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건을 덮지 않으면 산 새우가 튀어나와 식탁이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이종찬
나의 울진 길라잡이 남효선(47) 시인이 황씨에게 오늘 건진 붉은 새우 있느냐고 묻자 싱긋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 앉으라는 손짓을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방 안으로 들어서자 우리보다 먼저 온 손님들이 싱싱한 전복과 가지런하게 썰어 놓은 회를 맛깔스럽게 먹고 있다가 남 시인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따! 형님 오랜만이니더. 오늘 회 한 접시 할라고 왔니껴?"
"손님들이 와가꼬(와서) 산새우 맛이나 좀 보여줄라꼬."
"그라지 말고 같이 앉으시더. 우리도 마악 들어왔다 아이니껴. 이거 아직 손도 안 댔는데 그냥 같이 먹으시더. 아, 이 집에 널린 기 산 새우 아이니껴."
처음 만났는데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치 오랜 동무를 만난 것처럼 스스럼없이 대하는 죽변 청년회 사람들. 굳이 소주잔을 기울이지 않아도, 그냥 마주 바라보고 이야기만 나누어도 즐겁다. 아마 이 분들은 아름다운 바다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어서 더 맑고 밝은 심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럼없이 부어주는 소주 한 잔 입에 털어 넣고 잠시 주춤거리자 죽변 청년회 회장이란 분이 잽싸게 "이거는 여기서도 아주 귀한 거"라며 살아 꿈틀거리는 전복 한 마리를 건네준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동무 같은 사람들. 남은 소주를 마저 입에 털어 넣고 전복 한 마리를 입에 넣자 이내 입안 가득 바다향이 맴돈다. 씹으면 씹을수록 쫄깃쫄깃한 전복 맛은 정말 기막히다.