난 3월 자폐아와 장애인을 위한 '미술치료사' 과정에 등록했다는 박씨의 말을 듣는 순간 그런 의문점은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아이들 특히 소외되고 힘든 장애인들의 치료와 그들의 미래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미래를 열어줘야 합니다."

자폐아들, 그리고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흙을 만지는 것은 그 어느 것에 비해 큰 치료 효과를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는 그의 생각은 그들에게 기능을 전수해서 사회에 나와 적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비교적 사회의 관심이 덜 미치는 부분에 한 민간예술인이 노력해 보고자 하는 것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a 자폐아와 장애인의 치료에 도움이 되고 그들의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미술치료사 과정을 등록한 박노연씨, 그의 가슴속엔 아름다운 꿈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자폐아와 장애인의 치료에 도움이 되고 그들의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미술치료사 과정을 등록한 박노연씨, 그의 가슴속엔 아름다운 꿈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 서정일

박노연씨에겐 꿈이 하나 있다. 미술치료사 과정을 모두 마치고 좀더 넓은 공간을 확보해서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만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교 같은 것을 세워보고 싶다는 것.

하지만 개인의 힘으로는 조금 버거워 보이는 부분이다. 사회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눈여겨 볼 대목인데, 꿈은 이뤄진다는 말처럼 언젠가는 그의 꿈이 현실로 변하게 되리란 확신을 갖는 것은 그의 아름다운 마음과 맑은 눈을 보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낙안읍성 홈페이지
http://www.nagan.or.kr

덧붙이는 글 낙안읍성 홈페이지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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