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 수 있다, YES! I CAN!

[탐방] 중국 교육 변화의 산실, 육영실험학교

등록 2005.04.20 00:00수정 2005.04.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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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시 육영실험학교 ⓒ 정호갑

사회주의 정책을 수정하여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를 받아들인 뒤 중국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문에서의 변화를 살펴보면, 과거 중국의 모습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겉으로만 보면 중국의 교육과정은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 중국의 교과과정은 '초등 6-중등 3-고등 3-대학 4년'으로 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학기가 9월에 시작된다는 것이다. 또한 중등학교가 비평준화 되어있는 탓에 이른바 일류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러야 한다.

이러한 교육의 흐름에 변화가 느껴진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라고 모두들 인정했던 중국에서도 이제 영어 바람이 불고 있다. 학교에서 영어가 주요 과목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른바 '쌍어실험학교(雙語實驗學校)'도 곳곳에 생겨났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국제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991년 9월에 개교한 북경시 육영실험학교는 이러한 중국의 교육의 변화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학교다. 육영실험학교를 찾아가 봤다.

학교에 들어서자 서양식으로 건축된 학교 본관과 마치 공원처럼 꾸며진 정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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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실험학교 교정 ⓒ 정호갑

육영실험학교는 기숙학교로 현재 530여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함께 다니고 있다. 26만 평방미터의 대지에 건축면적 5만 평방미터로 지어진 육영실험학교에는 기숙사, 실험실, 천문대, 수영장, 볼링장, 인터넷실, 무용실 등의 교육시설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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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실험학교 산책길 ⓒ 정호갑

넓은 학교지만 한 교실에서 수업하는 학생 수는 20명 이하다.

'학생들 개개인의 성공과 성취를 위해 모든 학생들에게 창조적인 일을 하게 한다. 나는 할 수 있다(爲每一介學生創造機會, 使每一介學生?得成功. YES! I CAN!)'

학교 교훈이다. 사회주의 국가다운 교훈을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약정로(岳正路) 교장은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교훈이라고 전했다. 육영실험학교는 이러한 교훈을 실현하기 위해 개별화 수업을 진행한다. 약 교장에 따르면, 북경에서 온 학생과 다른 성에서 온 학생간의 수준차를 줄이기 위해 저녁 자율학습 시간에 개별지도가 이뤄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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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소평의 교육관, "교육은 현대 세계 미래로 나아간다." ⓒ 정호갑

하지만 교육내용은 어떨까? 중국은 교사중심의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약 교장은 고개를 저으며 "이전에는 교사위주의 수업이 진행되고 평가 또한 암기위주의 시험으로 해왔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충분히 학습한 것을 소화해서 응용할 수 있도록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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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영어 수업 모습 ⓒ 정호갑

중학교 1학년 영어 수업을 참관해 보니 약 교장의 말이 과장된 게 아니었다. 학생 4명이 한 모둠을 이루며 퍼즐을 통해 영어단어를 익히고 있었다. 모둠 수업으로 협동을 배우고 각종 교구를 활용해 수업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듯했다. 초등학생들의 수업은 발표위주로 진행중이었다.

물론, 북경의 모든 학교가 이와 같은 좋은 시설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중국 대다수의 학교는 뒤처진 교육환경에 놓여있다. 교육의 빈부격차가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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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내부의 모습 ⓒ 정호갑

육영실험학교는 국제교류가 활성화되어 있다. 초중고 학생들이 세계 곳곳으로 진출해 그 나라 학생들과 교류하며 국제화를 몸에 익히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세계 각국에서 이 곳을 찾은 외국학생들도 많다. 이를 반영하듯 다양한 국제교류 성과 전시물이 학교 곳곳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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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과 우의를 기념하면서 심은 나무. ⓒ 정호갑

약 교장은 "현재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라오스,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 학생들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유럽과 동남아 지역 학생들을 위한 중국 문화 체험 캠프도 준비중이다"라고 전했다. 학생 시절을 중국에서 보낸 많은 아이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중국 알리미 역할을 할 것이다.

경제특구에 외국인 학교를 세운 뒤 국내인 입학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를 떠올렸을 때 많은 시사점을 남기는 부분이다.

육영실험학교 학생들의 하루

육영실험학교 학생들의 교과 과정과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될까.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필수 과목으로 수학, 어문, 외국어, 음악, 미술, 체육을 배우고 선택 과목으로 서예, 과학, 피아노, 체스, 수공예, 무용, 음악을 배운다. 중학생들은 수학, 어문, 외국어, 물리, 화학, 역사, 지리, 음악, 미술, 체육, 컴퓨터, 심리교육, 교내문화를, 고등학생들은 수학, 어문, 외국어, 물리, 화학, 음악, 미술, 체육, 컴퓨터, 지리, 역사, 교내문화, 심리교육을 배운다.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다.

06:30 - 07:00 일어나 체조를 하고
07:00 - 08:00 아침밥을 먹고
08:00 - 12:10 오전 수업 4시간
12:10 - 13:10 점심시간
13:10 - 14:10 낮잠시간
14:10 - 17:00 오후 수업 3시간
17:00 - 18:00 특별활동을 하고
18:00 - 19:00 저녁밥을 먹고
19:00 - 21:00 교실에서 자습을 하고
21:00 - 22:00 간식을 먹고
22:00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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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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