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시보다 준법과 최신제품으로 승부

부푼 꿈으로 중국을 찾는 이에게

등록 2005.04.22 08:07수정 2005.04.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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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왕징에 있는 한국성 ⓒ 정호갑


많은 사람들이 부푼 꿈을 안고 중국 땅을 찾지만 차이나 드림을 이룬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중국으로 들어오는 한국인들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가 다른 것이 아니라 어제와 오늘이 다를 정도다.

중한수교 10여 년간 한국기업의 중국진출 붐과 최근 '차이나 드림'의 새로운 현상으로 년 평균 150여만 명(2003년 156만 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다녀가는 등 한국인들의 중국 진출 행보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으며 재중 장기거주 한국인 수도 급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북경에 5만5천 명, 천진 3만 명, 산동 8만 명, 화남지역에 1만8천여 명, 동북에 4만2천명, 상해에 4만3천명, 기타지역 2만5천명으로 중국 장기거주 한국인수는 총 29만3천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 기업 수는 북경 8천여 개, 천진 1900여 개, 산동 1만5천여 개, 화남지역에 7100개, 동북에 6천여 개, 상해에 8천여 개, 기타 지역에 6천여 개로 총 5만2천여 개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로 미뤄 2010년에 이르면 재중 한국인 수는 100만 명에 이르게 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흑룡강신문 2005.1.9).

이젠 한국성이라고 일컫는 북경의 왕징을 거닐면 한국말이 너무나 자연스레 들린다. 왕징(望京)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차이나 드림을 이루기 위해 낯선 땅을 찾아온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체의 주재원으로 중국으로 오는 경우는 문제가 없다. 기업이 해외 판로를 모색하는 가운데 이뤄졌기에 그리고 돌아갈 곳이 있기에 괜찮다. 하지만 한국에서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서 중국을 찾는 경우는 다르다. 마지막 꿈이 무너지면 그 좌절을 극복하기 어렵다.

중국에서 수 년 동안 갖은 고생을 다 겪으면서 자리 잡은 사람들은 중국은 분명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충고의 말을 꼭 덧붙인다.

우리가 현재 GNP에서 조금 앞서고 있다는 단순한 계산으로 중국을 대하는 것이 바로 실패로 들어서는 첫 번째 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우리보다 뒤처진 것은 불과 50년 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고 다가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어떻게 차이나 드림을 이룰 수 있었을까. 그들의 삶을 따라가 보는 것 또한 중국을 배우고 차이나 드림을 이루는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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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교 시장에 있는 최석준 사장인 경영하는 금천사 ⓒ 정호갑


최석준 사장. 그의 공식적인 직함은 귀금속점인 <금천사> 대표이며, 북경한국투자기업협의회 부회장이다. 하지만 그에게선 사업가라는 인상보다 그저 오다가다 어디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동네 아저씨 같은 다정함이 느껴진다. 부산에서 귀금속점을 시작해 지금은 북경, 천진, 홍콩, 일본에 분점을 두고 있다. 북경에 있는 그의 가게에서 그의 경영 철학을 들어봤다.

- 중국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남의 돈을 탐하지 않고 마음을 뺏으려 하면 된다. 중국 사람들은 아직까지 눈가림으로 남의 돈을 그냥 가져가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는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뺏을 수 있는지 밤잠을 자지 않고 생각하고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고객이 많아지고 수입도 늘어나게 되었으며 그 다음부터는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쉬웠다."

- 제자리 잡기까지 중국에서 생활은 어떠했나?
"처음 사업을 할 때 소득의 80%는 재투자하고 나머지 20%를 가지고 생활했다. 20%로 생활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출퇴근을 버스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식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돈이 없어 사람도 마음대로 만날 수 없었다. 이런 생활을 2년 정도 하고 나니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그 다음부터 조금 여유가 생기게 되었고 지금은 20%를 다 쓸 수도 없어 계속 재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

- 중국에서 어떤 자세로 기업을 하였나?
"먼저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굳이 공자(孔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내 생각과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흔히들 중국에 와서 중국인이나 조선족과 함께 사업을 하다가 배신당하였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 배신이 나에게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배신을 당하기 전에 배신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아야 한다. 나는 반성하는 사람에게는 기회는 반드시 다시 온다고 생각한다."

- 중국에서 어떤 사업에 투자하면 좋겠나?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와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중국은 우리보다 뒤떨어진 나라라고 생각해 3~4년 지난 제품을 가지고 오면 승산이 없다. 중국 인구의 3%(약 2600만 명)는 연소득이 3만 달러에 달하며, 그들의 구매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중국 젊은이들의 사고는 이미 서구화돼 있고 첨단제품에 대한 구매력 또한 막강하다. 비싸더라도 명품을 선호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미 한물 간 제품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미 중국에 들어와 성공한 사업은 거들떠도 보지마라. 남이 하지 않은 일을 찾아야 한다. 내 경우도 한국 사람이 귀금속을 했다면 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물이 없다고 하면 비를 예상하고 비를 받을 그릇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비가 올 때 그릇을 만들면 이미 늦은 것이다."

-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관시(關係)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흔히들 중국하면 고위층과 관시(關係)가 없으면 안 되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고위층과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보다 먼저 법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엄연한 법치 국가이다. 처음부터 편법을 동원해서 사업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고위층을 매수하려고 하면 겉으로는 매수당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들은 쉽게 걸려들지 않는다. 오히려 뒷날 자기가 판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그래도 사업을 하다보면 고위층과 만남이 있을 것인데 그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하나?
"난 아직도 그들과 어울려 술집에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거기에 가 분위기를 타게 되면 나의 단점을 보여 주기 쉽다. 그것은 나의 단점이 아니라 한국의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러기에 그들과의 만남이 필요하면 집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그리고 초대하여 나누는 이야기는 한국이나 중국을 떠나 좀 더 크게 인류공동체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조금 더 가까워지면 그들 가족을 함께 초대한다. 내가 살고 있는 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렇게 형성된 관시는 낯선 땅에서의 삶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의리를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진정한 의리를 맺기가 어렵지 한 번 맺은 의리를 그들은 쉽게 저버리지 않는다."

- 차이나 드림을 이루기 위해 중국을 찾는 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충고는?
"중국은 분명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단단한 각오가 서 있어야 한다. 중국 사람과 함께 생각하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연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중국 사람들과 같이 먹고 자고 입으며 견딜 수 있는가를 먼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중국을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찾아온 이들이 먼저 깨끗한 아파트를 찾고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을 보면 나는 그들의 실패를 예상한다. 중국에 와서 '한국적인 삶'을 살려고 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 외에 그 무엇보다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단지 중국에서 돈만 벌어 가려고 하지 말고 중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못다 이룬 꿈을 중국에서 다시 지피고자 하지만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어찌 중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이 없겠는가. 그런데도 '땅 짚고 헤엄치기'라면서 결국에는 '정직하고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살아남더라'는 최 사장의 말에 성공의 비결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공하는 사람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몸으로 실천 해나가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 최 사장과의 만남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기 economy21> 2005년 4월호 실린 나의 글을 보태고 기워 다시 쓴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경기 economy21> 2005년 4월호 실린 나의 글을 보태고 기워 다시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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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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